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70년대 가요 재탄생
“한국적 재즈에 대한 갈망
당시의 정서적 풍미 공유”
가요 ‘눈물 젖은 두만강’, ‘전우야 잘 가라’, ‘빈대떡 신사’, ‘찔레꽃’, ‘대전 블루스’, ‘가는 세월’, ‘우리의 소원’이 재즈로 재탄생했다. 김명환 트리오가 해방이후 근대화시기인 20년대부터 70년대에 큰 사랑을 받았던 국민가요를 재즈 버전으로 편곡한 앨범 ‘위로’(사진)를 냈다. 김명환 트리오의 리더인 김명환이 드럼을, 성기문이 재즈피아노를, 강성민이 콘트라베이스를, 박재홍이 보컬을 맡았다.
“그때의 음악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지만 이후 세대에게는 생소한 음악들이다. 그들도 그 시대의 음악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를 알아야 세상을 좀 더 넓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앨범 제작과 드럼 연주를 맡은 김명환의 말이다.
잊혀져가는 옛 가요를 재즈 버전으로 편곡해 현재로 재소환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했다. “가사가 아름답고 멜로디가 좋기 때문”이라는 것. “메마른 현대인의 마음에 과거 한시대의 정서적 풍미를 맛보여 주고 싶었다.” 그렇더라도 의문은 여전히 있다. 재즈 뮤지션이 가요를 재즈로 편곡한 이유다. 그가 “한국적인 재즈에 대한 갈망 때문”이었음을 고백했다.
재즈연주를 들으면 본능적으로 몸을 흔들게 된다. 스윙감 때문이다. 스윙감은 아프리카 토속적 리듬과 거기서 파생되는 오프 비트(Off Beat)에 기반을 두고 있다. 우리 리듬과 정서가 아니라는 말이다. 김명환이 정통재즈를 할수록 남의 옷을 입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던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었다. 옛 가요와 재즈의 접목을 시도하게 된 배경 역시도 그랬다. “서양의 형식을 쓰되 우리의 정서를 담아내는 재즈를 할 수는 없을까”에 대한 가능성을 찾기 시작했고, 그 길에서 만난 것이 옛 가요였던 것.
“비록 미국에서 탄생한 재즈지만 우리의 정서가 배어있는 한국화된 재즈를 들을 자유가 있다. 대중과의 진정한 소통은 같은 정서를 공유하는 것 아니겠나?”
재즈버전으로 편곡하기 위한 가요 선곡에는 3가지 규칙을 두었다. 가사가 좋을 것, 1차적으로 원곡이 좋아야 하지만 편곡할 경우 더 좋아질 여지가 있을 것, 그리고 다른 사람이 어떤 장르로도 편곡을 하지 않았을 것 등이었다. 그런 기준으로 선곡된 곡들이 2016년에 1집 앨범으로 묶여져 나왔다. 1집에는 가곡 동무생각, 반달, 애국가, 가요 사의찬미, 나는 17살이에요, 나그네 설움, 비 내리는 고모령, 황성옛터 등 일제감점기와 광복 직후의 유행한 가요 8곡이 수록됐다. 이 앨범은 나름 선전했다. 천장 한정으로 선보였는데 입소문을 타고 모두 팔려나갔고, 재판까지 찍었다. 주로 40대부터 60대로부터 호응을 얻었고, 1집의 선전으로 2년여의 준비 끝에 이번에 2집이 나올 수 있었다.
“지인에게 선물하고 싶다면서 구매한 분들이 재구매를 했다. 젊은 시절에 들었던 옛 가요를 세련된 편곡과 연주로 다시 들으면서 옛 정서를 느끼는 것 같았다.”
재즈 버전으로 새롭게 탄생한 옛 가요의 결은 담담하고 차분했다. 원곡들에서 표현됐던 가슴 찡한 시대의 슬픔이 담담하면서도 초연하게 편곡됐다. 현대의 어법으로 그 시대를 재해석한 결과다. 편곡은 김명환과 성기문이 공동으로 진행했다. 편곡은 철저한 고증에 바탕을 두었다. 곡이 만들어질 당시의 사회상과 곡에 담긴 사연을 철저하게 파헤쳤다. 고증은 자료와 구술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음악적인 기교보다 그 음악 속에 담긴 주인공의 마음, 그 시대의 배경을 충분히 살려내는 것에 역점을 둔 편곡”은 주효했다. 재즈의 형식을 취하지만 당시 가요 속에 담았던 절박하고 처절했던 그 시대 사람들의 마음을 오롯이 되살린 덕에 그 시대의 감동을 그대로 전달 할 수 있었고, 사람들의 호응을 이끌 수 있었다. “원곡의 정서를 충분히 살리되, 원곡과 다른 무엇이 있어야 했다. 경계를 넘어서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앨범은 100퍼센트 대구산이다. 앨범 제작 전 과정을 대구에서 진행했다. 향후 앨범 수록곡들을 악보집으로 출간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미국의 스탠다드 재즈 리얼북(standard jazz real book)이 재즈분야의 성경책처럼 통용되고 있다. 일종의 미국의 대중가요 악보인 셈이다. 재즈로 번안한 우리가요를 악보집으로 만들의 한국의 스탠다드 재즈 리얼북으로 통용하고 싶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