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담장위를 걷는 의사들
교도소 담장위를 걷는 의사들
  • 승인 2018.11.18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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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현 계명대동산의료원 가정의학과 교수
복부통증으로 병원을 찾은 어린이를 오진해 사망하게 한 3명의 의사가 금고형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었다.

이 판결에 대해 지난 11일 대한의사협회는 선의의 의료행위가 결과적으로 환자의 죽음으로 이어졌다고 불구속기소된 의사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시킨 사법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가졌다. ‘치료결과에 따라 언제든지 형사처벌될 수 있는 교도소 담장위를 걷는 식의 진료는 더이상 할 수 없다.’는 격앙된 분노의 목소리가 많았다.

외상에 의해 서서히 진행되는 횡격막탈장은 매우 희귀한 사례이다.

초기에는 진단하기 어렵고 마지막 단계에서는 과다한 업무로 피로한 의료인이 결과 확인을 소홀히한 정황이 있어 보인다. 흑백논리로 단순하고 감성적으로 흐르기 쉬운 여론은 ‘심각한 병을 변비로 오진했고, 환아가 죽었으니, 의사가 잘못했고 처벌은 당연한 것이 아니냐?’ 라고 쉽게 생각할수 있지만, 그 안타까운 결과에 이르게 된 의료 상황을 보면 그리 단순하지 않다. 치료의 복잡성과 예측 불가능성을 생각해 보면 잘못된 제도를 고치지않고 결과에 따라 의료인을 (형사)처벌 하는 것은 가혹하고, 오히려 환자진료를 어렵게하고 환자부담을 증가시키는 방어진료를 만들게 될 것이다.

이 논쟁에서 먼저 생각해볼 것은, 치료의사들이 의료윤리 원칙을 어긴 점이 있느냐 하는 점이다. 검사결과를 적절하게 확인하는 주의임무를 소홀히하여 해악금지(do no harm)의 원칙을 훼손한 면은 있지만, 환자를 치료하려는 선의로 시작된 것이기 때문에 (형사) 처벌은 가혹하다. (민사) 처벌로 충분하며 그 배상도 선진국처럼 보험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어야 의사가 (교도소 담장을 걷는 불안한 기분이 아니라) 최선의 진료를 할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의사는 저수가로 선진국에 비해 3배 많은 환자를 보고 있다고 한다.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개선하기위한 전공의 근무상한제등이 시행되고 있지만 이 사건은 그 이전에 생긴 것이다. 응급의학 전문의 한사람이 백여명의 응급환자를 10시간이상 진료하게 만들고, 임상수련을 처음 시작한 전공의에게 응급진료 책임을 맡기는 상황이었다. 이런 가혹한 제도에서 생긴 결과를 (민사 처벌에 더해) 형사 책임을 지우는 것은 의사들의 사기를 꺾고 방어진료로 환자와 국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뿐이다. 결국은 적정하게 진료할수 있도록 의료수가를 현실화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일 것이다.

치과의사협회는 “응급실 의료인은 전쟁터에서 적군을 걸러내는 최전방 보초병과 같다. 보초병이 칠흑 같은 어둠속에서 적군을 식별하지 못하고 적군이 아군 한 명을 살해하고 도망갔다고 해서 보초병을 감옥에 가두고 사형선고를 내린다면 보초병을 자원할 군인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는 논평으로 우리나라 의사들의 불안을 표현했다.

문제가 생겼을때 표면적으로 드러난 사람만 처벌하고 지나가면 개선되지 않고 그 문제는 재발할 수 밖에 없다. 사고가 생긴 원인과 제도를 점검하고 개선시키려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의사들이 분노하는 이유를 차분히 살펴봐주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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