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거위를 노래하다’ 미묘하고 섬세한 남녀의 ‘군산이몽’
‘군산:거위를 노래하다’ 미묘하고 섬세한 남녀의 ‘군산이몽’
  • 배수경
  • 승인 2018.11.08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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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일·문소리·명계남 등
자타공인 명배우 대거 출연
잔잔한 분위기 속 웃음 ‘툭’
군산
영화 ‘군산:거위를 노래하다’

9일 개봉한 ‘군산:거위를 노래하다’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시네아스트 장률의 11번째 영화자이자 제 23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프레젠테이션 상영작으로 문소리, 박해일 등 주연배우의 이름만으로도 주목을 받았던 영화다.

한때 좋아했던 선배의 아내 송현(문소리)과 전직 시인 윤영(박해일)은 술김에 군산으로 떠나 적산가옥 민박집에서 며칠을 보낸다. 송현은 “남자들이 이 세상에 왜 태어났는지 아니? 여자들에게 상처주려고”라고 말하지만 군산에서 또다른 사랑을 꿈꾼다. 민박집 주인(정진영)을 바라보는 그녀와 그녀를 바라보는 윤영, 그리고 윤영을 바라보는 민박집 딸(박소담)의 엇갈린 시선을 그들의 미묘하고 섬세한 감정선과 함께 따라가다보면 120분이라는 상영시간이 잠깐의 여행처럼 느껴진다.

‘하는 짓도 하는 일도 이름도 애매한’ 윤영처럼 이 영화는 시간상으로 중간에서 시작해서 중간에서 끝이 난다. 심지어 ‘거위를 노래하다’라는 영화 타이틀조차도 영화의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나타난다. 재중동포 출신 감독은 조선족 차별에 대한 소재도 함께 다루고 있다. 윤동주 시인이 연변에서 계속 살았으면 조선족이 되었을 것이라는 대사가 어쩌면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도 모른다. 조선족의 인권을 위한 시위에 참여하지만 자신이 조선족으로 오해받자 기분나빠하는 송현의 모습도 아이러니하다.

타이틀 ‘거위를 노래하다’는 중국 당나라 낙빈왕이 지었다는 한시 ‘영아(영鵝)’에서 따왔다. 윤영의 돌아가신 어머니가 그를 불렀던 호칭이기도 하고, 윤영의 집에서 기르는 거위와 함께 중국집에서 술에 취한 윤영이 한시 ‘영아’를 읊으며 거위춤을 추면서 언뜻 언뜻 제목을 드러낸다. 너무 잔잔해서 자칫 지루해질수도 있지만 예상치 못한 장면들에서 웃음포인트를 발견할 수 있다.

주연배우인 문소리, 박해일 외에도 정진영, 박소담, 문숙, 명계남, 윤제문, 이미숙 등 이름만으로도 존재감이 있는 여러 배우가 등장한다. 문숙이 군산의 칼국수 집 주인으로 등장하는데 극 중 이름이 ‘백화’이다. 장감독이 좋아했던 영화 ‘삼포가는 길’(1975년작)에서 그녀가 맡은 배역의 이름이 백화였다는 것을 알고 보면 재미있다.

영화 ‘군산:거위를 노래하다’를 보고 나면 갑자기 군산으로 떠나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고요하고 잔잔한 영화이니 팝콘을 사들고 갔다면 먹을 타이밍을 못찾을 수도 있으니 주의할 것. 배수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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