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차 사이렌 외면…빽빽한 주차에 ‘진땀’
소방차 사이렌 외면…빽빽한 주차에 ‘진땀’
  • 한지연
  • 승인 2018.11.28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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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터주기 훈련’ 직접 가보니…
요란한 경보에도 ‘요지부동’
차선 이동하며 앞지르기도
주택가, 차량에 막혀 ‘곡예 운전’
소방관 “시민들, 적극 협조를”
길터주기훈련3
비좁은 주택가 진입에 난항을 겪은 소방차량 모습. 한지연기자

지난 27일 오후 2시께 대구 북구 무태119안전센터 앞은 전국서 열린 화재대피훈련인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 준비로 분주했다. 소방차 출동로 확보에 어려움을 알리고 올해 개정된 관련 법령을 홍보하기 위해서다.

본 기자는 방화복, 진압헬멧, 방수화를 착용하고 어깨에 공기호흡기세트를 장착, 동승체험에 나섰다. 총 20kg에 달하는 장비 무게로 등허리가 휘청했지만 현장서 소방관들이 겪는 고난은 장비의 무게를 초월했다.

무태119안전센터서부터 출발한 소방관들은 한시라도 빨리 화재현장에 도착하기 위해 내달렸다. 하지만 번번이 제동을 걸어야 하는 상황. 소방차에서는 요란한 경보음이 울렸지만 비켜설 줄 모르는 차량들이 상당수였다. 옆 차선으로 이동하려는 순간 쌩하고 앞질러 가는 차량도 있었다. 더 큰 경보음을 내기 위한 ‘모터 사이렌’이 수차례 울렸다. 소방차 내부 소음은 귓 속을 아프게 만들 정도였다.

이윽고 진입한 주택가의 한 도로는 산 너머 산. 높이 3m25cm, 너비 2m29cm의 물탱크차량을 운전하던 김진광 무태119안전센터 소방위는 더 이상 달리지 못하고 멈춰 섰다. 2차선 양 가장자리를 빽빽하게 채운 주차차량들 때문이다. 대구 북구 무태성당서 무태공원 사이에 있는 2차선 소방도로는 일렬로 줄지어선 차량들로 인해 ‘1차선 도로’가 됐다.

촌각을 다퉈야 하는 순간, 앞서 가던 펌프차량에 탑승한 대구 북구 무태119안전센터 박종우 총지휘관이 자리를 박차고 지휘봉을 휘둘렀다. 종이장이 겨우 들어갈 듯 비좁은 틈새를 빠져나오기 위해선 소방차량 밖에서 지켜보는 사람이 필요했다. 소방차량들이 겨우 주택가를 빠져나오고 소방관들은 다시 몸을 서둘렀지만 길을 터주지 않는 차량들로 다급함은 더해만 갔다.

소방서의 출동목표시간은 신고시점부터 현장 도착까지 7분 이내다. 신고 접수 1분, 출동지령 1분, 차고탈출부터 현장 도착까지 5분을 목표로 한다. 화재현장은 연소 시작 후 5분이 경과하면 연소 확산속도가 급격히 증가하고 심정지 환자의 경우 4분에서 6분이 경과하면 회복 불가능한 뇌손상을 입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도로여건이 불편해 소방차 출동에 있어 난항을 겪는 일이 다반사다.

이에 올해 소방차 출동로 확보와 관련한 법령이 개정됐다. 소방차 양보의무 위반 시 과태료 100만 원이 부과되고 소방용수시설, 비상 소화장치, 소방시설 등 주변 5m이내 주·정차 금지가 확대됐다. 다중이용업소 영업장이 속한 건축물 5m 이내도 주차금지 구간이다.

김진광 무태119안전센터 소방위는 “법 강화도 중요하지만 끼어들기, 소방차 전용구역 주차 등 방해로 인해 도착시간이 늦어지지 않도록 시민 분들의 더 많은 협조가 절실하다”며 “초를 다투는 긴박한 출동 시 양보해주시는 시민들에게는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 구간은 북구 산격대교에서부터 산격중 교차로, 경대2체육관 건너 출구까지로 화재출동 시 자주 이용되는 도로로 선정됐다. 통행량이 많거나 도로 폭이 좁은 구간이라 길 터주기 훈련 효과를 높이기에 적절하다는 판단에서였다. 훈련에는 김혜정 대구시의회 부의장, 소방공무원 23명, 의용대 여성대원 10명 등이 참가해 국민 참여훈련 및 시민홍보 캠페인을 벌였다.

동승체험에도 함께한 김혜정 대구시의회 부의장은 “직접 소방차량에 탑승해 현장을 겪어보니 골든타임의 경종은 전 국민이 함께 울려야 할 사항이라는 것을 느꼈다”며 “시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대처로 시민 안전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지연기자 jiyeon6@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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