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여인들의 결혼문화
중동 여인들의 결혼문화
  • 승인 2018.10.25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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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대구경북다문화사회 연구소장)
아라비아 반도의 오아시스, 별 7개짜리 호텔이 있는 최첨단의 도시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 빌딩 숲에서 눈 주위만 드러내고 검정색 천을 휘감은 여성들이 삼삼오오 눈에 띈다. 두바이의 여인들은 주로 백화점이나 호텔 라운지 등 건물 내에서 쇼핑을 한다. 터키와 두바이 여행길에 오른 우리 일행은 여인들의 이색적인 모습에 신기해했다. 현지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서야, 그녀들의 자연스러운 자신감에 대해 이해가 갔다.

소위 아랍에미레이트가 추구하는 순혈주의 자국민 여성이기 때문이다. 오일머니로 부의 신화를 이루어 자국민은 앞으로 100년 동안 일하지 않고도 먹고 놀 수 있다고 한다. 사막에다 인공도시를 만들어 관광수입도 어마어마하다. 그래서 국가는 인구정책의 일환으로 다산장려제도를 도입했다. 아이를 낳으면 국가가 무료로 대학까지 공부시키고 양육비를 준다. 자국민은 전체 인구의 20% 수준이고, 나머지는 일자리를 찾아 몰려든 이방인들이다. 국가에서 ‘결혼 펀드’ 제도를 도입해서 젊은 남성이 결혼하면 1만불을 선지급하고 집을 지을 땅을 준다. 남성이 다른 나라 여성과 결혼하면 국가에서 절반의 혜택만 받을 수 있고, 여성은 자국 남성과 결혼하지 않으면 복지혜택을 포기해야 한다. 여성들이 아이를 많이 낳을 것을 권장하고, 자국여성 보호를 위해 국가차원에서 전용 비치클럽과 레저시설을 운영한다.

이 나라에서 태어나기만 하면 평생동안 일 안하고 먹고 놀면서 살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는 것이다. 아무튼 지구상에 이런 동화 같은 나라가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중동지역 국가들은 대부분 이슬람 국가이다. 그래서 그들은 이슬람 율법에 의해 여성들이 몸을 가린다. 가족이나 남편 외에는 신체를 보여주지 않는다. 이슬람 문화는 철저한 남성중심이다. 남편 외에 다른 남성과 5분 이상 눈도 마주치면 안된다. 이러한 무슬림의 전통복장은 그녀들의 정체성이며 남편에 대한 정조라고 볼 수 있다. 심지어 여성이 부정을 하면 그 집안의 명예를 훼손했다 해서 마을 사람이나 가족들로부터 명예살인을 당하기도 한다. 이슬람 율법에 의하면, 남성은 4명의 부인까지 합법적으로 둘 수 있고, 남편은 아내를 때릴 수도 있다. 남편이 이혼을 원하면 이혼할 수도 있고, 아이들의 양육권은 남편에게 있다.

국가가 아무리 부를 누릴 권리를 준들 여성을 남성의 노예처럼 생각하고, 여성의 인권을 유린하는 이슬람 문화는 이 지구상의 또 다른 문화충돌이다. 같이 여행 중인 친구들은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것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중동의 여성들도 해외 유학파도 있고 세계화 시대에 진취적 사고를 가진 여성들도 많이 늘어나는 추세라 한다. 여성운전자도 생기고, 히잡을 벗는 젊은 여성들도 많다고 한다. 지난 16일엔, 이란의 수도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이란과 볼리비아 축구경기에 이란 여성들에게 처음으로 축구관람을 허용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여성관중과 남성 관중이 분리되어 경기를 봤다는 것이다.

돌아오는 에미레이트 기내에 부르카를 입은 이슬람 부부가 두돌바기 여아를 데리고 탑승했다. 아기는 기내가 불편한지 연신 울었다. 검은 베일에 싸인 엄마의 걱정스런 눈을 손가락으로 만지면서 아기는 무슨 생각을 할까? 신비한 눈빛의 매력 뒤에 숨겨진 문화의 다양성을 이해하기란 참으로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다.

그녀들도 남편이나 아버지의 허가를 받아야 사회활동을 할 수 있는 후견인 제도에서 벗어나 자신이 선택하고 자신이 관리하는 온전한 삶을 누려야 한다. 운전도 하고 문화공연 관람도 하고 여행도 자유롭게 하면서, 지구촌의 일원으로 당당히 살아가길 기대한다. 여행하는 내내 중동의 여성들에게 변화의 봄이 오는 그날이 머지않을 것이라는 느낌이 바람을 타고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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