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유치원·비리 어린이집
비리 유치원·비리 어린이집
  • 승인 2018.10.22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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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우
주필 겸 편집국장
비리 유치원과 비리 어린이집 문제로 온나라가 시끄럽다. 물론 모든 유치원과 모든 어린이집이 다 비리의 온상은 아니다.

개중에는 정말 모범적으로 운영되는 유치원과 어린이집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지않은 사립유치원과 어린이집이 부정·비리로 의심을 사고 있다. 문제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지원되는 막대한 국민혈세가 허술한 감시·감독을 틈타 부정축재의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취학 전 아동은 교육부 관할 유치원(만 3~5세)과 보건복지부 관할 어린이집(0~5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다닌다. 정부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모두 예산을 지원한다. 전국 유치원 9029곳(올해 기준)에 투입된 누리과정 예산은 올해만 1조8341억원, 2012년 이후 지금까지 5년간 지원된 예산은 모두 11조4000억원에 이른다. 전국 4만여 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올해 2조586억원이다. 누리과정이란 만 3~5세 유아에게 공통적으로 제공하는 교육·보육 과정으로 2012년 3월 5세를 대상으로 시행에 들어가 이듬해에 3~4세까지 확대됐다. 공립유치원은 1인당 월 11만원, 사립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운영지원비(22만원)와 방과후 활동비(7만원) 등 유아 1인당 월 29만원을 지원한다.

정부는 누리과정 예산을 인건비, 교재 교구비, 수업료 등에 사용하라고 기본적 지침을 주지만, 어떤 항목에 얼마를 사용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정해주지는 않는다. 막대한 국민세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감독관청의 관리감독은 허술하기 그지 없다.

감독이 느슨하기에 정부지원금과 학부모들이 낸 교육비가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의문이다.

어느 사립유치원 교사들의 얘기다. “주유소를 정해놓고 원장 개인차량에도 주유하며 한달에 한번씩 유치원에서 결재한다. 각종 체험활동비와 소풍 등의 경비를 현금으로 받아 절반 이상 원장과 친인척인 운영자 주머니에 들어간다. 교사들 월급을 호봉수 대로 주지않고 최저임금 올랐다고 최저임금만 주면서 나라에서 나오는 처우개선비 같은 것도 원장이 주는 것처럼 생색을 낸다. 이중장부가 항상있고 식자재가 들어올 때 계약을 하면서 더 많이 부풀려 영수증을 받는다. 실제로 식자재에 들어가는 돈은 절반도 안된다. 교사 연장해서 일해도 저녁도 제대로 안준다. 원장들은 별로 유치원에 나오지도 않고 몇백만원씩 월급을 받아간다. 가족들이 운영하면서 가족들은 월급 수당 다 준다. 엄마들에게는 좋은 거 먹인다고 하고 제일 저렴한 요구르트 먹인다. 도서비·문구 구비입 다 책정돼 있는데도 제때 사주지 않는다. 문제는 간이영수증 첨부가 가능하고 그것으로 보고해도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부풀려서 첨부하기 일쑤다. 유령교사도 있다. 유령교사를 담임으로 올려놓고 구두계약은 알바로 한다. 월급은 유령담임교사 통장에 지급하고 다시 일부를 현금으로 되돌려 받는다.”

다음은 어느 유치원 학부모들의 이야기다. “오후 특별활동비(영어, 체육, 음악, 미술 등), 체험활동비(공연입장료 등), 원복비, 체육복비 등 품목을 계산해보니 1년에 약 500만원을 납부했다. 국립대학 학비보다도 비싸다. 이 비용은 입금시 입금자명이 유치원명이 아닌 부원장 이름으로 입금된다. 유치원비로 개인 사유지 구입 및 교사 해외연수비로도 사용됐다. 원생수는 300명 정도다. 나라에서 원장 월급주는 기업인 셈이다.”

대구권 모대학교 대학원 유아교육과. 학생들은 대부분 유치원 원장들이다. 이 학교에 다니는 대학원생은 원장들이 타고 다니는 승용차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고급외제승용차들이 즐비하다는 얘기다.

어린이집도 별반 다르지 않다. 어린이집 원장이 보육교사를 정교사로 채용신고하고 실제로는 파트타임으로 채용해서 정교사 월급을 보조받으면 일정액을 돌려받는다. 연령별 교사가 있어야 하는데 정원이 미달되면 합반을 하고 서류상만 교사가 있고 실제로 교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보조금과 급여는 유령보육교사에게 지급된다. 이것 역시 어린이집 원장수입으로 들어간다. 교사채용 후 1년이 지나면 운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정교사에서 파트타임으로 전환을 권유하고 응하지 않을 경우 퇴직을 유도하는 사례도 빈발하다고 한다. 교사 간식비와 처우개선비도 안주는 경우도 적지않다. 야근수당도 제대도 지급하지 않는다. 오전반 보육교사를 오후반에 올려놓고 월급 차액을 착복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어린이집에는 유치원과 달리 영유아보육과정(0~2세)에도 적지않은 예산이 지원된다.

문제는 이런 사실에 대해 유치원 교사들이나 보육교사들이 제대로 항변할 수 없다는 점이다. 원장의 갑질이나 이런 비리를 폭로라도 하면 그 바닥에서는 더 이상 취업이 불가능하다. 소문이 나면 취업문이 막힌다. 지금까지 밝혀진 비리는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른다. 뒤늦게나마 전국 시도교육청 유치원 비리 신고 센터가 일제히 가동에 들어갔다. 보건복지부도 전국어린이집 전수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이번 기회에 유치원과 어린이집 투명성을 강화하고 비리를 근절해야한다. 그리고 제대로 운영하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원장들이 빛을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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