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조각거장, 형태의 새 가능성을 열다… 우손갤러리, 토니 크랙展
영국 조각거장, 형태의 새 가능성을 열다… 우손갤러리, 토니 크랙展
  • 황인옥
  • 승인 2018.11.1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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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작 ‘이성적 존재’ 중심 13점
인간 상반신 가로로 재구성한
회전하는 원주 형태 작품 다수
“조각 통해 현실 밖 존재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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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크랙 초대전이 우손갤러리에서 내년 2월 2일까지 열린다. 우손갤러리 제공

우손갤러리에 설치된 토니 크랙의 작품에서 침식·풍화·화산 활동으로 층을 이룬 기암괴석 덩어리가 연상됐다. 다시 보면 기암괴석으로 쌓은 탑 같기도 했다. 하늘을 향해 위로 치솟은 형국이 그랬다. 하지만 작품은 자연의 조화와는 무관하다. 조각가 토니 크랙이 인공물과 자연물의 조합으로 만든 조각 작품이다

세계적인 조각가 토니 크랙 초대전이 우손갤러리(이하 우손)에서 지난 8일 시작됐다. 우손갤러리 개관전에 이은 두 번째 전시이자 국내에서의 세 번째 개인전이다. 작가는 97년에 국립현대박물관에서 초대전을 가진바 있다. 그는 ‘초기 형태들(Early Forms)’ 연작과 ‘이성적 존재(Rational Beings)’ 연작을 발표해왔다. 이번전시에는 이성적 존재들을 소개한다.

‘초기 형태들’ 연작은 주형으로 만든 작품 중 가장 오랜 시간 동안 지속한 연작이다. 고대 플라스틱부터 시험관, 유리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용기들을 함께 꼬거나 비틀어 만든 독특한 조각들의 방해한 집합이다. 우손갤러리가 제공한 서면 인터뷰 자료에서 토니 크랙이 “초기에는 화학 플라스크들을 기초로 했다. 매우 실용적이고 연금술적인 기원에서 나와 발전한 이성적인 형태에 매료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그는 잼 병과 같이 매우 기능적인 형태의 용기들과 고대 용기를 섞어 사용하며 ‘인간과 그를 둘러싼 자연과의 관계’를 시각적 경험으로 제공했다. 그가 “현대와 고대 용기를 혼재는 어떤 의미에서 시간을 뒤섞는 행위였다”고 했다.

작품 ‘이성적 존재’ 연작은 청동, 나무, 돌, 또는 쇠를 재료로 제작된 수직축으로 회전하는 횡단면이 쌓여 만들어진 긴 원주 형태의 작품들이다. 인간의 상반신을 조각한 이후 가로로 조각조각 잘라 작가의 아이디어로 재구성하거나 캐스팅(본을 뜬 것)했다. 형상은 작가의 치밀한 드로잉을 설계도면으로 해서 완성된다. 얼굴 형상을 잘개 쪼개 재구성한 추상이지만 순간순간 얼굴의 옆면이 드러난다.

언뜻언뜻 드러나는 얼굴형상은 작가가 형식화 이전 또는 그 너머의 가능성으로 향하는 통로 역할로 기능한다. 작가가 “당신이 작품을 바라보고 얼굴 형태를 발견하고, 얼굴을 보면서 재료를 살피고, 그리고 나서 얼굴 외 다른 형태들을 바라보게 하고 싶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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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크랙 작 ‘Parts of World’

작가의 작품 감상법은 좀 특별하다. 앞뒤 좌우를 다 봐야 제대로 된 감상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보는 방향과 각도에 따라 조형감이 서로 다르게 드러나는 것. 이러한 표현법 이면에는 토니 크랙의 조각에 대한 철학이 숨어있다. “저는 조각이라는 여정을 통해 고착화된 형식화에서 벗어나 제한된 현실 밖의 존재를 탐구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그의 이력은 좀 독특하다. 토니 크랙은 생화학 전공자로 생화학 연구소에서 2년 동안 일했다. 이후 미술에 대한 갈망이 커지자 미술을 전공하고 작가 생활로 전환했다. 생화학을 전공한 독특한 이력이 다양한 물성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생동감 있는 형상을 표현하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은미 우손갤러리 큐레이터가 기자간담회장에서 “토니 크랙이 생화학 전공자여서 다양한 재료를 자유롭게 다룰 수 있었다”고 했다.

이 큐레이터가 한 장의 사진을 소개했다. 토니 크랙이 어깨 높이의 벽에서 박스 세 개를 연결해 미는 퍼포먼스 사진이었다. 그가 조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선보인 퍼포먼스였지만 이 행위에 향후 그의 작품 세계의 핵심 정신이 녹아있다. 바로 운동성이다. 박스를 미는 행위 속에는 에너지, 즉 운동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 큐레이터는 “토니 크랙의 작품은 보는 사람과 각도에 따라 다르게 해석된다. 이것은 조각의 유동성이다. 형태와 형태가 만나서 발생하는 자발적인 움직임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5년 동안의 작업을 중심으로 스테인리스 스틸, 브론즈, 알루미늄, 나무 소재의 13점의 작품을 소개하며 조각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토니 크랙의 이번 전시는 내년 2월 2일까지. 053-427-7736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 토니 크랙은 70년대 후반 열린 그의 첫 개인전에서 대량생산과 소비로 인한 생활 폐기물과 같은 인간이 만들어낸 플라스틱 쓰레기를 주워 모아 설치하는 작품을 발표하면서 예술가로 급부상했다. 그는 미니멀 아트와 기존의 모든 형식화된 체계에서 벗어나 인류학적 경험을 토대로 자신만의 새로운 조형적 접근 방식을 시도하는 과감한 작품을 잇달아 선보인 80년대에 들어서는 터너 프라이즈 수상(88년)과 같은 해 제43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선정되는 등 새로운 세대의 중심인물로 우뚝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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