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알티 아트스페이스 내달 1일까지 김승현展
리알티 아트스페이스 내달 1일까지 김승현展
  • 황인옥
  • 승인 2018.11.2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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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 깨려다 말고 가지고 놀았다
틀의 전형 같은 ‘타이포그래피’
붓으로 글자와 글자 사이 덧칠
새 형태 구축 사회규범에 일침
김승현작-Composition
김승현 작 ‘Composition’

“한 번도 다루지 않은 소재, 새로운 붓질, 전혀 다른 시각적 경험이 가능할까?” 작가 김승현이(사진) 창작을 촉발하는 새로운 영감에 목말라하던 시기에 던진 질문들이다. 전혀 새로운 창작은 역사 이래 작가들의 지상최대 과제였지만 그 꿈을 이룬 이가 소수에 불과했다. 김승현 역시 판판이 좌절을 맛봤다.

좌절로 이끈 원흉들은 곳곳에 산재했다. 호기롭게 작품을 그렸지만 컴퓨터 화면에서 마주한 이미지에서 자기 그림의 그림자를 발견하는가 하면, 어느 전시장에 걸린 그림에서는 그의 그림과 같은 향기를 맡아야 했다. “그럴 때 마다 그림을 덮거나, 지우게 됐어요.”

하늘 아래 전혀 새로운 것이 존재할까?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한 솔로몬의 말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발명 수준의 창작은 역사 이래 찾아보기 힘들다. 그 어떤 창작도 기존의 창작을 밑거름으로 하지 않은 것은 없기 때문이다. 이 말을 뒤집으면 기존의 틀이 발명 수준의 창작을 방해하는 제약이 될 수 있다는 의미도 될 수 있다. 김승현이 주목한 것도 기존의 틀이 주는 제약이었다.

“아예 철저하게 틀에 짜 맞춰진 이미지를 승부처로 삼아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그 틀을 극복하고 자유를 획득할 수 있다면 그것이 곧 제가 원하는 창작일 것이라 여겼죠.”

기존의 틀을 화두로 삼자 타이포그래피(typography)가 떠올랐다. 서체디자인을 좋아하는 개인적인 선호도 있었지만 디자이너에 의해 명징하게 디자인된 타이포그래피야말로 틀의 전형처럼 다가왔던 것이다.

작가가 “타이포그래피라는 제약에 반응하는 내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전혀 새로운 이미지를 만날 것만 같았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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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은 엄격하게 진행된다. 특정 단어를 그가 좋아하는 글자체로 선정하고, 그 글자를 화폭에 올린다. 이때 경계를 정하고, 경계를 따라 붓을 움직인다. 경계와 경계 사이에 색을 채워 나가는 것. 어떤 경우에는 제약을 아예 무시하고 캔버스 위 제약에 반응하기도 한다. 신체가 캔버스에서 반응을 멈추는 시간까지 그 과정은 반복하면 그가 구축한 새로운 공간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를테면 전통 기와를 이고 있는 허름한 가옥의 담벼락에 ‘House is not a home’이라는 문구를 적으며 ‘진정한 집’의 의미를 일깨우거나, ‘Mainstream(주류)’라는 글씨체로 주류와 비주류의 문제, 즉 정의롭지는 않지만 우리 사회에 분명하게 존재하는 틀을 비틀고 꼬집는다.

“기존의 틀이나 기성제품을 나의 붓질로 덮으면서 규범이나 제도 또는 사회현상 등을 위트있게 풍자하죠.”

이번 전시에는 ‘Composition’를 활용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회화’의 기본에 대한 원초적인 물음에 해당하는 작품들이다. “Composition이라는 글씨체에 기하학적 형식미, 그러나 그 속에 있는 아날로그적 제작 방식을 드러내며 삶과 미술의 관계데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어요.”

전시는 내달 1일까지 리알티(Realti) 아트스페이스(대구 중구 동인동)에서. 010-2784-0827.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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