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백프라자갤러리, 28일까지 김광한 ‘향기가득’展
대백프라자갤러리, 28일까지 김광한 ‘향기가득’展
  • 황인옥
  • 승인 2018.10.2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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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과·석류·대추 중심 정물화
극사실 형상과 비현실적 색채
과일이 가진 ‘부의 의미’ 강조
향기가득
김광한 작 ‘향기가득’

노란 모과에서 단맛이 뚝뚝 떨어질 것처럼 생생하다. 그 흔한 생채기 하나 없이 매끈한 모과가 가득담긴 바구니에는 풍성함이 넘실댄다. 빨갛게 잘 익은 석류와 풋기가 가시지 않은 석류를 그린 작품에도 가을의 결실이 탐스럽다. 대백프라자갤러리 전관에서 열리고 있는 김광한의 ‘향기가득’전에 모과와 석류, 대추 정물화가 사박거렸다.

작가 김광한의 소재는 과일이다. 모과나 석류 등의 과일을 정물화 형식으로 표현한다. 경산 작업실 근처에서 맞닥뜨린 모과와 경북 의성 시골집 뒤켠의 모과나무에 대한 기억이 겹쳐지던 2003년부터 모과가 화폭의 주인공이 됐다. 그 세월이 어언 15년이다.

작가의 정물은 극사실과 초현실의 중간쯤을 달린다. 모과의 형상을 극사실로 드러내되, 색감은 지나치게 노랗고 붉어 비현실적이며, 모양도 예쁘기 그지없다. 못생김의 대명사처럼 된 모과는 미끈한 아름다움을 달리고, 대추 알맹이는 터질 듯 탱탱하다. 작가가 “형상보다 의미에 집중했다”고 했다. “형상보다 부(富), 따뜻함, 즐거움, 명량함 등의 의미 부각에 집중했어요. 시각과 촉각적인 이미지를 의미와 심상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매개역할로 상정한다고 할까요?”

초기작에서는 풍경적인 요소가 가미된 구상을 그렸다. 하늘을 배경으로 과일 나무를 표현했다. 이 시기 추상적인 면모도 언뜻 언뜻 엿보였는데, 한지를 오브제로 사용한 깊이감에서 추상성이 드러났다. 풍경에서 정물로 선회한 것은 2007년. 과일을 화폭이 터질듯이 그렸다. 풍요로움에 대한 염원의 표현이었다. 또 한 번의 변화는 2~3년 전에 시도했다. 충분한 여백을 두고 몇 개의 과일만 미니멀하게 그렸다. 그가 미니멀의 도입은 “본질과 관계있다”고 했다. “나무나 하늘을 빼고 과일에만 집중한 것은 본질에 보다 가까기 다가가기 위한 선택이었어요. 과실만 그리면서 풍성함이나 따뜻함이라는 의미가 강하게 드러나게 됐죠.”

“그림이 인기가 있겠다”고 하자 피식 웃었다. 그림의 대중성에 대한 에두른 질문이었는데 그가 긍정의 답을 한 것이다. 사실 정물화는 고전 명화의 한 부분을 차지할 만큼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그만큼 대중과는 친숙한 장르다. 작가는 친숙한 고전 정물에 부와 풍요라는 관념성을 강화하고, 현대적인 표현법을 추가해 작품성과 대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작가와 대중간의 소통이 계속되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그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점이 15년 동안 같은 소재를 그렸지만 행복할 수 있는 비결인 것 같아요.”

다음 작품에는 형상을 빼겠다고 했다. “형상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 없이 노란색이나 붉은색으로만 모과나 석류를 표현하겠다”는 것. “추상에 대한 언급”이었다. 생략과 여백으로 추상화해 본질로 더 들어가겠다는 것. “좀 더 미니멀하게 추상으로 갈 겁니다. 묘사보다 색의 덧칠로 의미를 전달하는 방식이 되겠죠. 본질에 더 가까이 가는 것이죠.”

따뜻함과 풍성함 그리고 여백과 미니멀이 공존하는 작품 50여점을 만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28일까지. 053-420-8013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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