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수평선·섬… 행복이 살아숨쉬는 풍경
바다·수평선·섬… 행복이 살아숨쉬는 풍경
  • 황인옥
  • 승인 2018.11.11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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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희 초대전 혼다아트라운지
‘섬’ 연작 신작 등 30여점 선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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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희 초대전이 12월 2일까지 열린다.

작가 박성희는 광활한 남해바다 위 올망졸망한 섬들 앞에서 넋을 잃곤 했다. 끝없이 펼쳐지는 수평선과 잔잔한 파도 사이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섬들의 향연에서 무인지경 선계(仙界)를 보는 듯 황홀함을 느꼈다. 그녀는 ‘섬(ISLAND) 연작에서 옥빛 바다 위를 점처럼 부유하는, 흡사 신선의 세계처럼 신비로운 섬들의 절경을 표현했다. “섬을 그리면서 비로소 뭔가를 찾은 느낌이었어요. 섬을 만나면서 행복해졌어요.”

서양화가 박성희 초대전이 대구 수성구 들안길에 위치한 혼다아트라운지에서 열리고 있다. ‘섬’ 연작 신작을 포함해 30여점을 걸었다. 작가의 ‘섬’ 연작 중 기존에 소개했던 작품들과 최근 변화한 신작을 동시에 만날 수 있다.

‘섬’ 연작 초기 작품에는 구상과 추상을 동시에 구사했다. 광활한 바다를 몇 겹으로 잘게 쪼갠 수평선으과 화려한 색으로 가르고, 화룡점정같은 섬들을 바다 여기저기에 흩어놓았다. 추상이 가미됐지만 찬찬히 보면 바다풍경이 드러났다. 하지만 신작에서는 추상성을 보다 강화했다. 형태를 버리고 파동같은 운동감으로 섬들을 드러내고, 섬과 섬을 파동의 연결로 이어놓았다. 물론 색은 여전히 강렬하다.

“전작에서 어느 정도의 공통된 형식을 추구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그것을 허물고 싶었졌어요. 일종의 일탈이었죠.” 그렇더라도 수평선은 여전히 평면에서 건재한다. “수평선의 안정된 느낌이 좋아요. 불안한 것보다 훨씬 좋으니까요.”

처음부터 바다풍경을 그린 것은 아니었다. 작업초기에는 오방색을 모티브로 한 전통 보자기를 독자적으로 해석했다. 전통 보자기 특유의 기하학적 패턴과 색상을 재해석한 것.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림과 작가가 겉도는 감을 받았다. 그리기가 행복하지 않았다.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생각에서 오방색과 전통보자기를 차용해서 그렸던 것 같아요. 제가 원해서 했다기보다 세상이 어떤 그림을 원할까에 대한 응답이었다고 할까요? 그래서인지 그리면서 불편했고, 힘이 들었어요.”

광활한 바다와 수평선 그리고 아찔하게 아름다운 섬들을 그리면서 작가의 마음에 평안이 찾아들었다. 광활한 바다, 수평선, 섬이 주는 공간감에서 안도감을 느꼈다. 사실 공간에 대한 욕구는 오랫동안 그녀의 잠재의식을 지배해온 화두였다.

“어린시절 부모님과 할머니, 고모, 삼촌 그리고 우리 5남매가 한 지붕 아래 살다보니 제 공간이 없었어요. 늘 미싱 아래나 책상이나 피아노 의자 아래 들어가 놀았죠. 왠지 그런 곳에 있으면 안정감을 느꼈죠.”

자신만의 공간에 대한 잠재된 욕구가 수평선과 섬들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바다와 섬 풍경은 단조롭다. 기껏해야 잔잔하거나 비바람 치거나 둘 중 하나다. 하지만 그녀의 바다는 그야말로 다채롭다. 평면 속 색상과 정서가 각양각색이다. 무슨 조홧속을 부린 걸까? 그녀가 “동틀 때나 석양이 타들어갈 때, 그도 아니면 잔잔한 파도 속이나 휘몰아치는 폭풍우 속 등 바다에 수많은 스토리를 입혔다”고 했다.

“그날 기분에 따라 표현이 수없이 다양하게 변해요. 자연의 일부를 옮겨 놓으면서 그 속에 나 자신 동화되고 마침내 자연의 일부가 되죠. 그래서 섬을 그리는 것은 제게 늘 행복이랍니다.(웃음)” 전시는 12월 2일까지. 053-784-9000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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