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자를 절망시키는 고용세습은 척결되어야 한다
구직자를 절망시키는 고용세습은 척결되어야 한다
  • 승인 2018.10.2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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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행정학 박사, 객원논설위원
세습(世襲)이 요즈음 우리 사회의 큰 화두 중의 하나가 되고 있다. 세습은 재산, 신분, 직업 등을 한집안에서 대대로 물려받는 것을 의미하는데, 대체로 긍정적이기 보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용어이다.

최근 서울시 산하의 서울교통공사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고위 간부의 친인척들이 포함된 것이 밝혀짐에 따라 ‘고용 세습’ 의혹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 정치권에서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등 고용 세습 문제가 전체 공공기관으로 들불처럼 확대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를 시작으로 22일에는 강원랜드와 한국가스공사, 한국도로공사, 서울도시주택(SH)공사 등에서도 친·인척 채용 사례가 새로 확인되는 등 지난 일주일 사이 국감 자료를 통해 드러난 친·인척 채용 사례는 13기관 365명에 이르고 있고, 그 외에도 속속 더 많은 공공기관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가족이나 친척이 같은 직장에 다닌다고 해서 문제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들이 채용되는 과정이 비정상적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전환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해 임기 중에 비정규직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우선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선언함으로써 시작되었다.

이를 기점으로 각 공공기관에 있던 비정규직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작업이 추진되었고, 최근까지 공공 기관 853곳에서 근무하던 비정규직 41만 6000명중 10만 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되었거나 전환이 확정되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현재 비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정규직화 함으로써 이들에게 고용의 안정성을 보장하여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기 위함인데도 불구하고, 이를 빌미로 해서 소위 공공기관의 힘 있는 자들이 그들의 친인척을 무리하게 정규직으로 채용하기 보다는 상대적으로 채용하기 쉬운 비정규직이나 기간제로 우선 채용한 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새로운 방식의 편법취업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생겨난 것이다.

이는 문재인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롭게’ 라는 슬로건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일이며, 청년실업 100만 명이라는 청년들의 취업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화두가 된 이 시점에서 수만 명의 청년들이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공공기관에 취업을 하기 위해 밤잠을 줄여가며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는 이때 한쪽에서는 이런 의혹들이 일어나다보니 청년구직자들의 실망감과 절망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사실 고용세습의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고 공공기관의 문제만도 아니다. 일부 민간 기업에서는 권력화된 강성노조를 중심으로 단체협약을 통한 ‘현대판 음서제’가 횡행하고 있다.

지난 정부 시절 고용세습 논란에 정부가 실태조사를 벌여 단체협약에 자녀 우선 채용 규정이 포함된 130여개 기업에 시정명령을 내려 110여개 기업이 관련 규정을 삭제하였지만, 아직 지난 8월 기준 현대자동차, 현대로템, 금호타이어 등 15개 기업이 단체협약에 고용 세습을 보장하는 조항을 두고 있다.

이들은 정년 퇴직자나 장기근속자의 직계 자녀를 우선 채용한다는 내용을 단체협약에 담아 ‘그들만의 밥그릇’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자녀를 우선 채용하는 고용세습은 기업이 근로자를 채용할 때 성별 · 연령 · 신체조건 및 신분을 이유로 차별하지 않도록 하고 있는 고용정책기본법과 직업안정법을 위반한 불법이다. 따라서 이를 강력히 제재하여 하며,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여야 한다.

최근 공공기관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는 과정에서 불거지고 있는 고용세습 문제의 본질은 가족이 포함되었는지 아닌지가 아니라 얼마나 채용의 과정이 투명했는지, 부적절한 방법은 동원되지 않았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단순히 정규직화과정에 친인척이 포함되었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러나 서울교통공사처럼 정규직 전환 1285명 중 108명이 재직자의 자녀·형제·배우자 등인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고위 관리자의 친인척이 많다는데 많은 국민들의 의구심을 가지는 것이다. 이제 곧 감사원의 감사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국민들이 더 이상 한 점의 의혹도 가지지 않도록 철저한 감사원의 감사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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