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똑같은 기업 팔 비틀어 돈 걷기
과거와 똑같은 기업 팔 비틀어 돈 걷기
  • 승인 2018.11.18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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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15일 삼성전자-현대자동차-포스코 등 15개 대기업 관계자들을 한 자리에 불러놓고 ‘농어촌상생기금’ 출연을 압박해 민간기업들의 반응이 주목된다. 이 자리에는 황주홍 농해수위원장을 비롯한 국회의원 들과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도 참석했다.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사실상 모금을 강요하고 있다”는 불만이 높다. ‘촛불정권’을 자임하면서도 구정권의 나쁜 버릇은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다.

농어촌상생기금은 2015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당시 정부와 여야의 합의에 따라 지난해 3월 조성됐다. 여·야·정은 농어촌을 지원하기 위해 매년 1000억원씩 10년간 총 1조원을 모으자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지금까지 모금액은 505억원에 그쳤다. 대부분 공기업들이 냈다. 국회는 지난 국정감사 때도 대기업 5곳 임원을 증인으로 출석시켜 닦달한 데 이어 경제 5단체 부단체장들을 불러 출연을 독려한바 있다.

장관들과 의원들은 자발적 권유라고 했지만, 참석자 명단을 기업과 상의조차 없이 정한 뒤 통보했을 정도로 일방적이다. 의원들은 “출연 실적이 저조해 유감이다. 실행계획을 내놔라”는 등 압박성 발언을 쏟아냈다고 한다. 대 놓고 기업의 팔을 비틀며 ‘돈 내놔라’하고 겁박한 셈이다. 오죽하면 여당 내부에서조차 “권력형 앵벌이 수준”이라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오겠는가.

장관들과 의원들의 언동은 가히 행패수준이다. 정부나 국회로 나오라는 명이 떨어지면 기업의 기가 죽기 마련이다. 박근혜 정부 때 미르·K스포츠재단에 돈을 냈다가 총수들이 배임 등의 혐의로 법정에서 혼쭐이 났다. 심지어 간담회장에서 “정권이 바뀌어도 재판에 안 세우겠다”며 회유성 발언까지 나왔다고 하니 날강도가 따로 없다. 강제모금 성격의 자리와 관련해 농해수위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김태흠 자유한국당 의원은 “우파든 좌파든 과거 정권들이 중장기계획 없이 ‘땜빵’식 대책만 내놓아 이런 어려움이 있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기업은 지금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곤경에 빠져 있다. 어떤 방법으로든 기업의 숨통을 틔워 주어야 할 판국에 정부와 국회는 기업의 주머니를 털 연구만 하고 있다. 지금은 정부가 기업에게 빚 독촉하듯 찬조금을 강요할 때가 아니다. 모금실적이 저조하다면 현실에 맞게 조정하는 게 합리적이다. 기업에게 출연금을 강요하는 것은 독재정권이나 할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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