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와 클래식이 만나 상처를 보듬다
회화와 클래식이 만나 상처를 보듬다
  • 황인옥
  • 승인 2018.11.01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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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렉쳐콘서트 ‘관람의 미학’
정은신 교수·김완 작가 해설
선·색 주제의 단색조 작품에
쇼팽 교향곡 등 입혀 감동 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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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토크 & 렉쳐 콘서트 ‘관람의 미학’ 공연에서 정은신과 김완 작가가 토크를 하고 있다.
대구콘서트하우스 제공

진행자 정은신이 무대에 등장하자 ‘상처’ 이야기를 꺼냈다. 그녀가 “성처는 보통 외면하고 싶어한다”고 운을 떼고는 “서양화가 김완 작가는 좀 다르다”며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정은신은 “김완 작가는 상처와 정면으로 마주하고, 그 상처를 작품으로 승화하고 있다”며 김완 예술의 핵심 정서를 소개하고는 작가를 무대 위로 불러들였다.

지난 30일 오후 7시 30분, 영남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정은신의 진행과 해설로 열린 대구콘서트하우스 기획 클래식 토크 & 렉쳐 콘서트 ‘관람의 미학’의 주인공은 서양화가 김완. 음악과 다른 장르의 결합으로 ‘특별한 관람의 순간’을 제시하는 이날 콘서트는 단색 회화 미술과 음악의 만남으로 꾸며졌다.

먼저 첫 스테이지에서 팽팽하게 날 선 선들을 집적한 단색조의 미니멀한 평면 작품들이 영상으로 비춰졌다. 골판지를 자른 선들의 집적으로 만든 김완의 초기작품들이다.

진행자가 관객에게 작품 감상평을 묻자 누군가가 “숲 같다”고 했다. 조용히 듣고 있던 작가가 “저 선들은 내 상처, 나의 자화상”이라고 작품 설명을 시작했다. “어린 시절 가세가 기울어 원하는 미술대학에 진학하지 못했어요. 제게는 첫 번째 상처였죠.”

미술대학은 좌절됐지만 작가는 계속해서 그림을 그렸다. 각종 공모전에 작품을 출품해 상도 받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공모전에 심사위원으로 초청되기도 하고, 미술학원을 운영하는데 까지 활동력을 넓혀갔다. 하지만 그럴수록 학력 문제가 크게 다가왔다.

“대학졸업을 하지 못한 것이 두 번째 상처로 다가왔어요.” 그의 이야기가 끝나자 앙상블 동성의 연주로 베토벤의 ‘현악 4중주 제15번 A단조 제1악장 아사이 소스테누토’가 연주됐다. 연주에 앞서 정은신이 “베토벤이 가혹한 운명에 맞선 자신을 위해 쓴 곡”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김완과 베토벤의 상처가 오버랩되는 선곡이었다.

이날 두 번째 스테이지의 주제는 ‘빛과 색’. 김완이 “30대 중반에 대학을 가고 대학원까지 졸업했다”며 이야기를 이어가자 푸른색이 압도하는 작품 하나가 영상으로 비춰졌다. 정은신이 숨이 멎을 것 같다고 했다. 깊이감에 대한 언급이었다. “저를 말할때 상처를 빼 놓을 수 없었어요. 그 상처를 작품에 구현하고 싶어졌죠. 그때 골판지를 만났어요. 편의점에 버려진 상자를 해체해서 커트 칼로 잘랐더니 칼자욱이 선명한 선들이 드러났죠.”

이번에는 18살의 약관의 피아니스트 김본휘가 무대에 올라 쇼팽의 ‘발라드 제4번 F단조’를 당당하면서도 힘차게 연주했다. 김완의 아들이라는 설명이 이어지자 객석에서 응원의 박수가 쏟아졌다.

세 번째 스테이지에 소개된 작품에서는 선들이 툭툭 튀어 올랐다. 2차원에서 3차원으로의 변화였다. 김완은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전, 타슈겐트 국제현대비엔날레 초대 및 뉴욕, 북경, 상하이 등에서 기획전을 펼치며 미니멀 회화의 대표주자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3차원은 그런 가운데 시도된 작품이다.

“이름이 알려지고 상업무대에 서게 되면서 살벌한 벌판에 서 있는 느낌이 들었다.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었고, 변화를 시도했다.”

마지막 연주곡은 정은신이 작곡한 ‘피아노 5중주를 위한 별들의 노래’. 작가 심향의 작품 ‘스타필드’를 모티브로 했다는 설명이 더해졌다. 심향과 김완은 갤러리 팔조 소속 작가로 지난해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전에 나란히 초청됐다.

심향 역시 신체적 장애를 극복하고 작가로 살고있다. ‘상처’를 미술과 음악으로 승화한 김완과 베토벤 그리고 심향을 만나는 이번 콘서트는 소박하지만 인문학적 울림이 큰 공연으로 다가왔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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