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하이湖 속 낙원 남조풍정도…별빛 머금은 절경에 매료
얼하이湖 속 낙원 남조풍정도…별빛 머금은 절경에 매료
  • 박윤수
  • 승인 2018.11.29 2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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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가득한 왕푸징거리
전갈 꼬치 먹으며 식도락 만끽
쿤밍 신도시, 한류열풍 ‘후끈’
서울보다 맛깔난 김치에 놀라
보이차 집산지 ‘따리 고성’
바이족 수공예품들 눈길 끌어
천여평 남짓한 섬 남조풍정도
모래사장 거닐며 ‘감성 충전’
남조풍정도
얼하이 호수 안에 있는 작은 섬 남조풍정도에서 바라본 풍경.


 
 

 

 

박윤수의 길따라 세계로, 샹그리라를 찾아서<1> 쿤밍-따리

제임스 힐턴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1933)’은 화자인 ‘나’가 옥스퍼드대 친구인 콘웨이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이다. 영국 대사관 영사인 콘웨이는 아프카니스탄 바스쿨 토착민들의 폭동이 일어나자, 동방전도회 선교사 브린클로 여사, 영국부영사 맬린슨 대위, 미국인 바너드와 함께 비행기를 타고 페샤와르로 떠난다. 비행기는 히말라야 산중에 불시착 하게 되고, 일행은 부상당한 조종사가 얘기한 ‘샹그리라’라는 라마사원을 찾아 나선다. 중국인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곳은 난방시설, 상하수도, 도서실, 음악실 등을 갖춘 호화로운 사원이었고, 일행은 융숭한 대접을 받는다. 콘웨이는 사원의 승정과 대화를 통해 1789년 90세의 나이로 교두가 된 이야기이며, 1808년에 찾아 든 유럽인, 아시아인들 중 누구 하나 이곳을 떠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반신반의 하며 듣는다. 며칠 지내는 동안 얘기로 들었던 쇼팽의 제자인 프랑스 음악가도 보고, 65세를 넘긴 소녀 같은 중국여성도 확인한다. 250세에 생을 마친, 이 라마교두의 후계자로 지목된 콘웨이는 탈출하는 부영사 맬린슨과 65세 중국아가씨를 보호하기 위해 같이 길을 나섰으나 의식을 잃고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이때 병원에서 만난 친구인 ‘나’에게 자신이 겪은 일을 전하고 병원에서 종적을 감춰 다시 샹그리라로 사라진다.

따리오화루
따리 고성의 오화루.
대장금식당
쿤밍과 따리 사이에 개발중인 신도시에 한국음식점이 즐비하다.
전갈꼬치
북경 왕푸징 거리의 전갈꼬치.
세면장
남조풍정도 전통가옥의 세면장. 대나무 파이프에 연결한 수도꼭지가 인상적이다.


소설에서 이상향으로 묘사된 ‘샹그리라’는 티베트어로 ‘마음속의 해와 달’이라는 뜻이다. 지금은 중국 운남성 디칭티베트족자치주에 있는 현(縣)의 이름이다. 곤륜산맥 서쪽 끝에 있는 샹그리라의 원래 지명은 중뎬[中甸]이었다. 중국 정부는 1997년 중뎬이 샹그리라라고 선언했으며, 2001년에는 샹그리라로 개명했다.

난 벌써 두 번이나 샹그리라의 초입까지는 가본 적이 있다. 이번 여행은 특별히 가까운 지인들과 일년 전쯤 미리 준비하고, 가능한 시간을 조절하여 부부 동반하기로 약속하였으나, 한 가족이 여의치 않아 두 부부와 지인 2인이 동반하여 떠나게 되었다.

직항 비행기삯을 아끼기 위해 베이징을 거쳐 쿤밍(昆明) 왕복으로 항공권을 구매하여, 새벽 우리집에서 모두 모여 출발하였다. 이른 아침의 인천 공항은 언제나처럼 붐빈다. 항공권을 발권 하고, 수하물을 부치고 난 뒤, 면세점을 들릴 시간도 없이 탑승장으로 향했다. 인천과 베이징은 비행시간이 짧아 기내식사도 제대로 할 시간도 없다.

현지시각 10시 베이징 공항에서 짐을 찾아 수하물 보관소에 배낭 등을 맡기고 간편한 차림으로 공항버스를 타고 베이징역을 거쳐 왕푸징(王府井)으로 점심식사 겸 시내 구경을 나섰다.

토요일 도심의 거리는 벌써 인산인해이다. 오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왕푸징거리를 꽉 메우고 북적인다. 우리 일행은 길거리에서 판매하는 전갈 꼬치도 사먹고 온갖 음식이 그득한 베이징 번화가에서 식도락 여행을 즐긴다. 베이징역에서 왕푸징으로 가는 큰길 옆으로는 초대형 쇼핑몰, 명품 가게들이 즐비하다.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중국은 변하고 있고, 중국은 전 세계의 생산거점에서 소비대국으로 변한 듯 보인다.

국내선으로 갈아타는 5시간여의 짧은 환승 시간 동안 베이징 번화가를 둘러보고 지하철을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제2터미널에 도착, 맡겨둔 짐을 찾고 쿤밍행 비행기 수속을 마쳤다.

쿤밍행 비행기는 옅은 구름 위를 사뿐히 날아 3시간여 만에 도착했다. 맑을 줄 알았던 쿤밍의 날씨가 흐리고, 비가 내려 도로는 젖어 있다. 도착 후 마중 나와 있는, 이번 일정의 안내를 맡은 재희씨와 7개월여 만에 다시 만나 미리 렌트한 12인승 승합차에 짐들을 싣고 늦은 저녁을 먹으러 갔다.

중국식 훠거 만찬을 즐기고, 비행기에 지친 몸을 발 맛사지 전문샵에 가서 풀어 준다. 3년 만에 다시 들른 ‘여행정보’(블로그명)의 게스트하우스는 예전보다 좀 더 나은 복층형 아파트였고, 그의 얼굴도 훨씬 밝다.

늦은 밤이라 간단하게 세면을 하고 도미토리 2층 침대에 몸을 뉘었다. 이제 본격적인 샹그리라를 찾는 여행이 시작됐다.

전체여정은 먼저 따리(大理) 고성을 보고 얼하이호수의 작은 섬인 남조풍정도로 가서 2박, 남조풍정도를 출발하여 리장(麗江)의 호타우샤(虎跳峽) 로우패스를 거쳐 하이패스 차마객잔까지 이동하여 차마객잔 게스트하우스에서 3박, 차마객잔에서 티나 하우스까지 4시간 정도 트레킹 후, 티나하우스에서 현지식으로 점심을 먹은 후 샹그리라로 이동 샹그리라 4박, 샹그리라에서 차량으로 옌징까지 이동 후 염정호텔 5박, 염정 트레킹 후 밍용 빙하 말트레킹 후 패라라이스(飛來寺) 6박, 패라라이스 출발 후 리장 도착 수허고성 7박, 리장 고성 구경 후 리장~쿤밍 야간열차 8박, 쿤밍~북경~인천 21:00 도착 예정이다.

여행이 차질 없길 마음속으로 기원하며 잠 속으로 빠져 든다

이튿날, 쿤밍을 떠난 승합차는 복잡한 시내를 벗어나 시원하게 고속도로를 달린다. 고속도로라 하지만 우리나라의 도로처럼 곧고 경사가 완만한 것이 아니라, 높은 산을 휘감아 돌며 경사가 급하다 보니 차량들이 고속 주행이 여의치 않다. 많이 달려도 80~100Km 속도로 가기 때문에 도시간 거리에 비해 시간이 많이 걸린다.

아침 일찍 출발하다 보니 맥도날드에서 조찬 메뉴로 대충 때운 터라 허기가 진다. 3시간여를 달려 아파트가 즐비한 신도시에 도착했다. 따리와 쿤밍 중간 지점에 새로이 조성되는 관광지인 듯하다. 아직은 조성 중인 관계로 거리도 한산하다. 음식점 가로는 한식 일색이다. 한류의 힘이 신도시 개발지 먹자촌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는 모습이다.

가로 간판 등에는 한국드라마 대장금부터 여러 한류 스타들의 모습이 즐비하다.

우리 일행이 들른 식당은 조선족이 운영하는 곳인데 서울의 한정식집에서 다년간 갈고닦은 솜씨란다.

김치며 나오는 음식이 마치 서울에서 먹는 것과 똑같다. 아니 더 맛깔스럽다. 식사 후 한가하게 주변을 둘러보니, 아직은 곳곳이 공사 중, 음식점 골목만 깨끗이 정리돼 있다. 이곳뿐만 아니라 한국인이 많이 찾는 중국 여행지 곳곳에는 한국 음식점이 성업 중이다.

샹그리라를 찾는 첫 여정의 만족스러운 점심에 즐거운 마음으로 따리 고성으로 향한다.

따리하관, 쿤밍~따리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지나, 시내로 들어선다. 무질서 속의 질서, 복잡한 시내 길은 경적이 많이 들리지도 않으며, 사람과 차가 서로 배려하듯 지나친다.

따리는 우리가 잘 아는 건축재료인 대리석의 원산지로 유명하다. 히말라야산맥의 동쪽 끝자락인 4천m 급 창산을 뒤로 하고, 폭이 7km 길이가 30km나 되는 얼하이 호수를 품에 안고 있는 비옥한 바이족(白族)의 땅이다.

우리 민족처럼 하얀 옷을 입고 집 외관도 하얀 회 칠에 각종 꽃문양을 넣어 치장을 하며, 김치와 흡사한 절인 채소가 있고 된장과 비슷한 발효 음식이 있고 중국 향채 냄새는 거의 나지 않는 음식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특히 여성들은 하얀 옷에 검은색 옷깃을 달아 입는다.

따리 고성 앞 게스트하우스 NO.3에 차를 세우고, 걸어서 따리 고성 관광에 나선다. 따리 고성은 상가들로 밀집해 있으며, 푸얼에서 생산된 보이차가 집산되는 곳이다. 멀리 티벳 라싸까지 가는, 차마고도 마방들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저번 여행 때 사 간 따리의 특산물은 ‘자란’이다. 자란은 바이족의 대표적인 수공예품으로, 천연염료로 색깔을 넣어 만든 면포다.

염색 공방 가게를 찾아가서 남색 바탕에 하얀 실로 수놓아진 테이블보를 하나 사서 가방에 챙기고, 중국 관광객들에 섞여 1시간여 동안 따리 고성 곳곳을 둘러본다.

따리 고성에는 유독 보이차 가게가 많이 보이고, 커피 원두 가게도 있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 NO3의 주방장과 함께 오늘 저녁 만찬과 잠을 잘 얼하이(耳海)호수 내 남조풍정도로 출발했다.

따리 고성에서 한 시간쯤 달려 호수의 반대편에 있는 배터에서 5분여를 타면 닿는 얼하이 호수 안의 천여평 될 듯한 작은 섬인 남조풍정도는 중국 관광객들이 하관에서 유람선을 타고 와서, 관광과 쇼핑을 하는 곳으로 우리는 섬 내의 백족 전통 가옥에서 숙박을 할 예정이다.

섬에 도착, 잘 꾸며진 산책로를 따라 온갖 꽃과 나무들로 조성된 남조풍정도를 둘러보며 일행 모두 감탄사를 연발한다. 특히 전통가옥의 화장실 세면장 등, 주변의 소품들과 아주 잘 어우러진 조경은 보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일행은 본격적인 여행의 첫날인 따리의 남조풍정도에서 이국의 밤에 흠뻑 젖어 들었다.

주인장 제임스님의 맛난 상차림에 준비한 허칭빠이주 5병이 모자랄 정도였다. 숙소 뒤꼍의 모래사장에서 별빛을 보며 즐거이 뛰어다녔다. 나이를 잊게 해 준 밤이었다.

이번 여행의 주제는 ‘샹그리라를 찾아서’이다. 인구 천만의 대도시 쿤밍의 번잡함과 인간 세상에서 바다보다 짙푸른 얼하이 호수 속의 따리 남조풍정도의 밤은 선계로 가는 길목쯤 되었다.

앞으로 가야 할 호도협 하이패스의 차마객잔(2,800m)은 합파설산(5,496m)의 산허리에서 옥룡설산(5,596m) 정상을 쳐다보며, 금사강(1,400m) 줄기를 내려다보며 걷는 선계로 가는 길이다. 신의 땅 샹그리라, 그리고 마침내 티벳의 동쪽 끝 소금우물인 염정과 빙하가 어우러져 있는 매리설산은 이틀을 쉬지 않고 가야 하는, 쉽지 않은 길이다. 샹그리라를 찾아가는 가슴이 설레는 남조풍정도의 밤은 깊어만 간다.

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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