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중심 대학입시제도 이대로 좋은가
내신중심 대학입시제도 이대로 좋은가
  • 승인 2018.11.0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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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행정학박사
객원논설위원


3개월 전 불거진 서울 강남 S여고의 시험지유출 의혹사건은 쌍둥이 딸들의 내신 성적을 높이기 위해 시험문제를 유출했다고 의혹을 받고 있는 전직 교무부장인 아버지가 구속됨으로써 법정에서 진실이 가려지게 되었다. 각종 자료들에 의해 나타나고 있는 합리적인 의심들에 대해 본인들은 극구 부인(否認)하고 있지만, 법원은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이 있고, 범행의 특성, 피의자와 공범과의 관계, 수집된 증거자료 및 수사의 경과에 비추어볼 때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하였다. 이제 진실이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교육자로서의 신분을 망각하고 자식을 위해서라면 어떤 범법행위도 서슴지 않고 행하는 삐뚤어진 부정(父情)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이번 사태는 현행 대학입시에서 70%에 가까운 학생들이 내신을 바탕으로 하는 학생부종합전형과 교과전형으로 진학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전 국민의 관심사인 대학입시의 근간인 내신의 신뢰성에 큰 치명타를 입히는 매우 중차대한 사건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대입제도의 근간인 내신의 신뢰성을 훼손하는 크고 작은 범죄들은 수없이 있어나고 있다. 금년에만 해도 각종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지난 7월 광주 모 고교에서는 행정실장이 시험지를 복사해서 학부모에게 전달하다 적발되었고, 경기도에서는 교사가 학교운영위원 자녀의 생활기록부를 수정하다 적발되었으며, 그 외에도 시험을 앞두고 학생들이 교무실에 침입하여 시험지를 훔친 것이 적발되어 재시험을 치르는 소동이 일어나는 등 내신 성적과 관련하여 각종 범법행위들이 전국적으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교육부에서는 내신비리를 예방하기 위하여 교사인 부모와 자녀가 같은 학교에 있지 못하도록 상피제를 도입하고 시험지 인쇄 · 보관실에 폐쇄회로를 설치하겠다는 등의 방안을 내놓았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의 본질은 공교육의 정상화를 근간으로 하는 내신중심의 대학입시가 주류를 이루는 한, 소위 명문대학에 진학하려고 하는 학생들의 열망과 명문대학에 자녀를 진학시키려고 하는 부모들의 욕망 및 명문대학에 많은 학생들을 진학시켜 명문 고등학교라는 명성을 얻고 싶은 단위학교의 욕심으로 내신비리 문제는 항상 상존하고 있다는데 있다. 이는 극히 일부 사립고교의 입시홍보장을 가보면 학교 차원에서 내신을 관리하여 준다고 공공연하게 이야기하는 것에서도 잘 알 수 있다. 학교차원에서 내신을 관리하여 준다는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매우 궁금하다. 또한 학부모사회에 회자되고 있는 자녀들의 고등학교 진학시 ‘학교는 사립학교로, 딸은 남녀공학으로 아들은 남고’로 라는 말에서 자녀들을 어디로 진학시켜야 내신을 잘 받을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흔히 우리 사회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가장 민감한 문제를 물으면, 단연 대입제도 변화라고 이야기 할 것이다. 이로 교육열로 인해 모든 국민이 교육에 관한 한 전문가라해도 지나침이 없다. 정말 전문가인지 아닌지는 논외로 하고, 아무리 사회적으로 명성이 높은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자녀들의 교육문제에 관해서는 극단적인 이기주의에 빠져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는 고위공직자들 청문회에서 등장하는 단골 메뉴가 바로 자녀 교육을 위한 위장전입이라는 것이고, 이 문제는 분명히 불법(不法)이고 형사적으로 처벌받아야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너그럽게 넘어가고 있다는 데에서 잘 나타난다.

대학입시에서 내신과 수능의 비율을 어느 정도로 하는 것이 가장 공정한 것인지, 수시와 정시의 비중을 어느 정도로 해야 가장 공정한 것인지에 대한 정답은 없다. 이를 위해 금년에 구성한 대학입시개편을 위한 공론화위원회에서도 결론을 짓지 못한 문제인 것이다. 다만 교육부가 지난달 22일 202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하면서 수능전형비율을 30%이상 확대를 권고하였는데, 이에 대해서도 많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그 이유는 이미 상당수의 대학들이 수능으로 30%를 선발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와 별반 다를 게 없고, 반영 비율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고등학교의 모든 교과운영이 대입제도에 매몰되어 있는 현실에서 고등학교 공교육의 정상화와 내실화를 기하기 위해 내신을 중심으로 한 대입제도는 나름대로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일반고, 특수목적고 등등 각 단위학교의 여건이 매우 다름을 감안할 때 내신과 수능의 적정비율에 대해 공정성이라는 측면에서 다시 한번 심도 있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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