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은 실패 인정에서 시작된다
개선은 실패 인정에서 시작된다
  • 승인 2018.11.20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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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훈 국민정치경
제포럼 대표
말로는 태산을 쌓아도 현실의 지표는 사실을 속을 수 없다.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 내년에는 성과를 볼 수 있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현실의 지표는 조금씩 그 달라짐을 보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통계청의 지표들은 하위소득 20%의 가구소득이 전년보다 7.6%가 줄었다. 이는 지난 2003년 이후 통계기록이 시작된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상위 20%의 소득은 전년보다 10% 증가하여 부익부빈익빈이 현실화되고 양극화의 간극이 더 벌어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서민을 위한 정부, 사람을 위한 정부를 표방하며 나누기로 경제 활력을 돌리겠다고 하지만 역시나 활력이 도는 곳은 기득권계층 뿐이었다.

저소득층의 소득증가에 획기적인 제안이라 생각하는 최저임금 인상안이 최저소득층을 더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 내년부터 실시되는 주 52시간 근무시간체제는 작금의 상황을 더 압박하며 저소득층을 곤고히 만들게 될 것이다.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정책, 일자리 늘리기에 주력하지만 얼어붙은 경제는 기업에게 점점 더 움츠리거나 밖으로 나가라는 사인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취약계층이 자리할 입지가 더 줄어들었다. 제조업 등 주력 산업들의 생산지표가 6개월 이상 하향 그래프를 보여주고 있음에도 일부 반도체 등의 분야의 수출의 호조로 꺾임이 없는 수출 그래프를 보고 괜찮다고 자위를 하고 있다. 알다시피 그래프들은 결과물이다.

한 달가량만 지나면 주52시간제와 함께 최저임금의 추가인상이 진행된다. 사실 주52시간제는 일부 계층에만 적합한 체계이다. 시장에는 시간제로 근로를 규정할 수 없는 업종이 많다. 이러한 현실은 외면하고 일괄 전면 이를 따르라는 것은 무리다. 자영업자나 중소사업체는 사업의 유지가 안 되어 스스로 폐업하거나 업종을 바꾸거나 거리로 뛰어나와 못살겠다고 외치고 있다.

정부는 국민이 웃음 짓는 정책이 아니라 찡그리고 아프다는 신호를 보내는데 조금만 더 참자며 곧 좋아질 것이라는 말로 회유하고 있다. 정책은 궁극적으로 국민에게 그리고 나라 전체에 안정과 풍요를 가져와야 한다. 착오와 실수로 결과한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면 다른 방법으로 목적지에 닿게 하면 된다. 그런데 방법은 틀리지 않았다며 인구구조, 시기, 기후 등의 남 탓만 하며 기다리라고 하면 어디까지 가보자는 말인가. 먼저 나의 상황점검이 먼저다.

자동차가 장거리를 질주할 예정이면 차체가 장거리를 달릴 수 있도록 연료와 타이어 점검은 물론 내부 기관정비를 한 후에 출발할 것이다.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정책은 단거리가 없다. 중장거리를 달려야 하는데 벌써 2년의 시간을 보냈다. 밀어보고자 하는 정책을 시행하여 시장에서 실패를 보았다. 결과치를 보면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다시 정비하고 방법을 달리하여 달려야 한다. 어떤 일에도 변명을 달면 끝이 나질 않는다. 이 탓 저 탓으로 변명을 일삼으면 결국 이 상태로 현 정권의 임기 말까지 가게 될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우리 경제는 회복불가의 코마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사회에 나와 힘찬 질주를 해야 할 청년들이 질주할 레이스를 찾지 못하고 있다. 청년들은 사회 탓을 하고 정부는 조직과 인구 탓을 하고 누구하나 내 탓이라며 나를 바꾸고 다시 출발할 생각은 없다.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의 자세는 다르다. 현실이 그렇다면 현실을 넘어서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정부는 구조 탓이 아닌 현 구조를 포용하며 효율을 발휘하는 정책으로 바퀴를 돌리면서 장기적으로 구조를 바꿔볼 시도를 해야 한다. 청년들 역시 사회 탓이 아니라 현실을 인정하고 한걸음이라도 나아갈 각오로 도전을 해야 한다. 가만히 있으면 시간이 흐르고 시간이 흐르면 연장에는 녹이 슬고 결국 사용도 못해보고 폐기하게 된다. 누구도 스스로를 폐기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남의 탓이 아니라 정부도 청년도 달려야 한다. 그래야 내일을 만날 수 있다. 시작이 있어야 성과물을 만날 수 있다. 몇 번의 시도로 결과물을 만날 수 없었던 방법이 최선이라며 똑같은 시도를 더 많은 물량을 투입하여 시도하는 것은 도박이다. 한 사람의 인생도 아닌 국가와 국민전체를 놓고 도박을 벌여서는 안 된다. 지금 한걸음 늦는 것이 미래에 얼마나 많은 갭을 메워야 하는 것인지 모르는 행동이다. 장밋빛 꿈에 여유로움이 아닌 현실의 고무장갑을 끼고 다시 뛰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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