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힘겨루기 속 국회 파행

고용세습 국조 입장차 못 좁혀
한국 “일정 전면 중단” 선언
바른 “與, 책임감 가져야 해”
민주 “국회 의무 저버리는 것”

여야 3당 원내대표가 19일 국회정상화 회동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 가운데 자유한국당이 정기국회 의사일정 중단을 전격 선언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의 전면적인 국회 파행을 강하게 비난하는 등 여야 간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는 모양새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소속 국회 상임위원장과 간사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오늘부터 국회 일정을 보류해달라”며 “국회가 무력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별도의 지침이 있을 때까지 이 기조를 유지해 달라”고 주문했다.

앞서 이날 오전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은 정례회동을 통해 정기국회 정상화를 논의했지만, 고용세습 국정조사 수용 등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한국당은 특히 서울교통공사의 채용비리 등 고용세습 의혹 관련 국정조사를 민주당이 수용하지 않은 데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여기에 야당의 반대로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한 조명래 환경부 장관의 임명 강행에 따른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해임에 이어 이날에는 사립유치원 비리 국정조사도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예산과 민생법안을 처리하는 중요한 시기에 유치원 국정조사까지 하자는 배경이 납득되지 않는다”고 제안을 모두 거절했다.

한국당은 오후 3시 30분 국회에서 상임위원장·간사단 긴급 연석회의를 열어 후속대책을 논의했다.

바른미래당은 국회 보이콧이라는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한국당에 동조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상임위 일정까지 다 중단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면서도 “이런 상황에서 뭔가를 해본들 무슨 의미가 있겠나. 민주당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며 국회 정상화의 책임이 민주당에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한국당의 국회 일정 보이콧에 대해 격하게 비난했다. 서영교 원내수석부대표는 “본회의를 정쟁의 도구로 삼더니 이번에는 상임위 활동을 하지 말라는 지시까지 내리고 있다”며 “국회가 다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 의사일정을 정쟁의 도구로 사용하면서, 가진자 중심의 행태를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협상은 협상대로 하고, 일은 일대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야가 이같이 정면충돌하면서 다음 달 2일이 법정시한인 내년도 예산안 심사는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이날까지 예산안의 감액과 증액을 심사할 예산안조정소위원회 구성조차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상임위 가동도 전면 중단되면서 주요 민생법안 처리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창준기자 cjcj@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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