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나그네 - 나그네새의 삶터 찾기
우리 모두는 나그네 - 나그네새의 삶터 찾기
  • 승인 2018.11.01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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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지난여름 세상을 떠난 가수 최희준이 부른 ‘하숙생’이라는 노래에는 ‘인생은 나그네 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구름이 흘러가듯 떠돌다 가는 길에…’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역시 최희준이 부른 ‘길 잃은 철새’라는 노래에도 ‘무슨 사연이 있겠지, 무슨 까닭이 있겠지, 돌아가지 않는 길 잃은 철새…’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아시다시피 나그네는 ‘제 고장을 떠나 다른 곳에 머물거나 떠도는 사람’으로서 여객(旅客), 행객(行客) 또는 길손으로 불립니다. 처지가 다른 만큼 따르는 사연도 많습니다.

‘정처 없는 나그네’라고 하면 갈 곳이 정해져 있지 않은 고달픈 신세를 가리키고, 그리하여 ‘나그네를 재워 보내다’라고 하면 적선(積善)을 한 것으로 받아들여집니다.

그런데 들어온 나그네가 도리어 주인을 내는 일도 있어서 ‘나그네 주인 쫓는 격’이라는 속담이 생겨나지 않았을까 합니다. ‘주객전도(主客顚倒)’가 되었으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나그네 세상(世上)’이라고 하면 크게 보아 ‘덧없는 세상’이라는 뜻을 지닌 관용구가 됩니다.

앞서 최희준의 노래는 모두 사람의 모습을 나그네와 철새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도 ‘나그네새’로 불리는 조류(鳥類)들이 있습니다. 북쪽 번식지로부터 남쪽 월동지로 이동하는 도중 봄과 가을에 우리나라를 지나가면서 잠깐 머무는 새들을 가리킵니다. 한반도보다 북쪽에서 번식하지만 동남아시아, 호주 등지에서 월동하는 종(種)을 통칭하여 가리키고 있습니다.

철새는 한 철을 온전히 이곳에서 보내는데 비해 나그네새는 매우 짧은 기간만 머뭅니다. 나그네새에게 이곳은 최적지(最適地)는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나그네새는 번식을 위해 봄철 한반도를 잠시 동안 스쳐 지나가기 때문에 여름철에는 볼 수 없고, 북방에서 번식을 마친 후 가을에 동남아시아로 이동할 때 한반도의 숲과 해안가에 잠시 모습을 드러냅니다. 나그네새에 속하는 도요류 대부분은 봄·가을에 큰 무리를 이루어 한반도 서해안의 갯벌, 염전, 논을 통과하며, 참새목 조류는 주로 남서해안에 위치한 외딴 섬을 통과합니다.

그래서 애호가들은 이 시기에 맞추어 탐조 활동을 전개합니다.

그런데 이 무렵 이 새들이 조용히 지나간다면 글자 그대로 나그네새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조용히 지나가는 것이 되겠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생긴다면 다소 원망스럽겠지요. 나그네새가 일시에 내려앉아 텃새들의 먹이를 모두 먹어치운다거나 보금자리를 차지하여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새들을 괴롭힌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나그네새들이 일제히 갯벌에 내려앉으면 텃새들과의 전쟁이 시작됩니다. 따지고 보면 텃새들도 그 옛날에는 나그네새였으나 이곳에 먹이가 많은데다 기후가 점점 변하여 살아가기 좋게 되자 붙박이게 된 입장이기는 합니다.

나그네새에 비해 철새는 여름과 겨울에 이곳에 찾아와 번식을 하고 계절이 바뀌면 다시 돌아갑니다. 여름철새인 제비는 따뜻한 봄에 찾아와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며 여름 한철을 다 보내고 가을이 되면 다시 따스한 남쪽으로 길을 떠납니다. 잠시 들리는 나그네새와는 달리 상당히 오래 머뭅니다. 그러나 크게 보아 이 땅을 찾아왔다 다시 떠난다는 점에서는 나그네새와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인생도 이 나그네새들과 무엇이 다를까요? 이 세상에 왔다가 한 세상 보내고는 모두가 다시 먼 길을 떠나고야 맙니다. 아름답게 왔으니 아름답게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만약 제 할 일을 잃고 그저 헤매기만 한다면 그야말로 ‘길 잃은 철새’가 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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