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 승인 2018.11.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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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서 여청계 정은진 경사
정은진
대구 수성경찰서 여성청소년계 경사
얼마 전 ‘미쓰백’이라는 영화를 봤다. 이 영화는 스스로를 지키려다 어린나이에 전과자가 되어 외롭게 살아가는 주인공 백상아가 나이에 비해 적고 깡마른 몸, 홑겹 옷을 입은 채 가혹한 현실에서 탈출하려는 지은을 만나면서 시작된다. 주인공 백상아가 작고 여린 존재 지은을 아동학대의 굴레에서 구하기 위해 세상과 맞서 싸우는 내용이다. 특히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을 제작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학대예방경찰관(APO)으로서 또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로서 다시 한 번 아동학대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아동학대 관련 많은 통계를 보면 아동학대 신고의 80%이상의 가해자는 부모라고 한다. 학대예방경찰관으로서 아동학대 신고현장에서 만난 많은 부모들은 “아이가 잘못을 했는데도 그냥 놔두나요? 때려서라도 잘못을 바로 잡아야죠”, “내 자식 내가 때리는데 뭐가 문제입니까?”라며 훈육과 학대의 경계를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서양속담 ‘Spare the rod and spoil the child(회초리를 아끼면 아이를 망친다)’, 우리나라 속담 ‘미운자식에게는 떡 하나 더 주고, 고운 자식에게는 매 하나 더 주라’는 말이 있다. 속담은 과거의 선조들의 지혜라고도 하는데 이러한 속담과 지혜라는 미명하에 자녀를 소유물로 생각하고 체벌이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고 정당화 한 것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연구결과에서도 ‘체벌’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2016년 엘리자베스 거쇼프는 총16만1천명의 아이들의 기록이 포함된 50년치 데이터를 토대로 한 연구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체벌을 받은 경험이 있는 아이들은 공격성향, 인지장애 등 여러 부정적인 행동을 보였다. 특히 이 연구에서 정의한 체벌은 ‘손바닥으로 엉덩이나 팔다리를 때리는 정도’였다. 가벼운 체벌도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훈육의 이름으로 시작된 작은 체벌은 습관이 되고 체벌에 익숙해진 아이들에게 더욱더 강도 높은 체벌이 가해진다. 작은 체벌은 학대로 변질되어 우리 아이의 인성과 정신, 신체적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이렇듯 가정 내에서 일어나는 아동학대의 경우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있어 발견이 매우 어렵다. ‘미쓰백’의 주인공처럼 한 아이를 고통에서 구원해 줄 수 있는 관심이 매우 필요한 것이다.

프란시스코 페레는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라’고 했다. 꽃길만 걸어도 모자랄 우리 아이들에게 부모라는 이유로, ‘사랑의 매’라는 이름의 체벌은 어떠한 의미에서도 정당화 될 수 없는 범죄이다. 아동학대라는 범죄행위를 더 이상 남의 집 가정사가 아닌 우리 모두의 관심과 노력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사회전체의 문제인 것이다.

‘한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의 속담처럼 아이들을 아동학대라는 고통의 굴레에서 벗어나도록 하기 위해 지금이라도 우리 주변을 둘러보자. 어쩌면 나의 작은 관심과 신고는 내 가정의 아이, 내 이웃의 아이를 지켜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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