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에 들려주고픈 클래식 음악동화
어린이에 들려주고픈 클래식 음악동화
  • 황인옥
  • 승인 2018.11.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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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극음악 작곡가 이정연
3.작곡가 이정연
작곡가 이정연

 

 

21일 아이들 맞춤 창작음악회
이상 ‘황소와 도깨비’ 원작 각색
권선징악 메세지 담은 스토리

서곡·6개 테마곡 등 녹여내 작곡
영남필하모니 오케스트라 연주
그림·해설 입힌 풍성한 무대 선사

첫 곡인 서곡을 영남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이하 영남필)가 연주할 때만 해도 여느 음악회의 시작처럼 무대와 객석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하지만 서곡이 끝나고 소프라노 양원윤이 무대에 등장해 나레이션을 시작하면 엄숙하고 권위있는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이 솜사탕처럼 사르르 녹는다. 공연이 무르익을수록 무대와 객석이 흥미와 호기심으로 들썩거린다. 이 공연이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동화로 만든 창작극음악회이기 때문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천재 작가 이상이 남긴 단 한편의 동화 ‘황소와 도깨비’를 원작으로 창작된 이정연 작곡가의 ‘황소와 도깨비’가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사운드와 그림, 이정연이 각색한 스토리와 양원윤의 나레이션 등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선보인다. 오는 21일 오후 7시 30분에 이 솜사탕 같은 공연을 만끽할 수 있다. 이날 지휘는 영남필 상임지휘자 겸 음악감독인 최지환이 맡는다.

최근 만난 작곡가 이정연의 눈빛에 설레임이 가득했다. 어린이음악극 공연은 그녀에게도 첫 도전이었다. “몇 년 전 어린이음악극을 의뢰받아 작곡까지 마쳤지만 공연까지 연결되지 못했는데, 이번에야말로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는 무대로 클래식 음악의 아름다움을 전달하고 싶었어요.”

‘황소와 도깨비’는 권선징악이라는 전형적인 동화의 구성 방식을 따른다. 혼자 사는 나무장수 돌쇠가 불쌍한 도깨비의 소원을 들어주고 도깨비의 도움으로 부자가 된다는 이야기다. 이정연은 권선징악 이전에 ‘내 가족의 행복이 더 소중하다’는 점에 포커스를 맞춘다. 이 주제를 서곡과 6개의 테마곡, 그리고 효과음으로 녹여낸다. “어린이들이 더 많은 악기와 연주형태를 들을 수 있도록 등장인물과 상황을 다양하게 구성해 작곡했어요.”

어린이를 위한 현대창작음악 작곡에 대한 관심은 그녀 자신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였던 영향이 있었다. “내 곡을 정작 내 아이는 힘들어 한 것”이 계기가 됐다. 문득 자신의 아이가 행복해하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졌다. 대중음악과 멀티미디어에 심각하게 노출된 이 시대의 어린이들에게 클래식 음악의 아름다움을 일깨워 주고 싶었던 것.

이정연은 경성대학교 예술대학 음악학과를 졸업하고 영남대학교 음악대학 작곡과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미국으로 도미해 미시건 주립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재원이다. 대구국제현대음악제, 영남국제현대음악제, 합포만국제현대음악제, 제프닉음악제 등 한국, 대만, 독일, 영국, 미국, 폴란드 등 여러 국제음악제에서 작품을 발표하며 현대음악 작곡가로 활약해왔다.

2015년에는 T.I.F 오케스트라의 위촉으로 부산 을숙도문화회관에서 오케스트라 곡을 연주하는가 하면 ‘뉴 사운드 오브 대구 2016’ 작곡가로 선정되어 대구시립교향악단의 연주로 오케스트라 작품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회의가 밀려왔다. 일반 대중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쓰고 싶어졌다.

“현대음악이 어렵다는 선입견 때문에 공연을 해도 소수의 청중만이 객석을 채웠어요. 그러면서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했죠. 그때 뇌리를 스친 것이 아이들이었어요. 제가 아이들을 유달리 좋아했던 거죠.”

그녀가 원하는 것은 진정한 소통과 공감이다. 더 많은 아이들이 공연을 보러 오기를 원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진정한 소통이다. 이 때문에 대구시내 유치원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공연 포스터를 붙이고 있다. 때로는 유치원 관계자들이 단체관람을 위한 홍보로 의심하기도 하지만 그녀는 공연포스터를 보고 진심으로 공연을 보고싶어하는 관람객이 찾아오기를 희망한다. “아이들을 위한 곡을 쓰는데 내 음악적 재료를 모두 쏟아 부은 만큼 더 많은 아이들이 보러오기를 바랐지만 단체로 동원하는 것은 원치 않아요. 음악에 흥미를 느낀 아이들이 연주장으로 왔으면 해요.”

이번 공연이 향후 어린이를 위한 창작극음악 작곡가의 길을 가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 같다고 고백했다. 몇년 전부터 열망은 있었지만 실현하지는 못하다 ‘황소와 도깨비’ 공연을 진행하면서 자신감이 붙었고, 내친김에 향후 진로로 결정했다. 그녀는 어린이 창작음악을 교육사업으로까지 확장하고 싶어했다. “어린이들에게 클래식 음악은 중요하다는 것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요. 저는 이 공감대를 어린이를 위한 창작음악으로 실현하고 싶어요.”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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