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뻑 젖어 보기 전에는 말하지 마라
산성 오염비 누명 씌울거라면
낙수물 떨어지는 소리로 만족해라
시커먼 하늘 좋아해 본 적 있는가
천둥 번개를 좋아해 본 적은
시커먼 멍 너울 다독여 주지 않으려거든
좋아한다 말하지 말라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는 청춘
소나기를 닮아 있다
맘 속 날씨 들죽날죽 이라고
좋아한다 말하지 말라
갈 비가 자주 오면 겨울이 빨리 온다는데
올 가을은 잠시 쉬어 가려나 보다
◇정을숙= 1966년 경상남도 마산에서 태어나 마산여상 졸업 후 진해에 거주하며 낙동강문학 창간호 동인으로 문학 활동을 시작했다. 시민문학 기획위원, 낙동강문학 편집인을 지냈으며 한국시민문학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해설> 뭉게구름처럼 희열감이 떠오르는 밝은 마음에는 병이 깃들 수 없다. 그런 맑은 날 도서관에 가면 나를 사랑하는 기술을 터득할 수 있다. 내 어린 모습이 방긋 웃는 날, 스스로를 인정하고 사랑하면 겉치레 때문에 표출하지 못했던 깊게 감춰진 천진난만한 신뢰와 갈망을 찾을 수 있다. 평화는 밝은 마음과 절대 긍정의 동의어. 앞으로는 신나게 뭔가 좋은 일을 할 것 같아서 ‘미안해’ 보다 ‘고마워’란 말을 더 많이 해야겠다. -성군경(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