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아 천천히
가을아 천천히
  • 승인 2018.10.2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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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린(시인)

흘러가는 시간에

가끔은 무거운 추를 달아주고 싶다.

가을이 소리 없이 익어간다

바쁘게 살다

고개를 문득 들어보니

온 천지가 가을이다.

대학 병원의 정원에서도

아파트 화단에서도

가을은 소리 없이 제 갈 길을 가고 있다

담쟁이며 나뭇잎들은

마지막 영양분을 빨아들이며

그 마지막 힘을 다하고 있다

눈부시게 찬란한 가을

그래서 조금 슬픈 계절

한 순간도 흘러 보내기 아까운 시간들이다.

가을아 가을아

부디 천천히 지나가시라.

◇이하린= 경기여고, 이화여대 의학과졸업,  
피부과전문의, 의학칼럼니스트, 자유기고가

<해설> 산다는 것은 비슷비슷한 되풀이만 같다. 시작도 끝도 없이 허우적거리며 흘러가지만 거듭거듭 태어나는 순간순간이 늘 새롭다. 그렇게 끝없이 변화하면서 만들어가는 우리 바깥 모양새에, 하루하루 둘레가 모순과 갈등으로 얼룩진 고통일지라도 기어이 캐내는 삶의 의미들. 그냥 살아버릴 것이 아니라 새롭고 소중하게 거기에다 가을처럼 충만한 느릿느릿 가슴이면, 나지막한 날도 고즈넉한 일일시호일(日日時好日)이다. -성군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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