그 폐사지에 탑이나 부도, 몇몇 조각의 석물이 남아 있으면 금상첨화다.
텅빈 넓은 터에 덩그러니 서있는 탑이나 부도 그리고 몇몇 개의 돌조각에서 화려했던 그 시절의 영화와 폐허가 되기까지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으니 그 영욕을 추리해 보는 재미가 솔솔 하다고 한다. 한때는 두 탑을 거느린 금당이 들어서 쌍탑 가람의 장엄한 모습이었을 장연사는 통일신라시대에 조성되었으나 지나온 내력과 사라진 연유는 세월에 흘려보내고 가람의 이름과 몇몇 석물들만 남겨 놓아 후세 사람들에게 수수께끼를 던져주고 있다. 개울건너 감나무 밭에 당간지주 한 짝이 남아 있어 이 가람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감이 주렁주렁 익어가는 감 밭에 자리 잡고 있는 동탑에서는 1984년 해체 보수할 때 1층 몸돌에서 목제 사리함이 들어 있는 사리장구가 발견되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서탑은 넘어져 개울에 흩어져 있던 것을 1979년에 복원했다고 한다. 나는 이렇게 아름다운 폐사지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어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