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간 벼루 1천500점 수집…“팔도강산 누볐지요”
45년간 벼루 1천500점 수집…“팔도강산 누볐지요”
  • 승인 2018.11.21 21: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취연벼루박물관 개관 앞둔 손원조 前 경주문화원장
어린시절 문방사우 가까이 생활
청년 때 본격적으로 수집 시작
기계로 만든 것 없어 모두 수제
백원대부터 백만원대까지 다양
신라~조선 벼루사 한눈에 파악
자연스레 붓·먹·종이도 수집
경주세계문화엑스포서 2회 전시
연내 취연벼루박물관 개관 목표
손원조-취연박물관-관장
손원조 경주취연벼루박물관 관장

 

이런 삶 이 사람, 취연벼루박물관 개관 앞둔 손원조 前 경주문화원장

“어릴적 할아버지가 축문을 짓고 아버님이 지방을 쓰실 때부터 먹을 갈아준 것이 계기가 되어 45년간 1천500여 점의 벼루를 수집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가진 벼루는 모두 기계로 파거나 틀로 찍어낸 것 아닌 손으로 깎아 만든 100년 이전의 유물들이라 더욱 애착을 갖고 수십년 동안 어렵게 수집해 소장한 것들입니다.”

전 경주문화원장을 지낸 손원조 취연박물관 관장은 벼루와 만나게 된 계기를 이 같이 밝혔다.

경주에서 나고 자란 손 관장은 벼루 수집을 위해 경상도는 물론 충청도와 전라도 등 전국 안다닌곳이 없이 발품을 팔아 신라, 고려, 조선 등 시대별 벼루 형태와 산지에 따른 종류별 벼루 1천500점을 소장하고 있다.

지난해는 국립경주박물관에서 ‘검은구름뿜어내는벼루연’展 먹 관련 전시회를 가졌다.

손 관장은 경주시 강동면 오금리 경주손씨의 집성촌에서 76년 전에 출생한 뒤 전통 유교 집안이라 기제사만 1년에 열 번이나 지내는 모습을 보면서 컸다. 아주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사대봉사를 하시면서 선조님들의 입제 날마다 축문과 지방을 쓰셨으며 그때마다 저는 옆에서 먹을 갈아본 경험을 토대로 벼루를 수집하게 된 동기는 이같은 어릴 때의 경험과 기억이 바탕이 된 듯하다.

그런 마음이 연결돼 직장생활을 시작하던 1973년부터 자연스럽게“나도 취미로 선비정신과 양반정신이 깃든 문방사우 중 가장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벼루를 한번 모아보자”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 하나 다른 이유로는 1970년대 초 당시 경주지역에서 의사와 변호사, 건축사 같은 소위 ‘사자돌림’의 직업을 가진 소득이 높은 분들이 여럿 있었으며, 이 분들은 이미 조선의 대표 서예가로 불리던 추사선생의 글씨를 비롯해 천경자 선생의 서양화를 높은 값으로 구입하던 그런 때였으며, 그걸 보면서 소액을 투자하는 종류를 찾아 벼루 수집의 길로 나섰다.

손 관장은 맨 처음 경주시내 골동품 가게로 찾아가서 벼루 구입을 문의를 했다고 한다. 당시엔 경주시내에 골동품 가게가 스무 군데 정도로 많았으며, 그 중 규모가 좀 나은 몇 군데를 정해서 “손수레 장사꾼들이 오면 벼루를 구입해 달라. 그러면 내가 그 벼루를 사 가겠다”고 업주들에게 부탁했다고 한다.

그는 이런 방법으로 골동품점 주인들에게 의뢰를 하고 그들은 당시만 해도 취급하지 않았던 벼루를 구입해 나에게 되파는 형식으로 벼루 수집에 나섰다.

처음에는 몇 백원에서부터 다음엔 몇 천원으로 오르다가 세월이 가면서 몇 만원에서 몇 십만원, 나중엔 백만원을 호가하는 벼루가 나왔다.

또한, 벼루를 구하기 위해 전라도는 물론 충청도 단양까지도 가서 경매장을 찾기도 했으며 지인의 소개로 부산의 골동품 가게를 찾아다니며, 주로 조선시대 백성들이 사용하던 벼루를 구입했다고 한다.

그렇게 지난 45년동안 신라벼루를 비롯해 고려벼루, 조선벼루 등 모두 1천500점의 각종 벼루를 구입해 소장하게 됐다고 밝혔다.

 
벼루
손원조 취연벼루박물관 관장이 소장한 벼루들.


이렇게 하다보니 자연히 붓과 먹과 종이도 같이 구하기 시작했으며 벼루집과 벼루상도 100여점을 소장하고 있으며 대표적으로 120년 된 종이와 102년된 먹도 소장하고 있다. 더불어 경주출신 예술가들 60여명의 그림과 글씨를 비롯해 그분들의 그림과 글씨가 쓰여진 합죽선도 100여점도 함께 소장하고 있다.

특히 손 관장은 45년째 벼루를 수집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로는 35년째 외상 장부로 거래하는 골동품점이 있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이곳은 황남동 첨성대 북편 구로쌈밥 옆의 천마당이라는 골동품 점포로 40년 넘게 가게를 경영하고 있는 주진홍 사장과는 1990년대부터 거래를 시작해 지금도 외상장부가 있다고 한다.

당초에는 형편이 어려워 벼루 값을 단번에 치르지 못해 외상으로 해놓은 다음 지불하는 방법으로, 1년에 두 차례 추석 전과 설 전에 갚아 나가는 방법을 썼다.

이와 함께 손 관장은 그동안 두 차례의 벼루 전시회를 가진 바도 있다.

첫 번째는 지난 2001년 봄 경주세계문화엑스포 현장을 상설공원으로 개장할 당시 30일 동안 특별전시회를 가졌으며 두 번째는 2003.8월 경주세계문화엑스포 본 행사가 열릴 때 일주일간 가졌던 벼루 전시회다.

첫 번째 전시회 당시 경주시와 자매도시인 중국 시안시 문화예술인들 다수가 참석해 벼루 전시장을 돌아본 뒤 “한국 벼루가 으뜸이다”는 기록을 방명록에 남겨 수십년 공들여 수집한 해동연이 문방사우의 종주국인 중국의 문화예술인으로부터 재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 뒤에도 꾸준하게 벼루를 수집했으며 평소 소망하던 벼루박물관 건립을 위해 노력하던 중 지난 봄에는 경주시 동부동 경주읍성 인근에다 터를 마련하고 현재 60평 규모의 벼루전시장 건물을 준비하고 있으며 올 연말 안에 취연벼루박물관이란 이름의 우리나라에 하나밖에 없는 벼루전문박물관을 준공해 개관을 준비 중이다.

한편 손 관장은 부산일보 기자로 출발해 KBS, 영남일보사 등 35년 동안 신문과 방송사 기자로 활동했으며, 정년퇴임 후 주간지인 ‘서라벌신문’을 복간하고 12년차 발행인과 편집인으로 활동하다 지난해 1월에 20년 후배에게 회사를 물려줬다.

경주=안영준기자 ayj1400@idaegu.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