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없는 봄
눈치 없는 봄
  • 승인 2018.11.26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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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달래 치맛자락 검불이 춤추는 봄이야! 봄이 왔어요’

아침 신문에 봄이 서둘러서 왔습니다

윤전기에서 피어 난 벚꽃이 시니컬하게 웃고 있습니다

새내기들이 까칠한 얼굴로

봄바람 속으로 따라 나서겠다고 아우성입니다

해바라기하는 조급한 놈 고개가 실긋거립니다

하뉘의 몽니에 새내기 얼굴이 잔뜩 부어올랐습니다

가십난 독설처럼 꽃바람이 봄의 얼굴 마구 치근덕거립니다

매양 그렇게 봄은 오지만

꽃은 언제나 어정쩡하고

마침내 실연당한 여인마냥 눈물 흘리며 떠납니다

봄 봄 봄이 가고 있어요.

꽃이 시나브로 지고 있어요

꽃이 봄의 눈치 보면서 울어요

열흘 남짓 짧은 나들이에 아쉬워 꽃이 울어요

펑펑 마구 울어요

봄바람이 이별의 손 흔들면

눈물 뚝뚝 꽃이 울어요

바람에 스치는 눈물방울

제 색깔대로 흘려 두고 깡그리 떠나고 있습니다

덧없는 봄날

아쉬운 내 눈물도 스적스적 뒤따라 갔습니다

 

 

 

 

김대성(시인)
김대성(시인)

 

◇ 김대성= 1948년 대구에서 태어나 계성고를 졸업하고 낙동강문학 창간호 동인으로 시작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한국시민문학협회 감사 및 고문이며 수필사랑 회원이다.

시집으로 ‘루소의 풀밭’ 등이 있다.

 

<해설>삶은 살아 있다고 느끼는 것과 동일하지 않다. 산다는 것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경험을 소유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어 한다. 우리의 단하나 목적지는 나 자신이기에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걸어서, 모든 두려움에서 탈출하고 꿈을 위한 공간을 넓혀가야 한다. 공허함을 물질로 채우려는 것은 둥근 공간에 모난 못을 박는 것과 같다. 자신의 것을 비우기 위해 자연을 들으며 침묵을 익히면, 감사할 줄 모르는 삶 그 자체가 형벌임을 깨우칠 수 있다. 이 세상 모든 것은 변하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흘러간다. 간절히 삶을 원한다면 덧없는 봄날처럼 죽음을 시나브로 준비하자. 숲에 있는 두 마리 새가 내손에 있는 한 마리 새보다 훨씬 더 낫다고 믿는 것이 희망과 꿈을 향한 존재의 초석임을 잊지 말자. -성군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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