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이 하나 될 남북한 말
이산가족이 하나 될 남북한 말
  • 승인 2018.10.25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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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선 대구교육대
학교 교육대학원아
동문학교육전공 강
우리나라에 돈 벌러 온 스리랑카 청년이 70억 화재의 주범이 되었을 때 우리는 각자 자리에서 안전을 점검해보지 못한 자신들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풍등 하나 주워 날리다가 감옥에 갇히게 된 청년의 신세를 신문고에 올리며 억울함을 함께 걱정해주고 석방을 함께 기뻐하였다. 그를 위시하여 가족을 멀리 두고 타지에 와서 열심히 일하며 사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마음속에는 늘 가족이 함께 모여 살고 싶은 꿈이 고여 있으리라.

우리 민족은 일제 강점기, 6·25 전쟁이라는 소용돌이 속에서 기막히게 이산가족으로 찢어져 사는 사람들이 많다. 남북 분단으로 헤어져 사는 사람들은 죽기 전에 한 번 만나볼 날만 기다리며 평생 한을 품고 산다. 이에, 남북 적십자회담으로 2015년에 20차 이산가족 상봉 때까지 총 4천500가족 2만 2천700명이 상봉했고 2018(21차)년에는 8월 20일부터 26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170가족 521명이 상봉했다. 이들이 만나 나눈 이야기는“아버지가 돌아가셨다니 어디다 모셨나?” “못 만나 평생 한을 안고 살았는데 살아계셔 이렇게 만날 수 있어 감사합니다.”며 드라마보다 더 애절한 사연들이었다. 만나 얼싸안고 정담 나누는 모습도 애잔하지만 아직도 못 만나 마냥 기다리며 늙어가는 사람들 이야기는 우리들 가슴을 더 먹먹하게 하였다.

추석, 설날 명절이면 이북에 고향을 두고 온 실향민들의 마음은 어떻게 무엇으로 달랠 수 있을까? 하루 빨리 통일이 이루어지게 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된다.

어떤 대기업 제약회사는 남북적십자사와 함께하는 ‘희망의 소리 나눔 프로젝트’로 고령의 상봉자들에게 그날 1억이 넘는 보청기를 지원해주었다고 한다. 이렇듯 남북이 통일되면 함께 힘 모아 해결해 나가야 할 일이 무척 많겠지만, 그 중에서도 우리의 마음과 생각을 담는 말부터 다듬어야 할 것 같다. 남북한의 국어학자들이나 우리말 살리는 겨레 모임 학자들은 평양말을 기준으로 한다는 북한의 문화어(북한의 표준어)와 남한의 표준어를 함께 두고 맞춤법을 포함한 말을 쉽고 실효성 있게 다듬어나가야 할 것이다. 친족 호칭을 보면 남한의 ‘아버지’ ‘어머니’는 북한에서도 표준어이지만 평양을 위시한 북한이 쓰는 호칭어는 ‘아반’ ‘아바니’ ‘아바지’ ‘오만’ ‘오마니’다. 우리도 ‘엄마’ ‘아빠’를 비롯하여 ‘어메’ ‘어무이’ ‘아베’ ‘아부지’ 등을 쓰고 있다. 이런 호칭은 그대로 써도 쉽게 알아들을 수 있으니 별 문제가 없겠다.

우리네 외래어 표기법은 “외래어는 국어 현용 24자모만으로 적는다(1장 1항)”며 된소리 표기를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북한의 외래어 표기에서는 된소리 표기를 인정하고 있다. 우리는 아직도 뻐스나 천연까스를 버스나 천연가스로 쓰고 있다. 이런 문법 체계는 통일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공산주의를 속되게 이르던 ‘빨갱이’같은 말이나 북한의 경제난이 심화되면서 생긴 신조어 ‘꽃제비(집 없이 떠돌며 구걸하거나 도둑질하는 유랑자)’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김일성 일대기 총서 ‘불멸의 력사’ 시리즈의 하나인 장편소설 ‘열병광장’에 주인공이 넝마 차림으로 해주 바닥을 사흘 째 헤매는데 조무래기들이 쫓아다니며 “야, 꽃제비다!”소리치는 장면이 나온다.

소련사람들이 유랑자나 유랑자의 거처를 가리키는 말로 ‘코체브니크’ ‘코제보이’ ‘코제비예’라는 말을 해석해 옮긴 것이란다. 6·25 전쟁 후 나돌았던 ‘꽃제비’가 1985년 이후 경제난이 악화되면서 다시 등장했고 1990년대에는 ‘꽃제비’가 북한의 가난을 상징하는 단어가 되었고, 남한은 ‘보리고개(북한은 보릿고개)’라는 단어가 힘들었던 시대를 대변하고 있다. 남북한이 만나면 ‘꽃제비와 보리고개’ 연극이라도 펼쳐서 몸으로 함께 한을 풀며 ‘거방지게’ 화합의 잔치를 놀아봐도 좋겠다. ‘거방지게’라는 말이 났으니 말인데 ‘거방지게’는 ‘걸판지게’의 표준어라 하지만 대다수가 ‘거방지게’ 대신 ‘걸판지게’를 쓰고 있다. 북한에서도 ‘걸판지다’를 문화어인 표준어로 사용하고 있는 만큼 통일되면 비현실적 표준어들을 바로 잡는 게 좋겠다. ‘골덴(바지)’만 해도 ‘코르덴(corded veiveteen)’의 잘못된 표기라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 ‘골덴’이라는 말을 쓰고 북한에서도 ‘골덴’을 표준어로 쓰고 있으니 말이다.

그간 TV 개그 프로그램에서 흥미 위주로 북한말을 만들어 쓴 경우도 있었다. ‘얼음보숭이’와 ‘떼불알’이 그렇다. 북한에서 나온 ‘조선말대사전’에는 ‘아이스크림’은 있고 ‘얼음보숭이’는 없다. 그렇지만, 통일되면 ‘얼음보숭이’라는 예쁜 말로 통일하면 좋겠다. 또한 북한에서 ‘상들리에’를 ‘떼불알’이라고 한다는데 ‘조선말 대사전’ 에는 ‘떼불알’이 없고 ‘무리등(여러 개의 전등알이 각자 모양의 형광등으로 이루어진 큰 조명등)’이라고 설명하며 우리가 일컫는 ‘상들리에’는 ‘샨데리아’ 라는 외래어와 함께 쓴다고 한다. 문제는, 우리네 잡지와 인터넷에서 그릇된 정보가 사실처럼 유포되는데 있다.

이제 남북의 이질감을 부추기는 말들을 조심하고 아름다운 우리말로 뭉쳐가야 할 때다. 나아가, 굳이 입으로 내뱉는 말이 아니더라도 따스한 눈빛으로 형제애가 전해지는 그런 말이 통하는 날을 염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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