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동네 책방에 바라는 기대
미래의 동네 책방에 바라는 기대
  • 승인 2018.11.2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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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선 대구교육대학교 교육대학원 아동문학 전공 강사
책(冊)의 한자 모양은 책장에 책이 꽂혀있는 모습으로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서 11월 11일을 서점의 날로 정했다한다. 가을이니 책읽기에도 좋은 계절이다. 冊! 冊! 冊! 온통 책으로 둘러싸인 책방에 앉아서 온종일 읽고 싶은 책을 실컷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어릴 때 꿈이 책방 주인이 되고 싶을 때가 있었다.

차차 살면서, 인간 지식의 향상에 공헌하는 책 그 너머에 사람이 있다는 것과 책방 주인이 되어도 책 읽을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동네 책방 주인 말로 책이 팔려도 한 권당 이윤이 적어 인건비는 고사하고 건물 임대료 내기도 어렵단다. 하긴 지금은 인터넷 정보가 흘러넘치는 시대이니 책이 점점 더 안 팔리기도 하겠다. 게다가 인터넷 최강국인 한국은 지하철 안에서도 손전화기로 터치만 하면 E-북(전자책)을 비롯해 알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 보고 듣고 싶은 것 모든 것을 척척 해결할 수 있다.

일본의 지하철 안에서도 책 읽는 모습이 별로 안 보인다. 영국은 아예 국민이 책을 많이 읽도록 지하철에 인터넷을 연결하지 않고 있단다. 비단 인터넷의 영향뿐이랴? 대형 책방인 ‘ㄱ문고’가 확장하면서 지역 책방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미국을 보더라도 세계 최대의 오프라인 ‘반스앤노블’ 책방이 그렇게 동네 책방을 사라지게 하고 있다. 대구의 동네 책방 가운데도 아동도서를 전문으로 취급하던 ‘호세호치’ 책방이 있었다. 좋은 아동 도서만 골라 취급하던 곳이라 모 방송국에서 내게 독서지도 관련 대담을 하자했을 때 거기서 촬영했는데 없어진지 오래다. 이런 풍토에서 골목골목에 숨어 있는 작은 책방은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가야 독자와 책방주인이 함께 공생하며 행복해질 수 있을까? 희망은 있다. 요즘은 혼자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여행지에서 친구 찾듯 동네책방 찾는 독자들도 많다니 이런 추세를 몰아 동네 책방의 희망적인 미래를 그려본다.

첫째, 온라인 판매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이 남긴 평점과 취향, 사전 주문량, 판매량의 빅 데이터로 고객 맞춤형 책방을 운영하는 미국 아마존닷컴처럼, 동네 책방이더라도 인터넷 북 카페를 먼저 만들어 여행자들도 그곳에 가면 이용하고 싶은 책방으로 검색되도록 하면 고객이 늘어날 것 같다. 오는 손님에게는 독서 취향 정도는 묻는 소통과 도서 검색대를 비치해두고 “이 책을 읽은 뒤에는 이런 책도 읽어보셔야 할 걸요?”하며 다른 책을 추천해주고, 책을 펴든 느낌 한 줄이라도 책방 북 카페에 올리거나 손 글씨로 쪽지에 남기면 커피 한 잔, 그림엽서 한 장이라도 건네는 소통하는 책방이 살아남을 것 같다.

둘째, 서점 운영방법도 단순히 책만 취급하던 형태에서 차 마시고 빵 씹으며 책 읽는 책방, 책과 꽃과 잡화가 어우러진 책방, 한 분야의 책만 파는 책방들의 형태로 변화되어갈 때 소비층이 더 넓어질 것이다. 대구에 있는 ‘페이지 하우스’가 그 예를 충족하는 대표적인 책방이다. 10만여 권의 책과 500여 점의 회화 작품과 기록 보관소인 아카이브 개념의 물건들도 많이 소장하고 있다. 문학가나 화가를 초청하여 각종 문화 행사도 하고, 간단한 차와 식사도 즐길 수 있는 품격 높은 책방이다. 일본 ‘크레용 하우스’도 1층에 아동도서, 2층엔 문구류와 장난감, 3층에는 엄마만의 공간 책방으로 운영하고 있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도 작은 책방 주인의 특색 있는 철학으로 살아남은 책방도 있다. ‘모리오카 책방’이 그렇다. 한 번에 한 종의 책만 파는데 세계 명소가 되었다. 꽃에 관한 책을 팔 때는 책에서 소개한 꽃들로 작은 책방을 꾸며 입체체험을 하게 하는데, 고양이 관련 책만 다루는 책방도 따로 있단다.

셋째, 책 팔아 벌 이윤을 따지기 앞서 남의 아픔을 먼저 보는 동네 주치의가 된 마음으로 책방(출판사 포함)을 경영하면 재물이 쌓이는 금고보다 마음에 보람을 쌓는 금고가 복진 행복을 가져다 줄 것 같다. 일본의 하비씨 경우, 재활환자를 위해서 한 손에 들어가는 작은 카드 크기의 플립북(fiip book)을 만들고 치매환자들을 위한 추억을 되살려줄 사진집들을 개발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연극배우 이동우처럼 차차 눈이 안 보이게 되는 망막색소변성증을 앓는 구작가의 ‘그래도 괜찮은 하루’를 출간한 출판사가 있다. 그 책이 대박을 가져다 준 건 그 다음 일이었다.

나도 노년에 접어드니 외로운 사람들을 만나 소통하며 행복을 나누는 책방이 좋아 ‘베나의 집’을 동네 책방으로 나누고 있다. 청명한 바람과 새소리 속에 편안하게 책 읽다가 그냥 주는 박하차, 목련차를 즐기며 흔들그네에 누워 하늘도 보고 자기도 읽는 힐링 공간이다. 새로 책을 낸 작가가 찾아오면 마당에 핀 꽃으로 꽃다발을 엮어 출판기념회를 함께 즐긴다. 동화를 쓰는 작가의 책방이라 동화책을 선물로 받아 읽으며 자란 어린이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기억 속에 갈무리되는 책방으로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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