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차세대 작가 신경철, 내달 1일 서울서 전시회 개최
주목받는 차세대 작가 신경철, 내달 1일 서울서 전시회 개최
  • 황인옥
  • 승인 2018.11.27 21: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先페인팅 後드로잉…회화의 새길 제시
붓질은 구상 드로잉은 추상
한 화폭에서 두 개 장르 담아
T-HERE-125-다시
신경철 작 ‘T-HERE’

연못 주위 수양버들이 땅 위에서 흐드러지고, 물빛 사이에서도 가녀린 춤사위를 피워낸다. 현실과 비현실, 시작과 끝이 뒤엉켜 경계가 모호해, 흡사 꿈결 같다. 그래서일까? 마음은 어느새 풍경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간다. 안평대군이 꿈속에서 신선이 되어 도원(桃源)을 거닐었듯, 신경철(40)이 그린 연못 풍경 속으로 들어가 한가로이 노닐고 싶어진다. 풍류를 부르는 작가 신경철의 200호 신작 ‘T-HERE’다.

지난해 리안갤러리 대구에서 초대전을 가진 이후 올해 세밑에 리안 서울에서 초대전을 연다. 신경철은 리안갤러리가 눈여겨보는 젊은 작가로 일찌감치 낙점됐다. 작가 선정에 까다롭기로 정평난 리안갤러리의 차세대 작가로 선택된 점은 동료작가들에게는 부러움이다. 신경철의 무엇이 리안갤러리의 날카로운 심사를 가뿐하게 통과하게 했을까? 바로 ‘새로움’이다.

그는 드로잉 후 채색이라는 회화의 일반적인 틀을 깨고 채색 후 드로잉이라는 역순을 통해 회화의 혁신에 한 걸음 더 나간다. 최근 작업실에서 만난 그가 “대상에 접근할 때 역순으로 들어간다”며 “회화의 새로운 방법론”을 언급했다. “페인팅이 밑작업이 되고, 드로잉은 후작업이 되죠.”

작가의 아방가르드적 태도를 건드린 것은 앤디워홀이었다. 신경철이 대학을 졸업할 무렵 앤디 워홀이 상종가를 치면서 사회전체가 앤디 워홀 신드롬에 빠진 현상을 보고 “과연 그것이 예술의 올바른 방향성인가”에 의문을 품었다. 그가 생각하는 예술가는 “성공모델을 따르는 것이 아닌 고독하더라도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쪽에 서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작가가 고독하게 선택한 새로운 길은 회화의 방법론에서 찾았다. 드로잉과 붓 작업으로 진행되는 회화의 순서를 뒤집어 붓 작업 후 드로잉(연필선)을 가하는 방식이다. 작업은 3단계를 거친다. 캔버스에 밑칠을 하고 매끄럽게 다듬은 후, 밑칠과 다듬는 작업을 반복해 단색의 표면을 획득한다. 그리고 은색물감처럼 금속성을 띠며 빛을 반사하는 물감으로 풍경을 그린다. 이후 형상을 따라 드로잉을 가한다.

밑작업으로 드로잉을 하고 물감으로 완성하는 그림의 경우 드로잉선이 드러나지 않지만 이 둘의 순서를 뒤바꿔 그린 작품에는 연필선과 붓터치가 동시에 드러난다. 붓 터치는 구상과 재현, 연필선은 추상과 환영이라는 효과로 드러나는 것. 새로운 방식으로 새로운 효과를 얻은 것이다. 한 화폭에서의 두 장르의 혼재는 상상은 부추기고 깊이감은 더해진다.

“학창시절 형광펜으로 쓴 글씨에 검은색 펜으로 테두리를 치던 기억이 작업의 단초가 됐어요. 글씨를 펜으로 둘렀을 경우 글씨가 더 부각되는 것을 경험했는데 매우 인상적이었죠.”

리안 서울 전시에서 변신을 시도했다. 드로잉 작업을 배제하고 붓으로만 풍경을 표현하는 것. 드로잉이 빠진 허전함은 밑작업과 풍경의 강렬한 대비와 터치의 드라마틱함으로 극복한다. “작가에게 변신은 새로운 길을 제시하기 위한 방법론 중 하나에요. 그러니 계속해서 변신해야죠.(웃음)”

대상은 주로 풍경이다. 연못을 낀 정원이나 바다가 연상되는 풍경들이 주를 이룬다. 특별한 경우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 핀 연못’을 차용하기도 한다. 신경철이 풍경으로 대상을 드러내는 방식은 다양하다. 인터넷에서 찾거나 직접 찍은 풍경을 가져와 재조합하거나 일부만 확대해 가져오거나, 여러 가지 풍경들을 뒤섞어 하나로 만드는 방식을 취한다. 풍경을 그린다기 보다 수용한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이런 장치 때문인지 생략과 변형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동양화가 스쳤다. 그가 “실경 풍경이 아닌 심상 속 풍경”이라고 했다.

‘‘T-HERE’ 연작을 그린 지 어언 14년이다.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실패의 경험도 맛봤다. 이제는 실패없는 100% 성공을 위해 정확한 설계도면을 애초에 두고 작업한다. 그렇더라도 새로운 회화의 제시라는 방향성은 일관되게 견지한다. 그가 “회화의 극대화를 위한 여정이었다”고 했다.

“‘나만의 회화가 무엇일까’를 나의 관점에서 해석한 풍경으로 드러내 온 시간들이었어요. 과거의 회화를 수용하되, 21세기의 신경철이 표현하는 현대미술을 위해 계속 달려갈 겁니다.” 전시는 내달 1일 개막해 25일까지. 02-730-2243 황인옥기자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