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카루소(E. Caruso)와 파바로티(L. Pavarotti)의 대화 Ⅱ
[문화칼럼] 카루소(E. Caruso)와 파바로티(L. Pavarotti)의 대화 Ⅱ
  • 승인 2018.11.28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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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국
수성아트피아 관장


C. 내 조국 이탈리아 벨칸토의 예술성을 전 세계에 활짝 꽃 피워준 자랑스러운 후배님과 함께하는 시간은 언제나 즐겁네^^ 우리 산책가기 전에 어디까지 얘기 했던가?

P. 저도 벨칸토의 가치를 완성시킨 선배님과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행복하고 영광스럽습니다.^^ 지난번은 풍요로움과 과학에 힘입은 분석적 접근에 의한 예술이, 느림과 단조로움 그리고 직관에 힘입은 예술을 왜 능가하지 못하는가에 대하여 카루소님의 고견을 제가 청해 들었습니다. 오늘은 최근 문화예술계 뿐만 아니라 전 사회적 현상이기도한, 이른 세대교체와 비주얼을 중시하는 현상에 대하여 마에스트로께 여쭙고 싶습니다.

저도 20대 중반에 혜성과 같이 나타나 당시 스칼라 극장을 지배하고 있던 위대한 라이몬디님을 시름에 잠기게 했고, 오페라 무대의 새로운 얼굴을 원하는 청중의 성원에 힘입어 새 시대를 열어간 주역이었습니다만 작금에는 성악가의 세대교체가 너무 일찍 이루어진다는 생각입니다.

C. 음--- 사실 그 점이 참 아쉽다네. 쓰리테너라는 상품을 만들어 함께하다가 자네가 먼저 이곳으로 온 탓에 남은 둘은 여러모로 섭섭했을 걸세. 하지만 ‘카레라스’군도 최근까지 씩씩하게 노래했고 특히 ‘도밍고’군의 활약은 참으로 대단하지 않은가? 팔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행정가와 후계자양성 그리고 지휘자, 이젠 바리톤 영역까지 정복하고 있지 않은가? 물론 난 바리톤으로 인정하지 않지만 청중이 열광한다는 것이 중요하지. 이렇게 노익장을 과시한다는 것은 참으로 아름답다고 생각한다네. 아무튼 자네들은 근래 보기 드물게 대중으로부터 큰 사랑을 오래토록 받은 특별한 존재야. 하지만 어떤가? 자네들처럼 행복한 성악가가 얼마나 되겠는가. 세상이 새로운 얼굴만 찾다 보면 결국 자원의 고갈과 직결된다고 나는 생각하네. 참 어려운 문제일세.

P. 네 쉬운 문제는 아닙니다. 극장의 입장에서는 핫한 이슈를 가지고 있는 아티스트를 찾기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긍정적 선순환 구조를 생각한다면 새로운 인물의 발굴만큼이나 나이가 들어가는 예술가들의 매력을 재창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는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하는 과제인 것 같습니다.

C. 그렇지. 아티스트는 늘 자신의 예술을 위해서 부단히 노력해야 하지만 극장도 그들의 상품성을 지속시킬 수 있는 안목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보네. 즉 예술계의 흐름에 따라갈 것이 아니라 비젼을 제시하고 선도해 나가야한다는 말일세.

P. 맞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말입니다. 지금은 그 어느 때 보다도 비주얼을 중시하는 시대라 그에 따르는 부작용이 없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사실 저도 30초반 까지는 제 모습을 봐줄만 했죠. 하지만 아시다시피 그 뒤로는 오페라를 하기에는 너무나 거대한 몸집이었습니다. 최근 이쪽으로 이사 온 ‘카바예’라는 소프라노도 그랬습니다만 오직 제 목소리를 사랑해준 청중 덕분에 아픈 무릎으로 인해 다리를 쩔뚝거리면서도 ‘돈 카를로’같은 젊은 왕자 역을 노래 할 수 있었죠. 선배님 세대는 물론이고 저희들 때는 오직 목소리 하나에 열광하는 시절 아니었습니까? 그런데 요즘은 아주 특별하지 않으면 우리 같은 사람들은 설 자리가 많이 좁아 졌어요. 목소리를 사랑해주는 마음들이 조금 더 커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이게 제 욕심일까요?

C. 아닐세 자네 말이 맞네. 지나친 다이어트는 기름진 목소리와는 상극이지. 좋은 목소리에 외모까지 출중하다면 금상첨화이긴 하지만 후자에 경도 되면 소리를 잃어버릴 위험이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지.

그리고 말일세 내 요즘 보아하니 우리 후배님들, 자신감과 확신이 좀 떨어진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무슨 얘기 인고 하니--흔히들 먹고 살만해지면 그 다음에 문화예술을 찾는다고 하는데 물질적으로 아무리 풍족해도 사람은 거기에 정비례해서 행복해지지가 않는다네. 오히려 문화예술이 온 세상에 차고 넘치며, 누구나 쉽고 편하게 그것을 접할 수 있을 때 물질적으로 어려움이 있더라도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은가? 자넨 어떻게 생각해? 난 이것에 대하여 우리 예술가들부터 먼저 확신을 가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고 싶네. 확신과 자신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남을 감화, 감동 시킬 수 있겠는가 안 그런가?

P.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언제 카루소님께서 사바세계에 가셔서 사랑하는 후배님들에게 위로와 격려말씀 한번 주시죠. 오늘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제가 선배님께 늘 드시던 에스프레소 대신 쌍화차 한잔 계란 띄워서 대접하겠습니다. 다방으로 가시죠.

C. 거 좋지! 가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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