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m 아래 빙하수로 몸 던지고 타닥타닥 빗속 걸었던 초록융단
43m 아래 빙하수로 몸 던지고 타닥타닥 빗속 걸었던 초록융단
  • 박윤수
  • 승인 2018.11.01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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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남섬 여행과 밀포드 트레킹
카와라우 번지센터 - 밀포드 트랙

박윤수의 길따라 세계로-뉴질랜드 남섬 여행과 밀포드 트레킹<6>

뉴질랜드 6일차 오늘은 애로우타운 관광과 번지점프, 그리고 내일 밀포드트레킹을 위한 현지 여행사 사전 미팅이 있는 날이다.
 

카와라우번지점프1
카와라우 번지점프.

세계 최초의 번지점프장
에이제이 해킷 카와라우센터
발목에만 줄 묶어 낙하 '아찔'
스카이다이빙 도전 욕심 생겨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번지점프장으로 갔다. 에이제이 해킷 카와라우 번지 센터(AJ Hackett KAWARAU Bungy Center)는 1988년 세계 최초로 뉴질랜드의 해킷이라는 사람이 번지점프를 상용화한 곳이다. 카와라우강 위의 폐 철로에서 발목에 줄을 메고 43m의 높이에서 짙은 에머럴드빛 카와라우으로 뛰어 내리는 멋진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거금 195뉴질랜드달러(NZD)를 지불하고 약 1시간을 대기하다가 점프, 짜릿한 무중력 상태를 경험했다. 부드러운 수건으로 발목을 감싸고 번지 점프용 로프를 촘촘히 묶고 번지 점프대에 서니 가슴이 두근거린다. 스태프는 멀리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라고 한다. 3, 2, 1, 번지! 구호에 맞춰 푸른 강으로 몸을 던진다. 자유낙하 하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발을 낚아채며 다시 몸이 하늘로 솟구친다. 두어번 반복 후 보트에 내려, 다시 다리로 돌아 온다.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든다.

이곳은 2001년 개봉된 이병헌 주연의 ‘번지점프를 하다’가 촬영된 곳이다. 뉴질랜드에서 번지점프를 꼭 해보고 싶었는데, 기념 T셔츠를 사 입고 멋지게 점프에 성공한 것이다. 히말라야 포카라에서의 패러글라이딩, 그리고 뉴질랜드 번지점프, 나머지 하나 더 해보고 싶은 것은 경비행기에서 점프하는 스카이다이빙이다.

애로우타운(Arrow Town)은 19세기 초 금광이 발견되며 개발된 곳으로, 도시 전체가 영화세트처럼 옛모습을 간직 한 곳이다. 퀸즈타운에서 걸어서 10여분도 안 걸리는 애로우타운은 아주 작은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관광객들로 넘처났다. 특히 유제품등은 퀸즈타운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다. 관광도 하고, 각종 유제품, 양털제품과 박물관 등을 둘러보고 개울가에 둘러 앉아 간단하게 점심을 먹었다.

퀸즈타운의 밀포드트레킹 현지여행사(Kiwi Discovery)에 들러 미리 예약한 밀포드 비가이드 트레킹 스케줄을 확인했다. 트레킹 동안 필요한 스틱 등 용품도 빌리고, 트레킹 예약바우처 및 테아나우까지의 왕복차량 승차권 그리고 퀸즈타운의 숙소 예약증을 받아 유스호스텔 8인실에 체크인하고 렌터카는 시내에 있는 렌트카 사무실에 반납했다.

도심의 가로는 여유 주차공간이 없다. 현지 숙소에 트레킹에 불필요한 캐리어등 큰 짐을 맡겨 놓으려니 꽤 많은 보관료를 달라고 한다. 혹시나 해서 여행사 측에 문의하니 트레킹 기간 무료로 맡아 보관해준다고 한다.

원시림 그대로의 밀포드 트랙
퀸즈타운서 테아나우 다운스 거쳐
출발지 ‘글레이드 선착장’ 도착
트레킹 경로 일방통행이라 수월
프레자일 에어리어 습지대
잘 보존된 풍성한 이끼 눈길
사냥하는 키위새도 만나
연간 강수량 7천~9천㎜
방문자센터 우의·방수포 비치
여행자 “이렇게 아름다운 길을
비 맞으며 언제 걸어보겠나”

뉴질랜드 7일차, 드디어 밀포드트랙을 향해 출발한다. 새벽 퀸즈타운은 비가 내린다. 두고 갈 짐은 퀸즈타운 내 키위여행사에 맡겨놓고 3박4일 동안 메고 다닐 배낭을 꾸렸다. 버스는 시내 각호텔을 돌아 여행객들을 태우고 테아나우를 향해 출발했다.
 

글레이드선착장
밀포드글레이드 선착장에서 등산화를 소독하는 트레커들.

약 세 시간쯤 걸려 테아나우에 있는 피요르드 국립공원 방문자센터 정류장에 도착했다. 아침부터 내리던 가랑비로 모두 비옷을 꺼내 입고 버스정류장에 내려 방문자센터로 걸어 간다. 방문자센터에 트레킹 바우처를 내고 3일간 산장 숙박증, 테아나우 다운스에서 글레이드 선착장(Glade Wharf)까지의 배 승선표, 방문자센터에서 테아나우다운스까지의 버스탑승권을 받았다. 비 오는 테아나우는 을씨년스럽다. 연간 7천~9천mm에 이르는 강수량을 가진 지역의 특성답게, 많은 강과 폭포, 다리들이 트레커들을 환영하고 있으며, 다양한 동식물들의 생태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 태즈먼해에서 불어오는 습한 공기가 서던알프스산맥에 부딪혀 밀포드트레킹은 비를 만날 확률이 높다고 한다. 그래서 방문자센터에서는 각종 우의와 트레킹기간 동안 먹을 것을 건조한 간편식, 그리고 배낭의 내용물이 젖지 않도록 하는 방수포도 비치돼 있다. 우리는 미리 김장용 비닐을 준비 해서 옷가지 등을 잘 여며놓았다.
 

밀포드트랙표지판
밀포드 트랙 표지판. 왼쪽 위에 뉴질랜드 환경부의 영어 표기 ‘Department of Conservation’과 마오리어 표기 ‘te papa atawhai’가 나란히 적혀 있다. ‘테 파파 아타화이’는 ‘보물을 담는 상자’라는 뜻이라고 한다.

12시15분 방문자센터를 출발, 테아나우다운스의 선착장으로 30여분 버스를 탔다.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테아나우강을 거슬러 글레이드 선착장으로 1시간가량 이동했다. 선착장에 도착하자 등산화를 소독조에 담가 소독한 후 뭍으로 내려선다. 이제 밀포드트랙에 들어섰다. 세찬 바람과 비가 흩날린다. 가이드팀들과 같이 트랙 입구에 들어선다. 첫날 우리가 묵을 숙소는 선착장에서 약 5km 떨어진 클린턴 헛(Clinton Hut)이다. 가이드가 인솔하는 팀은 출발지점에서 약 1.6km에 위치한 글레이드하우스에 묵는다. 우리 숙소와는 1마일 이상 떨어져 있다.
 

밀포드트랙
비옷을 입고 걷는 트레커들.

트레킹은 일방통행으로 앞으로만 계속 진행하기에 헤메는 일 없이 쉽게 목적지인 샌드플라이(Sandfly)까지 이동할 수 있다. 밀포드트랙의 백미는 자연 그 자체이다. 수십개의 아름다운 폭포, 1천152m의 맥키논패스에서 내려다 보는 뉴질랜드의 아름다운 경치, 이끼와 양치식물 등 원시림 그대로의 자연을 걸을 수 있다. 또한 연중 많은 비가 내리는 밀포드사운드는 비가 오는 풍경 그 자체가 아름다운 추억이 된다. 실제로 많은 트레커들이 비를 맞으며 트레킹을 하고 있는데, 그들이 하는 말은 모두 같다. “앞으로 언제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비를 맞으며 걸어 볼 수 있을까?”
 

클린턴강
클린턴 강의 출렁다리.

클린턴강을 가로지르는 현수교를 건너 강을 따라 너도밤나무숲길을 걸어가다보면 프레자일 에어리어(Fragile Area) 습지대가 보인다. 나무 데크 길을 따라 습지에 들어서니 온갖 이끼들이 잘 보호되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비도 잦아들며 파란 하늘이 언듯언듯 보인다. 늪지대 보도 옆에서는 날지 않는 키위새가 우리 일행을 피하지도 않고 먹이사냥에 열심이다. 습지를 나와 다시 클린턴 협곡을 따라 아름다운 숲길을 걷는다.

오후 4시가 다 되어 클린턴 헛에 도착하니 우의를 벗어도 될 정도로 날이 갰다. 산장의 방명록에 침상 번호를 기입하고 일단 배낭을 풀었다. 산장의 시설을 둘러 보았다. 화장실은 외부에 수세식으로 되어 있으며 온수는 제공되지 않는다. 주방에는 가스레인지와 개수대, 식탁이 있고, 숙소에는 칸막이가 없는 오픈형으로 2단 침대와 스폰지매트리스가 있어, 가지고 간 침낭을 펴서 자도록 되어 있다. 전기시설은 주방에만 있고 숙소에는 없다. 밀포드트랙의 첫날을 기념하기 위해 어제 사서 가지고 온 등심스테이크와 볶음밥, 한국에서 가져온 소주로 간단히 축배를 들었다.

<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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