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망막병증’ 방치하면 실명까지
‘당뇨망막병증’ 방치하면 실명까지
  • 김광재
  • 승인 2018.11.1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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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합병증 대표적 질환 눈병
상당히 악화돼야 증상 자각
당뇨환자 정기적 안과검진을
안과학회 “실명 막는 안저검사
국민건강검진 항목에 포함해야”
정상인과당뇨망막병증환자의망막상태
정상인과당뇨망막병증환자의망막상태. 대구 누네안과병원 제공

세종실록 1439년 6월 21일의 기사에는 당시 43세인 세종이 “소갈증(당뇨병)이 있어 열 서너 해가 되었다”면서 “왼쪽 눈이 아파 안막(眼膜)을 가리는 데 이르고, 오른쪽 눈도 이내 어두워서 한 걸음 사이에서도 사람이 있는 것만 알겠으나 누구누구인지를 알지 못하겠으니”라고 말한다. 2년 뒤에는 거의 실명하다시피 했다가 온천욕을 하고 겨우 실명까지는 이르지 않았다고 하고, 그 이듬해에는 눈병이 더 심해지고 여러 병증이 번갈아 괴롭혀 정사를 돌보기 어렵다고 한다.

여러 질병으로 괴로움을 겪었던 세종은 특히 눈병 때문에 정사를 돌볼 수 없다면서 세자에게 일을 맡아보게 하겠다는 말을 몇 차례 했다. 그때마다 신하들은 반대를 하고, 임금은 나 편하자고 이러는 것이겠냐며 답답해한다.

당뇨합병증은 전신에 걸쳐 나타나는데 가장 흔한 것이 눈 합병증이다.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전체 당뇨환자 252만 명 중 당뇨망막병증, 백내장 등 눈 합병증 관련 진료 인원은 14.2%인 35만6천 명으로 가장 높았다.

국내 실명 원인 1위로 꼽히는 당뇨망막병증은 당뇨병을 앓은 지 10년이 된 환자의 50%에서 나타난다. 30세 전후에 당뇨병을 앓기 시작한 세종대왕이 40대가 넘어서면서 눈병이 심해진 것과 시력이 극심하게 나빠져 거의 실명 상태에 이른 것도 당뇨합병증으로 추측할 수 있다.

당뇨망막병증은 초기에는 시력에 영향을 주지 않으나, 고혈당이 지속 되면 비증식성 망막병증을 거쳐 증식성 망막병증으로 진행되고 심하면 실명에 이르게 된다. 증식성 망막병증은 망막에 있는 모세혈관이 파괴돼 새로운 혈관을 만들어 내는 단계인데, 이렇게 생겨난 혈관은 아주 약해서 쉽게 출혈이 일어나고 망막조직이 부어 심각한 시력 저하를 불러온다.

당뇨망막병증은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고 시력도 크게 나빠지지 않아 더욱 위험하다. 당뇨병 환자가 눈이 자주 부시고 이전보다 초점이 맞지 않거나 시야가 뿌옇게 보이는 증상이 나타나면 당뇨병성 망막병증을 의심해야 한다. 문제는 증상을 자각할 정도라면 상태가 매우 악화된 상태일 가능성이 높고, 이때는 수술로도 시력을 회복하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당뇨병 유병 기간이 긴 환자들은 1년에 한 번 이상 안저검사를 통해 조기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지난 12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7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40세 이상 당뇨병 유병자 중 지난 1년간 합병증 확인을 위해 안저검사를 받아본 사람은 23.5%에 불과했다. 대한안과학회는 3대 실명질환인 녹내장, 당뇨망막병증, 황반변성의 검진에 공통적으로 필요한 안저검사를 국가 건강검진 항목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도 안저검사를 검진에 도입하기 위한 타당성 연구를 실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누네안과병원 망막센터 문다루치 원장은 “혈당조절이 잘 되더라도 당뇨망막병증이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안저검사를 통한 정기적인 눈 검진은 매우 중요하다”며 “아무런 이상이 없더라도 40세 이상 성인, 특히 당뇨 환자나 가족력이 있는 분들은 번거롭더라도 매년 안저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문 원장은 또 “안저검사는 10분도 안 걸리는 매우 간단한 검사”라며 “검진센터에 따라 비용이 다를 수 있으나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 신청 시 위내시경처럼 안저검사 항목을 추가하면 8천~2만원 정도의 비용으로 검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편, 11월 14일은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당뇨연맹(IDF)이 공동으로 제정한 세계 당뇨병의 날이다. 세계당뇨연맹(IDF)에 따르면 당뇨병은 최근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질환으로 10초에 3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연맹은 2030년에는 성인 10명 중 한 명이 당뇨병을 앓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김광재기자 contek@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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