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배우는 세계가 있다
아이들에게 배우는 세계가 있다
  • 승인 2018.11.08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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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선 대구교육대
학교교육대학원 아
동문학교육 전공강
세계는 보여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떠나야 한다. 책을 통해 가슴에 담았던 어렴풋한 감각들이 덴마크 여행에서 안델센의 동상을 만났을 때, 독일 여행에서 괴테의 생가를 찾았을 때, 스페인 여행길 론다 거리에서 헤밍웨이 두상을 만났을 때, 그들이 빚은 작품 속 향기가 진하게 가슴을 뛰게 하였다.

그러기에 단풍 물드는 이 가을에는 가까운 일본으로 떠나 그 나라 문학 작품에 물들어 보고 싶다. 일본 문학 작품이라면 2004년까지 일본 천엔 지폐에 사진이 올라 있었던 나스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생각할까? 추리소설책을 60권 쓴 하가시노 게이고를 생각할까? 그가 쓴 ‘붉은 손가락(적지)’은 살인 추리소설이라 내게는 그다지 흥미가 없었다. 그보다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랑겔한스섬의 오후’에서 말하던 소확행이 흥미롭다. 그가 소확행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원조라는 의미에서 호감을 느끼고 ‘1Q84’를 읽어보았다.

그렇지만 내가 언제나 감동한 작품은 하이타니 겐지로의 작품들이다. 오키나와 토카시키섬에 가서 2006년에 작고한 그의 작품들 향기를 깊이 들이마시고 싶다. 그의 첫 장편동화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는 63판 발행 베스트셀러가 되고, 1978년 국제 안데르센상 특별 우수작품으로도 선정되었다. ‘태양의 아이’, ‘모래밭 아이들’, ‘소녀의 마음’, ‘손과 눈과 소리와’, ‘하늘의 눈동자’ 등의 책을 썼는데 각박하고 소외된 현실 속에서 희망의 빛을 잃지 않는 따뜻한 사람들 이야기이다. 그는 17년간의 교직을 그만두고는 오키나와의 토카시키 섬에 살면서 자연 속에 사는 사람들의 낙천성과 생명력, 상냥함을 배우며 시골 이야기 시리즈로 ‘우리 가족, 시골로 간다’, ‘하늘이 나눠 준 선물’, ‘맨발로 달려가’, ‘생명은 서로 기대어 살지요’, ‘모두 다 생명이에요’ 같은 작품을 썼다. 여행을 떠나기 전, 1990년대에 읽었던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장편동화를 다시 읽어보았다. 그 옛날에 읽었을 때는 그의 수업 방법이 마음에 남아 따라해보기를 즐겼다. 빌려온 지식은 통용되지 않으며 오로지 독사(참된 인식)를 이끄는 질문으로 아이들을 가르친 그의 수업방법에 이끌려 교사 시절에 우리 반도 토론을 즐겨했다. 이 책의 주인공 초임 여교사가 쓰레기 처리장 동네 아이들을 만나 학부모들과 부딪히며 사회적인 문제에 눈 뜨고 아이들을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도 교사로 살아가는 내 이야기 위에 덧입혀져 울며 읽은 기억이 있다. 주인공 데쓰조오는 부모 없이 할아버지랑 쓰레기장 근처에 살다보니 자연 친하게 된 파리를 잡아 연구하는 취미를 갖는다. 글씨도 모르고 반항적이지만 파리에게 그토록 섬세한 관심과 애정을 쏟으며 연구하는 과정에서 선생님께 글씨도 배우고 자기 마음도 다잡으며 자라난다. 그 과정에 선생들은 쓰레기 처리장 가까이 사는 아이들이 급식 당번하는 것을 비난하는 학부모들의 항의 등 버겁고 외로운 교사의 길을 걸어간다. ‘내가 만난 아이들’ 책을 보면 하이타이 겐지러 자신이 교사로서 경험한 이야기를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장편동화로 풀어내었음을 말해준다. ‘내가 만난 아이들’에서 그는 자신의 어린 시절 가난을 통해 제자들의 결핍을 받아들이며 아이들 영혼에 다가가려고 노력했던 자서전 같은 이야기를 썼다. 내가 그에게 공감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배우는 세계가 있다”는 그의 믿음이다. 그는 물건을 훔친 제자에게 쓴 편지가 어린 시절, 먹을 것이 없어서 옥수수 훔치러 간 자신에게 하는 말 같다고 고백했다. “선생님은 왜 나를 예뻐해 주세요?” 라는 글은 다른 교사들이 그 아이를 차별했다는 구체적 증거라고 했다. 반항하는 아이들 행동 속에 자신의 인간성과 상냥함을 지켜내려는 의지가 있음을 헤아린 그의 인격에 감동했다. ‘절망과 맞부딪쳐 이겨내지 않고서는 진정한 상냥함을 지닐 수 없다’는 철학자 하야시 다케시의 말을 학생들에게 실현시켜 준 참 교사였다.

자신을 돌아본다. 2년제 교육대학을 졸업하면 취직이 되었던 우리시대에 교육대학은 거의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선택한 길이었다. 처음에는 희미한 사명감으로 들여놓은 길이었지만 제자들이 가진 가난이 싸구려 선생을 확고한 사명감으로 이끌어갔다. 그것은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일이었고 가난하게 살았던 어린 시절 경험이 내가 맡고 있는 제자들의 마음을 더 깊게 이해하고 보듬는 자원이 되었다. 하이타니 겐지로가 머물었던 오키나와섬은 아이들에게서 하나의 생명 속에 수많은 죽음이 살아 있고 온갖 고통과 번민이 깃들어 새로운 생명을 길러내고 미래를 만들어 간다는 생각을 배우며 그들을 보듬는 실천을 이어간 섬이다. 그는 그 섬에서 실성한 노인의 안전을 위해 온 주민이 찾아다니는 인간의 상냥함과 긍정의 뿌리도 배웠다고 했다. 2006년에 작고한 그의 행적이 아직 그 섬에 남아 있을까? 그래도 그의 향기가 그리움 속에서 나를 부르고 있다. 오키나와 토카시키 섬! ‘아이들에게 배우는 세계가 있다!’ 그 섬으로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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