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민주주의
마을 민주주의
  • 승인 2018.11.14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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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 지방분권운
동 대구경북본부공
동대표
마을만들기 활동에 참여하거나 지원활동을 하다보면 주민 없는 마을만들기가 진행되는 경우를 본다. 물론 바쁜 주민은 너무 바쁘고 감투도 많다. 동별로 갖춰야 할 조직이나 일은 많고 사람은 없다보니 평균 서너 군데의 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마을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민관협력 활동이 몇몇 소수의 활동에 지나치게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물론 마을을 위한 봉사 경험도 많고, 행정주체의 입장에서도 다수보다 소수를 상대하는 것이 편하기도 하겠지만 다수의 주민이 참여할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된다는 점에서 향후 마을만들기는 이대로 진행되어서는 안된다. 참여는 그 자체로 책임 있는 구성원이 된다는 것이며,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로서 민주주의를 작동시키는 요소가 된다.

인류의 역사는 평등과 참여를 향한 도전이었다. 신분제 사회에서의 불평등은 지난한 투쟁을 거쳐 평등사회로 나아갔으며 이는 참여를 보장하는 과정이었다. 이미 우리 사회는 참여가 보장되어 있는 평등한 사회이다. 문제는 이를 지원하는 제도적 뒷받침이다.

중앙과 지방의 권력을 나누자는 지방분권은 지역 내의 분권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시와 구, 구와 동만 아니라 마을주민들 간에도 분권이 필요하다. 건강한 가정을 위한 가족회의에 가족 구성원들의 참여와 동등한 권한이 요구되듯이 마을만들기에도 참여와 권한 나눔이 필요하다. 행정과 주민의 관계, 주민 간의 관계가 민주적이어야 한다. 마을만들기는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일상적 대안이기 때문이다.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피로사회는 대안적 삶에 대한 욕구를 증가시켰고, 도시공간에서의 파편화된 삶은 서로 도움 주고, 도움 받는 함께하는 공동체에 대한 꿈을 갖게 하였다. 더구나 지방자치시대의 도래에 따른 주민자치 실현의 요구는 함께 만드는 마을공동체가 우리의 미래로서 주목받게 되었다.

대구시도 2013년 ‘대구광역시 마을공동체 지원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센터를 개소하고 다양한 마을활동을 지원하는 등 중간지원조직을 활성화하고 있다. 마을공동체만들기지원센터와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도시재생지원센터 등이다.

자치분권의 실현을 위한 핵심이 주민참여와 역량강화, 그리고 주민권한의 부여라고 할 때 ‘대구시마을만들기기본계획’에서 강조하듯이 주민이 주인되는 행복한 마을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마을자원 활용의 극대화, 마을愛형성, 주민주도마을기반조성, 마을공동체연결체계 구축 등의 전략이 마을 민주주의를 형성하는 과정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사업일정에 밀리다보면 막상 놓치기 쉬운 보배이기에 지속가능한 마을만들기를 위해서는 몇 배의 관심이 요구된다.

더구나 마을만들기 사업의 경우 주민들이 협의체 등에 참여, 사업결정에 영향력을 갖지만 사업추진에 관한 권한은 없다. 이는 행정의 영역이다. 내가 결정에 참여하였지만 그 이후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모른다. 보조금 집행기준, 절차 등의 정보제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관련 용어 등이 어려워 관심을 가지고 매달리지 않으면 결정 이후의 사업과정은 알기가 쉽지 않다. 그러므로 사업의 결정부터 집행과정과 그 이후 관리까지 함께 할 수 있는, 자발성을 위한 행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이에 중간지원조직은 사업 시작 전 단계로서 주민역량강화교육을 통해 민주적 의사결정방식과 사업 분야별 전문교육을 연결하여 마을만들기가 민주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주민자치위원회와 협의하여 문화와 여가 일변도의 주민자치프로그램을 민주시민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확대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실제 마을의제로 사업제안을 하기도 하지만 다수결에 의한 결정과정에서 소외되기 쉽다. 당장 해결하고 싶은 지역 의제와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사회 민주주의와 관련, 자치분권 관련 법 및 헌법 개정이 중요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마을현장이 민주화되어 있어야 새로운 법과 제도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마을만들기에 있어 행정의 세세한 곳까지 권력분배가 되지 않으면 마을공동체만들기는 소수 지역유지들의 권력화에 이용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현장에서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라면, 이미 만들어진 좋은 제도들이 오히려 부작용을 낳는다는 것을 경험하지 않았는가. 행정과 중간지원조직은 세심하게 신경써서 마을권력이 작동하는 비민주적인 마을공동체가 아니라, 마을이 민주주의 실험실이 되도록 다양한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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