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 VS 아싸
인싸 VS 아싸
  • 승인 2018.10.2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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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사람향기 라이프디자인 연구소장
요즘 청소년들이나 젊은 학생들이 쓰는 말 중에 ‘인싸’라는 말이 있다. ‘인싸’는 insider의 줄임말로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내며 분위기를 주도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그리고 반대되는 말로는 ‘아싸’가 있는데 이는 outsider의 줄임말로 ‘무리에 속하지 않고 혼자서 지내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그런 의미로 보면 나는 ‘인싸’가 아니라 늘 ‘아싸’였던 것 같다. 내가 태어난 고향은 울 엄마의 고향이다. 옛말에 ‘겉보리 서 말만 있어도 처가살이 안 한다.’고 했는데 우리 아버지는 그 겉보리 서 말도 없었던 탓에 맨몸으로 엄마의 고향으로 장가를 오셨다. 그런 탓에 내가 태어나고 자란 마을에는 아버지의 친척이 한 명도 없다. 우리 엄마는 경주 최 씨고 나는 고령 김가다. 친척들이 모이는 곳에는 모두가 같은 최 씨였고 친척들 중 우리 가족만 김가였다. 그렇게 태어나면서부터 나의 ‘아싸’의 삶은 시작되었다.

나이가 차고 학교에 들어가게 되었다. 학교 친구들 중에는 김 씨 성을 가진 친구들이 많았다. 같은 김 씨 성을 가진 나에게 친구들이 나보고 ‘어디 김 씨냐?’고 물으면 말하기를 주저했다. 사람들은 당연 흔한 경주 김 씨, 안동 김 씨, 의성 김 씨 등을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부끄럽게 “고령 김가.”라고 말을 했다. 사람들은 처음 듣는 김 씨라고 그런 김 씨도 있냐고 되물었고, 나는 다시 부연 설명을 하기 바빴다. 그럴 때마다 나도 그들처럼 흔한 김 씨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살면서 친척들을 제외하고 나와 같은 고령 김가를 만나 본적은 1번인가 2번인가 밖에 없다.

대학교도 바로 들어가지 못해서 재수를 했다. 가깝게 지냈던 친구들은 대학생활을 하고 있을 때 나는 재수학원을 다녔다. 그들과 다른 길을 갔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나는 ‘아웃사이더’였다. 재수 후 대학을 들어갔고 그때도 재수를 하고 들어왔기 때문에 동기생들보다 나이가 한 살 많았다. 그래서 동기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고 역시 아웃사이더였다. 군대도 늦게 가서 선임들이 모두 나보다 나이가 어렸다. 그때도 나는 아웃사이더였다. 군에서 제대를 하고 다니던 대학을 자퇴하고 전라도에 있는 대학교로 다시 입학을 했다. 전라도 사람들이 대다수인 그곳에서 특히 경상도 사람은 동기 중에 나 밖에 없었다. 그 시절은 진정한 아웃사이더였다. 다시 휴학을 했고 방황을 했고 1년의 공백의 기간을 지나서 다시 복학을 했다. 그것도 주간에서 야간으로 복학을 했다,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같은 학번인데 그들보다 나는 학번이 한 학년 빨랐고 또한 야간이 아니라 주간 출신이었다. 그 무리 속에서도 나는 아웃사이더였다. 그 후 경상도의 대학교로 편입을 했고, 후배들에겐 정식 선배도 아니었고 선배들에겐 직속 후배도 아닌 애매모호한 대학 시절을 보냈다. 대학교 3학년 때 결혼을 했고, 학생들 사이에선 나는 진정 아웃사이더가 되어있었다. 취업을 복지관으로 했고 그곳에서도 선배 후배 한 명 없는 나는 아웃사이더였다. 당시 복지관에는 K대학교 사회복지과, D대학교 사회복지과 출신들로 나뉘었고, 나는 D대학교 심리학과였기에 선후배 없는 ‘아싸’였다. 당겨주는 선배가 있는 그들이 부러웠고, 뒤 따르는 후배가 있는 그들이 부러웠다. 대학원도 타 대학으로 가면서 그곳에서도 역시 그 학교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역시 아웃사이더의 길을 걸었다.

그런데 돌아보니 내 삶이 ‘인싸’가 아니라 ‘아싸’여서 더 성장할 수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무리 속에 속하지 못한 아웃사이더라서 자연스럽게 한 발짝 떨어져 조직과 처해진 상황을 보는 관찰자의 눈이 생겼고 더 넓게 세상을 보는 안목이 생기게 된 것 같아서 감사하다. 외로움이 나를 더 성찰하도록 만들었고 나를 더 성장시켜주어서 감사하다. 인싸가 못될까 봐 걱정하는 청춘들에게 외치고 싶다. “걱정 마. 아싸도 인싸만큼 충분히 매력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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