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낙엽을 쓸고 다니는 오후, 겨울을 재촉하는 스산한 바람에 낙엽 한닢이 발 끝에 걸린다. 은행잎이다.
거리에 온통 은행잎이 날리는 계절이 오면, 그리운 장소가 있다.
달성군 구지면 낙동강 변에 자리잡고 있는 도동서원에는 서원의 역사 만큼이나 오래된 은행나무 한그루가 있다.
이 지역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초등학교 단골 소풍장소였던 도동서원과 노랗게 물든 커다란 은행나무를 기억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앨범 속에는 오래된 이 은행나무를 배경으로, 다정했던 사람, 그리운 사람들과 찍은 빛바랜 사진 한 장 쯤은 간직되어 있을 것이다.
이제는 가버린 시간과, 떠나버린 사람들과, 떠나가는 계절을 그리워 하며 낡은 앨범을 뒤적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