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세종시 문제 너무 지겹다
<대구논단>세종시 문제 너무 지겹다
  • 승인 2010.02.16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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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지방자치연구소장, 영진전문대 명예교수)

설날 일부 지역구 의원들이 세종시 민심을 파악한 내용을 보면 그 해석은 예상 대로다. 충청권과 호남권은 원안 고수 입장이 강한 반면 수도권은 친이계, 친박계로 양분 의견이 분분하다. 영남권에서는 같은 당끼리 왜 그렇게 싸우느냐, 한나라당이 두 쪽 나는 것 아니냐, 정권 재창출 가능하겠느냐 는 등 가지각색이다.

국회의원들이 지역민들로 부터 얻은 아전인수 격 정보지만 어느 정도 여론의 분위기는 맛본 것 같다. 세종시 문제가 여야 대결에 앞서 한나라당내 계파간의 권력문제, 힘겨루기로 비쳐지고 있어 보기에 매우 딱한 감이 든다. 크게 보면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와의 기 싸움으로도 보인다.

박 전대표가 뜻을 굽히지 않으니 대통령으로서는 여당의원들이 토론을 통하여 당론을 결정해 주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당론이 세종시 수정안으로 바뀐다고 해도 국회 본회의에서 결정을 봐야 하니 야당의 극한 반대를 어떻게 다스릴지 그것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산 넘어 산이다. 당론 변경은 박근혜 전 대표가 당 대표였던 2005년 2월 말 당 의원총회에서 결정한 세종시 당론을 변경하자는 것이다. 한나라당 재적의원이 169명이므로 3분의 2선인 113명만 찬성하면 한나라당 당론으로 변경 결정되고 반대하는 의원들도 당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계산을 할 수 있다.

현재 한나라당의 당내 계보별 분포는 확실한 친이계가 90-100명, 친박계는 40-50명 선, 나머지 20-30명은 어느 한 계파로 분류되는 것을 꺼리는 중도파로 불리고 있다고 한다. 당론 변경을 주도하고 있는 주류파는 찬성 100명은 확고한 숫자이고 10여명만 추가 확보하면 당론 변경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박전대표의 반대주장과 대통령의 확고한 수정 입장의 중간에서 방황하는 의원들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가 관건이다.

지난 총선에서 박전대표의 무서운 정치력을 실감하고 있는 의원들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음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세종시 문제로 인해 이대통령과 박전대표의 속마음을 다소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근래 들어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하면 박 전대표도 그에 대응하는 자세를 늘 취해 오고 있다.

한나라당 공천으로 대통령이 된 이대통령의 입장에서는 당적은 없더라도 같은 당이라는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여당이 대통령의 정책을 지원해 주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할 것이고 박전대표가 그를 추종하는 세력과 더불어 대통령의 의중을 꺾으려 드는 것이 달갑지 않을 것이다.

대권의 고지를 바라보는 박전대표로서는 뭔가 국민에게 어필할 수 있는 대의명분을 찾아야 하는 만큼 예민한 정치적 감각에 의해 늘 조신하는 행태를 보여 왔고 그것이 박근혜 표 트레이드마크가 된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늘 원칙론을 앞 세워 온 그로서는 세종시 법안이 그가 당대표로 있던 때에 통과된 만큼 명분 지키는 일이 최선책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지금 한나라당 주류세력들이 당론 변경을 위한 의원총회를 서두르고 있는데 친박계는 `방향을 정해놓고 하는 의총은 필요 없다’ 며 반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등 야당은 `세종시 유치기업을 둘러싼 정경유착, 국무총리의 정략적 임명, 세종시 수정집회 군중 동원’ 등의 의혹이 있다면서 국정조사요구서를 제출키로 하는 등 향후 정국이 어지럽게 전개될 전망마저 보인다.

국민들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국회의원은 직접 정치를 할 수 없는 국민들을 대신하는 위치에 있는 직업적 정치인이다. 그런 만큼 국민들의 생각을 최소한이라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데도 지금 국회의원들의 행태는 제 자리를 지키기 위한 정치적 꼼수만 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보스 말 한마디에 운신 향방을 정해야하고 하고 싶은 말 못하고 눈치만 보는 존재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기적 정치놀음을 하라고 국회의원 뽑아준 것이 아니다. 한나라당은 조속히 의원총회를 열어 되든 말든 국민들의 대표 격인 의원들의 생각을 한데 모아주기 바란다. 아울러 대승적 차원에서 여야가 세종시 수정법안을 다루어 주기 바란다. 세종시 문제 너무 지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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