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가 대한민국을 집어삼키다 (배려의 부재)
혐오가 대한민국을 집어삼키다 (배려의 부재)
  • 승인 2018.11.2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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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아(이학박사/전 대구시의원)



대한민국은 늘 시끌시끌한 나라다. 좋은 일과 나쁜 일을 모두 포함해서 하는 말이다. 지금 가장 뜨거운 감자는 아마 ‘혐오’라는 단어인 것 같다. 사회 모든 곳곳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혐오’의 행태가 일어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혐, 남혐 이라는 성별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을 넘어 아동혐오부터 노인혐오까지 그 스펙트럼은 참 넓고 다양하다.

예전에 혐오라는 말은 사실 바퀴벌레를 혐오한다는 식의 누가 들어도 고개를 끄덕일 수준이었는데 요즘은 들을 때마다 갸우뚱 하게 되는 경우가 더 많다. 문제는 이 상식을 넘은 각종 ‘혐오’ 때문에 대한민국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갖은 이유로 서로 혐오하고 집단 간의 대결 구도가 형성되면 여러 곳에서 분열이 생기게 될 것이고 이는 결국 국가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물론 쟁의에서 비롯되는 긍정의 효과도 있지만 작금의 흐름은 그러한 것을 기대하기엔 너무 멀리 왔다.

연일 매스컴에서는 다양한 혐오에서 비롯된 엄청난 사건사고가 보도된다.

강남역 묻지마살인사건부터 이수역폭행사건까지, 알려지지 않은 소소한 사건들을 포함한다면 정말 많을 것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찾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이를 풀어가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이 분명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맘충’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필자는 노키즈존을 접하면서 인터넷상에서 이 단어를 처음 알게 되었다. 식당이나 까페들이 아이를 동반한 손님을 받지 않는 것이 노키즈존인데 이 원인이 바로 ‘맘충’이라고들 한다. 엄마를 뜻하는 맘(mom)에 벌레를 의미하는 충(蟲)이라는 한자어를 붙여 만든 단어로 어린아이를 동반한 아이엄마를 일컫는 것으로 ‘내 새끼가 최고’라는 마인드가 도를 넘어 타인에게 피해를 주거나 공공장소에서 도를 넘은 행동을 저지하지 않고 놔두는 것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사용된다. 필자 역시 까페나 식당에서 아이의 도가 지나친 행동을 전혀 저지하지 않는 부모를 보며 눈살을 찌푸린 적이 당연히 있다. 그러나 왜 꼭 ‘맘’충인가.

이러한 혐오 관련 단어를 볼 때마다 기저에 깔린 염려는 늘 ‘배려’의 부재로 디폴트 된다. 필자도 독자들도 엄마 뱃속에서 열달을 자라서 태어났고 양친의 사랑과 질타를 받으며 성장하였을 것이다. 필자의 모친은 필자가 어릴 때에 남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을까? 분명 많고 많았을 것이다. 아이가 세상에 처음 나와서 세상에 적응하느라 이런저런 실수를 할 수도 있고 엄마 역시 엄마가 처음이라 과도한 사랑이 서투른 보살핌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아무리 달래도 그날따라 아이가 울음을 그치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 타이밍에 그러한 아이엄마를 목격한 사람들은 젊은 아이엄마의 대표 이미지를 우는 아이를 달래지 않는 몰상식한 엄마, 통제가 안 되는 아이를 데리고 까페에 온 진상엄마가 되고 이는 곧 ‘맘충’으로 굳혀진다.

아동혐오도 마찬가지이다. 누구나 어릴 때에는 미성숙하기 때문에 실수도 하고 또 쉽게 고쳐지지 않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아동의 시기를 보냈기에 지금 이 ‘혐오’의 시류에 편승하거나 주도하거나 혹은 외면하는 성인이 된 것은 누구나 같다.

당사자가 아니라고 해서, 본인의 처지가 그렇지 않다고 해서 너무 쉽게 우리는 타인들을 혐오한다. 공감적 배려라는 말이 있다. 상대편의 입장이 되어 그의 마음이나 감정을 이해하면서 그를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마음을 쓰는 것을 뜻한다. 대한민국을 좀먹는 공감과 배려의 부재, 더 이상은 혐오가 우리를 집어삼키도록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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