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예술인 비판 수렴…‘문화 랜드마크’ 함께 만들어야
지역 예술인 비판 수렴…‘문화 랜드마크’ 함께 만들어야
  • 김종현
  • 승인 2018.11.2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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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반 논란’ 대구간송미술관 향후 추진 방향은…
예술·시민단체 반대 이유는
대구시, 연간 운영비 50억 지원
간송재단 민간 위탁 특혜 주장
지역 예술인 주권 박탈 목소리도
“유치에 안주 말고 콘텐츠 마련을”
市, 박탈감 해소·운영안 마련 나서
작품 소유권 가진 재단 위탁운영 합법
재단 노하우 바탕 프로그램 마련 추진
내년 상반기 ‘예술인복지증진 조례’ 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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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구에서 열린 간송특별전에 16만여명이 몰렸다.

대구문화예술혁신포럼과 일부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8일 대구시청 앞에서 ‘간송미술관 대구분관 건립 반대’ 성명서를 내는 등 간송미술관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구간송미술관을 반대하는 이들은 유치과정에서 대구 예술계 의견수렴이 없었고 매년 시 예산 50억 원이 지원되며, 대구시가 운영권도 갖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간송미술관 대구유치 어떻게 봐야 할 것인지 취재했다.

김득신야묘도추
대구에서 열린 간송특별전에 전시됐던 김득신의 야묘도추.

지난 2016년 12월 ‘대구간송미술관 건립과 운영’에 대한 계약이 체결된 뒤 대구는 2021년 미술관 개관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울에 있는 간송미술관은 1938년 설립된 국내 최초 사립미술관으로 전시보다는 문화재의 보호와 연구에 중점을 두고 있다.

1년에 2회 정도 주제별로 일부 문화재만 제한적으로 대중에게 개방(서울 DDP)해 왔다. 대구시는 국보급 전통 문화콘텐츠 확보와 함께, 지역 문화자원과의 연계를 통한 시너지 효과 창출로 지역 문화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대구간송미술관을 유치했다.

수성구 삼덕동에 지하1층, 지상3층(연면적 8천300㎡) 규모로 사업비 400억 원(국비 160, 시비 240)이 들어간다. 조성되는 시설은 전시실, 수장고, 교육·체험 시설, 야외전시장, 연구공간 등이다.

대구시 한만수 문화체육국장은 대구간송미술관 건립에 따른 효과를 “간송미술관의 유일한 상설전시장을 확보해 국내외 문화마케팅을 선도하고 국가적 문화명소의 탄생으로 지역 예술계가 자생할 수 있는 파생효과 창출도 기대된다”며 “대구미술관과 연계한 시각예술 클러스터 구축으로 고품격 문화랜드마크 조성·문화재 고증·복원 전문가 및 관련 학예사 육성 등 지역 특화산업으로도 성장 가능하다“고 기대했다.

현재 시민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대구미술관이 간송미술관과 유기적 연계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것이라는 얘기다.

경쟁력있는 박물관·미술관은 그 도시의 품격과 자부심을 대변하며, 화폐로 환산할 수 없는 무한의 가치를 창출함을 고려할 때 대구간송미술관은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올려줄 대표적 문화콘텐츠로 대구시민의 자긍심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간송미술관 대구분관’으로 부르고 있으나 시는 지난 2016년 계약을 통해 ‘대구간송미술관’으로 호칭을 공식 결정했다고 밝혔다.

미술관은 대구시의 재산이 되고 운영은 재단이 하게 된다.

대구간송미술관을 간송재단에 민간 위탁하는 것은 특혜라는 주장이 있으나 시는 ‘대구광역시 사무의 민간위탁 조례’ 제5조에 따라 문화시설 운영은 위탁 가능하며 전시품의 소유권을 가진 간송재단에서 위탁운영하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간송재단 입장에서 직접 위탁을 맡지 않으면 전시품이 대구로 올 명분이 없으며, 재단의 문화재 연구, 보존 노하우를 바탕으로 미술품을 상설 전시하고 다양한 교육·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특혜라 볼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운영비는 인건비, 전시운영비, 교육비, 홍보비, 시설물 관리비용 등 미술관에 직접 투입되는 비용으로 위탁 운영기관의 자체 수익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총 운영비(약 49억 원 추정)는 미술관 운영에 따른 자체 수입금(약32억 원 추정)으로 우선 충당하고, 부족액에 대해서 시비로 보전(약 17억 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간송미술관은 수성 IC에서 5분이 소요되고, 달구벌대로와 도시철도 2호선과 인접해 있어 앞으로 수성알파시티가 조성되고 도시철도 3호선이 연장되면 접근성이 더욱 개선될 전망이다.

시는 이 일대에 대구미술관과 연계된 시각예술 클러스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간송의 고전미술이 대구미술관의 근대~현대미술로 이어지게 되면 국내 최고수준의 시각예술분야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클러스터 지역은 시유지(100%)로 돼 있어 市 재정부담이 적고 인접도로와 상하수도 등 도시기반 시설이 완비돼 사업 조기완수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일부 지역 예술계에서 간송재단의 미술관 운영은 지역 문화예술계 주권을 박탈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대구간송미술관은 전통문화자산의 보존과 전승에 그 가치를 두는 것으로 지역 작가들의 창작활동, 지역 문화정책 등에 관여하고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것이 시의 주장이다.

특히 지역 예술계의 상대적 박탈감 해소를 위해 한국 근대미술을 선도한 대구 근대미술을 재조명하고 아카이빙 역할을 수행할 ‘국립근대미술관’ 유치를 지역 예술계와 공동 추진하기로 했다.

1단계로 자료발굴·연구, 지역 작가 재조명, 콘텐츠 아카이빙 등을 대구미술관, 대구미협과 함께 해나간다는 방침이다.

2단계로는 근대미술관을 조성하고 아카이빙, 자료 디지털화, 전시·교육 등에 나선다.

시는 1단계 사업을 2019년부터 집중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구 지역작가 연구전시회(신규), 해외교류 및 전시기회 제공, 대구 마스터시리즈(지역 원로~작고작가 재조명), 대구미협 지역 현대작가전, 근대작가 재조명전(신규)을 추진하기로 했다.

‘예술인 활동여건 실태조사’를 이달 중에 하고 내년 상반기에는 ‘예술인복지증진 조례’를 제정하는 등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민선 7기 지역 예술인의 경력단계별 지원정책을 지속발굴하기로 했다.

간송특별전에 출품됐던 ‘미디어아트’ 작품이 표절 논란에 휩싸인 것과 관련해 간송재단에서는 두 작가간의 저작권 문제로 당사자간 법적절차를 지켜본 후 대처방안을 고민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혀왔다.

지역 문화계 인사들은 간송미술관이 대구에 들어서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콘텐츠로 얼마나 활발한 문화인프라 역할을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구미술관이나 국립대구박물관이 지역주민들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는지 없는지 주민들의 기억에서 멀어져서는 곤란하다.

전국적으로 이름 있는 미술관을 힘들여 유치한 만큼 지역 미술계의 반대 목소리도 충분히 경청해 고칠 것은 고쳐야 한다.

시는 문화예산 집행에 있어서 그동안 대구문화재단의 예에서 보듯 문화예술인들의 순수하고 예술적인 바람과는 반대로 가지 않았나 반성해야 한다. 다른 도시에서 하지 못하는 간송이라는 대어를 낚아오고도 향토 예술인들의 비난을 받는 일이 계속 반복된다면 대구의 문화예술은 겉만 번지르르하고 예술혼의 기반은 무너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한편 간송미술관은 삼국시대부터 조선말 근대까지 전 시대에 걸쳐 문화사적으로 중요한 문화유산을 소장한 국내 최고 미술관이다.

주요 소장품은 (국보) 제70호 훈민정음, 제135호 혜원전신첩 등 12점, (보물) 제1973호 신윤복 ‘미인도’, 제1970호 김홍도 ‘마상청앵’ 등 23점이 있고 총 소장품은 만여점에 이른다.

간송(澗松) 전형필(1906~1962)은 일제강점기 역사적 혼란기속에서 일생을 바쳐 우리 문화를 지킨 문화 독립운동가이다.

수집문화재의 지속적·체계적 관리와 연구를 위해 보화각을 설립(1938년)했고, 우리나라 대표적 민족사학 보성학교 인수(1940년), (追敍) 대한민국 문화포장(1962년), 대한민국 국민훈장 동백장(1964년), 대한민국 금관문화훈장(2014년)을 받았다.

김종현기자 oplm@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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