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세습 진상을 철저히 밝히라
고용세습 진상을 철저히 밝히라
  • 승인 2018.11.12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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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화(변호사/ 前 대구고등법원 판사)
경희대학교 캠퍼스에 대자보가 붙었습니다. ‘누가 이 나라를 망치는가’라는 제목의 대자보는 “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은 현대판 음서제이고, 국민들이 54:1로 경쟁할 때,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경영진 목까지 졸라 얻은 결과”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를 비롯해 다수의 대학교 대자보와 게시판에 고용세습을 강력히 비판하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한 대학생포럼 대표는 “서울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고용의 질이 좋아졌다고 설명하지만, 사실상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공채의 문은 좁아지고 노조 담합만이 확장됐을 뿐이고, 이러한 노조의 담합은 모두를 절망케 한다”라고 탄식했습니다.

서울교통공사는 올해 초 무기계약직 1285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존 직원의 아들, 딸, 며느리, 배우자 등 친인척이 무려 108명(11.2%) 포함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한국마사회도 2018년도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한 5519명 중에서 재직자의 친인척이 98명에 이릅니다. 종전에 마사회가 운영하는 경마공원 아르바이트는 상당수가 마사회 직원이 친인척을 ‘꽂아주는’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이렇게 들어온 친인척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시설공단의 혼잡통행료 징수원 48명 중 10명은 서울시설공단 직원의 배우자로 밝혀졌고, 이들은 계약직으로 입사한 후 정규직으로 전환되었습니다.

고용세습은 비단 위 공기업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인천교통공사, 한국가스공사, 한전KPS 등이 그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이는 공기업 내부에 친인척 연줄을 가진 사람이 미리 정보를 빼내 비정규직으로 승선한 후 정규직으로 변신하는 조직적, 구조적 비리에 근거한 것입니다.

이런 고용세습 비리에 참으로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한편으로 ‘설마 저 정도일까? 믿을 수가 없다’라는 생각이 앞섭니다.

사기업체에서 단체협약을 통해 노조원이 퇴직하면 그 자녀가 입사하는 소문은 듣기는 들었지만 이마저도 충격적이긴 했습니다. 그런데 공기업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에 충격적이고 경악합니다.

요즘 청년을 둔 부모들끼리 질문해서는 안 되는 금기사항이 있습니다. “자네 애는 어디 취업해 다니나?”라는 질문입니다. 그만큼 청년 실업은 본인에게 상실감과 실망감을 안겨주는 것에 나아가 가족 전체에 어두움을 드리는 매우 아픈 현실인 것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고용세습에 대하여 분노하는 것입니다.

특히 공공기관에 취업하기는 유치원 때부터 대학 졸업까지 엄청난 노력과 비용을 투입하고도 수백 대 일의 경쟁을 뚫어야 하고 주변에 합격하는 예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재직자의 친인척이라는 못된 이점을 가지고 버젓이 정규직화하는 것은 사회에 대한 중대한 범죄입니다.

이제 중앙정부 공기업이나 지방공기업 전부를 조사하여 재직자와 친인척 관계에 있는 사실을 밝히고, 채용과정에서 약간의 부당함이 있다면 그 채용을 취소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채용과정에 개입한 당사자와 공기업 담당 직원 등을 형사고소해서 처벌해야 합니다. 최근에 문제되었던 대구은행 채용비리는 이런 공기업 고용세습에 비하면 오히려 가벼운 것으로 보일 정도입니다. 적어도 당시 인사 담당자들은 자신의 친인척들을 고용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은행장은 실형을 선고받고 실무진은 은행을 나가야 하는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문제되는 공기업 담당자의 형사처벌을 중하게 하고, 이를 묵인한 경영진 역시 이를 알았다면 같이 처벌하고 문책하여야 합니다.

사기업의 고용세습도 이번에는 문제 삼아 국가 전체의 고용질서를 다시 한 번 확립해야 합니다. 사기업의 고용세습 역시 사회상규에 반하는 조항으로 민법상 무효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기업 경영진도 노조에만 끌려 다니지 말고 적극적으로 정의를 실천하여 회사의 경쟁력을 이끌어 나가야 합니다. 고용세습은 이 나라를 망하게 하는 독버섯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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