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라이온킹’ 리뷰… 아프리카 밀림을 옮겨놨더라
뮤지컬 ‘라이온킹’ 리뷰… 아프리카 밀림을 옮겨놨더라
  • 황인옥
  • 승인 2018.11.14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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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도는 삶’ 생명 순환 강조
감동코드로 전세대 사로잡아
가면 머리에 쓰고 얼굴 노출
자연스레 ‘인간 이야기’ 전달
웅장하고 독창적인 무대 압권
라이온킹
뮤지컬 ‘라이온 킹’ 공연 장면.

세계 최고 뮤지컬이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았다. 지난 9일 대구계명아트센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라이온 킹’ 최초 인터내셔널 투어팀 공연이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 감동의 완벽한 재현으로 다가왔다. 역시 디즈니라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애니메이션의 상상력이 현실 무대에서 이보다 완벽하게 구현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기발함은 빛났고, 감동은 더했다. 객석은 전석 매진과 기립박수로 이 황홀한 뮤지컬에 화답했다. 공연 내내 어른 아이, 세대 초월 ‘라이온 킹’이 전하는 꿈과 희망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애니메이션이 공전의 히트를 쳤고, 애니메이션 원작사인 디즈니가 제작하고, 20년간 세계 20개국 100여개 도시에서 9천500만 관객을 동원한 디즈니 대표 흥행작이라는 점 등의 화려한 이력이 뮤지컬 ‘라이온 킹’ 내한 공연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불러 모았다. 워낙에 호평 일색이라 막상 공연장을 나서면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이면 어쩌나’ 하는 일말의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우려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소문난 잔치는 소문보다 화려했고, 흥분과 감동의 성찬은 풍요로웠다.

디즈니는 인간 보편의 가치라는 분명한 메시지, 고난과 영광을 적절하게 버무린 구성 그리고 해피엔딩, 세대를 초월한 감동코드, 상상세계의 완벽한 구현 등의 철학을 구사해왔다. 뮤지컬 ‘라이온 킹’은 디즈니의 전형을 따랐다. 일단 스토리 전개부터 그랬다. 어린 아기 사자인 왕자 심바가 삼촌의 계략으로 아버지를 잃고 추방되어 도망자 신세로 전락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리더의 운명을 깨닫고 마침내 왕이 된다는 어린 심바의 성공스토리는 디즈니의 전형적인 전개방식이다.

여기에 ‘생명의 순환’이라는 메시지는 세대를 초월한 공감대를 이끌었다. 대표 넘버 ‘서클 오브 라이프(Circle of Life)’에서 “삶은 돌고 돈다. 죽음은 또 다른 탄생을 부른다. 영원히 살아 있는 것은 없다. 하지만 순환을 통해 생명은 영원한 삶을 얻는다”라고 노래할 때는 ‘생명의 순환’을 되짚게 했다. 특히 심바의 할아버지, 아버지, 그리고 심바에게로 이어져 내려오는 운명의 순환 고리, 어린 심바에서 청년 심바로의 성장 등의 역사는 생명의 순환을 이해하는 장치로 충분했다.

이 뮤지컬의 압권은 독창성. 아프리카 밀림을 상상 이상으로 무대예술로 재현했다. 아빠 사자와 아기 사자가 뛰노는 아프리카의 숲을 배우들이 물항아리처럼 머리에 얹은 풀들로 표현하고 물소떼와 가젤떼의 이동은 자전거 같은 이동수단에 무리로 설치하고 영상으로 표현해 웅장함을 더했다. 형형색색의 새들, 얼룩말, 사슴, 코뿔소가 객석 통로를 유유히 걸어 무대에 오르는가 하면 거대한 코끼리가 모습은 아프리카 밀림의 드라마틱한 재현이었다. 아프리카공화국 배우들의 합류 또한 아프리카의 소리와 정서를 살려주는 신의 한수였다.

퍼펫(동물을 표현한 가면)을 얼굴에 쓰지 않고 머리 위에 쓴 것도 화룡점정. 동물극이 대개 분장과 의상, 가면 등으로 완벽하게 동물로 분하는 것과 달리 페펏을 머리에 씀으로써 배우의 얼굴을 드러냈다. 이 때문에 동물세계를 은유한 인간세계의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빨려 들어갔다.

한국과 대구 관객을 위한 맞춤 서비스도 재미를 더했다. 코뿔새 자주가 무대 커튼을 보며 “서문시장에서 파는 샤워커튼 같구나”라고 말하거나 무파사의 집사가 “제발 에버랜드로 보내지 마세요”라고 외치는 장면에서 폭소를 자아냈다. 품바가 “번데기 샌드위치를 먹겠다”고 말하는 장면에서도 번데기를 먹는 한국의 문화를 반영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지방 공연 사상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을 갱신하고 있는 뮤지컬 ‘라이온 킹’ 대구공연은 다음달 25일까지.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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