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책 없는 ‘반쪽짜리’ 감정노동자 보호법
예방책 없는 ‘반쪽짜리’ 감정노동자 보호법
  • 한지연
  • 승인 2018.10.2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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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언·폭행 사후조치에 그쳐
종사자들 ‘실효성 부족’ 지적
“고객들 갑질에 여전히 고통
치료 대신 사전 보호장치를”
고객의 폭언·폭행 등으로 서비스직 노동자들의 정신·신체적 피해가 잇따르는 가운데 지난 18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감정노동자 보호법’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고객 응대 중지에 대한 권한이 사업주에 있는 등 폭언·폭행의 사후 조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하청·협력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경우 보호의무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지난 18일부터 시행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감정노동자에 대한 사업주의 보호 의무를 규정한다. 감정노동자가 고객의 폭언 등으로 건강에 이상이 생기거나 우려가 있는 경우 사업주는 업무를 일시 중단하거나 휴게시간 연장, 치료·상담 등을 지원해야 한다.

서비스직에 종사하고 있는 고유진(여·23)씨는 고객의 폭언·폭행에 노출되기 전에 노동자들을 보호해줄 수는 없는 것이냐며 입을 열었다. 현재의 감정노동자 보호법은 사후약방문식이라는 것.

고씨는 “서비스직 종사자들은 고객의 감정 쓰레기통이 아니다. 우리가 치료·상담보다 더 간절히 원하는 것은 상처받지 않을 권리”라며 “진정으로 감정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면 그것은 우리가 고객으로부터 상처입기 전이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의 한 대형마트 입점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는 A씨는 이번 개정법의 보호의무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고객의 ‘갑질’에 대처하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몫이라던 A씨는 “법 시행 후라고 해서 달라질 것이 없다”며 “고객의 갑질만큼이나 대책 없는 사회에 고통 받는다”고 전했다.

시민들은 일부 고객들이 서비스직 종사자에게 갖는 권위의식과 분풀이식 태도가 문제라며 입을 모았다.

법 개정과 함께 감정노동자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

대형마트를 애용한다는 이형국(46)씨는 “일단 참으라고 교육받는 서비스직 종사자들에게 함부로 대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일부 사람들한테 깔려 있는 것”이라며 “사업주와 고객 모두 인식부터 달리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서울 강서구 PC방 사건을 빗대며 “몸이든 마음이든 사람을 난도질하는 행위는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며 분노하기도 했다.

한편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고객의 폭언·폭행 등으로 노동자의 요청이 있을 시 고소·고발과 손해배상 청구 등도 지원해야 한다. 사업주가 보호 조치를 요구한 고객 응대 노동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하면 1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한지연기자 jiyeon6@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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