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것이 약이 아니다
모르는 것이 약이 아니다
  • 승인 2018.10.24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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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영진전문대
학교명예교수 지방
자치연구소장
나이 지긋한 사람들이 계모임을 하는데 동창생들 같았다. 옆방에서 식사를 하고 있으니 웬만한 소리는 다 들린다. 건강, 병원에 간 이야기가 주를 이루더니 시국·정치이야기로 옮겨 간다. 갑자기 큰 소리가 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잘 못한 것이 뭐가 있는데 함부로 입을 놀리노”. 그들 중 누가 대통령을 비난한 모양이다. 모두가 잠잠한데 한사람만이 유독 대통령을 두둔하는 분위기다. 그런 대화를 들으면서 나는 잠시 생각했다. ‘대구에 사는 노인네들 중에도 현 정부를 강하게 지지하는 사람이 있구나’.

TK 인심도 달라지고 있음을 실감한다. 지금 우리는 정보는 있어도 정보를 믿지 못하는 불신시대에 머물고 있다. 정부가 PR을 하든 선전을 하든 우리에게 정보를 제공해 주는 쪽은 언론매체인데 언론마저 속 시원한 답을 주지 못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그래선지 정부와 언론을 싸잡아 비난하는 말을 주위에서 흔히 듣는다. ‘언론은 워치독(watch dog)이다’ 하는 소리는 옛 이야기가 되었다. 감시견은 없고 애완견만 득실거린다. 어찌됐던 언론이 정보를 주지 않으면 우리는 세상 깜깜이가 될 수밖에 없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어떤 분야에서든 모든 체제는 기능과 역할이 있고 그것이 순기능으로 작용할 때 명실공한 민주사회가 유지되는 것이다. 신문·방송 등 언론체제가 시류에 영합하여 역기능을 하면 스스로 사명을 잠식하게 되고 사회적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소비자의 입맛에 맞추는 것이 경영의 기본이라 하지만 언론의 본질은 그런 것이 아니다.

국가나 힘 있는 집단이 진실인양 포장한 정보를 내놓더라도 그것이 거짓이라면 거짓이라고 말해야 하는 것이 언론이다. 행여 언론이 정부의 눈치와 실익을 적당히 버물려 윈윈 하려든다면 언론윤리를 망각하는 일이다.

중학시절, 나는 탐정소설의 박진감에 흠뻑 빠진 때가 있었다. 유불란 탐정의 활약상, 김내성 소설가의 탐정물을 밤새우면서 읽었다. 소설에서는 기자의 활약상이 많이 나온다. 살인은 아주 큰 사건이었다. 사건 현장에는 항상 민완기자가 있었고 기자의 추리력과 판단력, 집착력으로 살인사건을 풀어나가는 것을 보면서 한 때 기자가 선망의 대상이기도 했다. 무슨 소리 하냐,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놀고 있다고 해도 할 말은 없지만 기자는 프레스맨십이 있어야 한다. 스마트폰 시대다. 신문도 안보고 방송뉴스를 멀리해도 필요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딱한 것은 잘못된 정보라고 해도 자기도 모르게 스마트폰이 매체의 핵심인양 믿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정보의 혼란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언론매체를 통하여 정보를 받고 있지만 긴가민가 하는 불신이 마음속에 늘 잠재하고 있다. 정부에 대한 불신인가, 정부가 주는 정보자료를 그대로 전하는 언론에 대한 불신인가를 구별할 재주가 우리에겐 없다.

지금 나라의 주요정책결정은 물론 집행까지 청와대가 하고 있고 총리 산하의 정부기관은 그 하부기관과 같은 위치에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대통령의 참모조직인 청와대에서 수시로 내 놓는 남북문제 같은 것을 보면 한국과 미국의 입장이 다른 것 같은데도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말재주로 두리뭉실하게 넘어가는 것을 보면서 언론이 정보처리를 좀 잘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가짜뉴스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정당이나 정치인들이 표를 노리면서 마타도어를 생산하는 것을 많이 봐 왔기에 가짜뉴스의 제작 원조는 정치인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모 주요 방송언론이 가짜뉴스를 내 보낸 일이 있다면서 여야 간 옥신각신 하는 것을 보면서 새삼 놀란 일이 있다. 보통 스마트폰에서 가짜뉴스가 많이 뜨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국책언론이 그런 짓을 한 것이 사실이라면 언론망조다. 특정인이 아닌 대중을 상대로 그럴듯한 뉴스거리를 만들어 퍼 나르는 일을 해도 처벌을 받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그것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이 되는지 법적검토가 있었다는 말을 들어본 적도 없다. 현대인에게 정보는 매우 중요하다. 정보가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다. 바른 정보의 선택은 양질의 정보에서만 가능하다. 국민이 정부를 믿을 수 있고 언론이 주는 정보를 신뢰할 수 있는 사회분위기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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