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을 생각하며
사마천을 생각하며
  • 승인 2018.11.13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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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국 전 메트라이프생명 영남본부장
우리가 삶을 살다보면 앞이 보이지 않는 길을 걸어갈 때가 있다. 앞이 보이지 않음에도 가던 길을 뚜벅뚜벅 걷다보면 다시 길을 찾고 가던 길을 계속 갈수 있다. 또한 길을 가다보면 어떤 길이 맞는지 고민하고 방황할 때도 있다. 나의 선택이 옳았는지 후회하기도 하면서 가지 않은 길을 쳐다볼 때도 있다. 현재의 길을 꿋꿋하게 최선을 다해 갈 때 내가 가지 않는 길을 여유롭게 쳐다 볼 수 있다, 우리는 사회경제적으로 한 번도 가지 않는 길을 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 하지만 위정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무능한 선의로 사람들에게 길을 안내하고 있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

힘든 길을 갈 때마다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그는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길을 넘어서 새로운 길을 만든 사람이다. 그는 역사의 새로운 길을 만든 사기의 저자 ‘사마천’이다. 역사는 승자의 편에서 쓰인다는 관념을 깨고 사마천은 권력자보다 실패자, 소외된 자, 소수자, 이단아 등에 대해 무한한 신뢰와 애정을 가지고 이야기 한다. 사마천은 중국 흉노정벌에 나섰다가 투항한 이릉장군을 옹호했다는 이유로 무제의 노여움을 사 궁형(거세형) 이라는 형벌에 처해진다. 그는 조정대신 모두가 이릉장군을 비방할 때 그의 충성심을 이야기 했다. 사실 사마천과 이릉은 서로 잘 알지는 못했지만, 이릉이 지조가 있고 청렴결백하다는 것을 믿었다. 결국 사마천의 소신과 일관성이 화근이 되어 궁형의 치옥을 받게 된 그는 사기의 서문에 그의 비통한 마음을 잘 나타내고 있다.

이 치욕과 수모를 생각할 때마다 하루에도 창자가 아홉 번이나 뒤틀리고 등골에 흐르는 땀이 옷을 적시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집에 있으면 망연자실 넋을 놓고 무엇을 잃은 듯하며, 밖을 나가도 갈 곳이 막연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살아남았던 것은 오직하나 하늘과 인간의 도리를 탐구하여 고금의 변화를 관통하는 한편의 학술을 완성하겠다는 한줄기 집념 때문이었습니다.

사마천의 길이 위대한 것은 인류역사상 가장 위대한 역사서이자 문학서인 사기를 저술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그가 정의를 올바른 삶의 가치로 여기고 몸소 실천한 지식인의 전형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사기는 이러한 사마천의 극단적인 죽음보다 더 치욕적인 삶의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다. 그러다보니 작가의 주관적인 느낌과 감정도 자연스레 베여있다. 인간의 삶은 문제의 연속이다. 역사란 그런 문제들이 차곡차곡 누적된 지층과 같다. 사기에 나오는 인물들은 대게 비극적인 인물들이다. 신의를 지켰으나 버림을 받았고, 직언을 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곤궁한 처지에 놓인 인물들의 삶을 보면서 어떻게 이천 년 전의 역사가 똑같이 현재에도 반복되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다만 팔자가 굳게 믿는 것은 주역에 “세상은 음양이 반복해서 돌아가는 것이 도(道)이다.”고 했다. 음이 지나면 양이 오고 양이 다하면 또 음이 온다.

결코 끝날 것 같지 않았던 여름이 어느새 지나가더니 하루가 다르게 추위가 다가온다. 자연의 이러한 질서와 같이 인생에도 리듬이 있다. 지금은 견뎌야하는 시기다. 어려울 때 일수록 인생을 길게 보고 리듬을 타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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