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밭에 서설이 내렸다.
새하얀 눈 이불을 덮은 찻잎은 여름의 열기를 견디며 아늑한 차향을 고스란히 담았다.
그 찻잎에는 월출산에서 떠오르는 달의 향기, 따뜻한 남쪽바다의 해풍, 가을 햇볕의 축복을 듬뿍 담아 저장한 후 혹독하게 시린 겨울서리와 매서운 추위를 견디면서 더욱 더 농축되어 따스한 봄날에 농익은 향을 내어 찻잔에 담으리라 ….
전라남도 강진군 성전면 월하리 월출봉 아래 산자락에 자리 잡은 월향다원은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수제 차의 생산지로 유명한 곳이다.
강진은 남쪽으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다산 정약용이 11년간 유배생활을 하며 많은 저서를 남겼던 보길도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긴 유배생활에 선생은 이곳의 차향을 벗 삼아 많은 기록과 연구 성과를 남긴 원동력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