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판사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며
어느 판사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며
  • 승인 2018.11.29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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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한국소비자원 소송지원변호사)



서울고등법원 소속 판사가 격무에 시달려 뇌출혈로 사망하였다는 뉴스를 접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1주일 동안 계속 야근하여 새벽에 귀가하였고, 사건 당일에도 새벽에 귀가하여 화장실에서 뇌출혈로 쓰러졌다고 하니 안방에 있는 남편과 작은방에 있는 소중한 아이들에게 ‘잘 자라, 잘 있어라’라는 말 한마디 남기지 못하고 몸도 전혀 움직이지 못하고 화장실에서 죽어가는 그 찰라적인 순간 그 분의 머릿속에 떠올랐을 수십만 가지의 생각 또는 가족을 위한 한 가지 생각을 나도 같이 생각하니 너무나 안타까웠다. 필자도 최근 몸이 좋지 못한 가운데 이 뉴스를 접한 당일 새벽까지 사무실에서 혼자 일하다가 위와 같은 생각이 들자 하던 일을 즉시 중단하고 빨리 집으로 돌아가 잠들어 있는 아내와 작은방의 아이를 한 번도 더 보고 잠자리에 들었다.

위 사건 때문에 전문직 종사자들의 업무 형태 및 업무 강도를 한번 돌아보게 된다. 법조인, 의사, 법무사, 세무사 등의 전문직 종사자들의 경우 주로 당사자 1인의 개인적이 능력에 의존하는 형태로 업무가 이루어지다 보니 항상 격무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병원의 경우 진료는 원칙적으로 의사가 행하고 간호사 이하 여러 직원들이 의사를 도와주는 형태로 업무가 진행되는데 가끔 의사가 아닌 분들이 의사를 대신하여 진료나 시술을 하다가 문제되는 부분이 발생한다.

등기를 주로 하는 법무사의 경우 등기 업무는 정형적이며 반복적인 업무이고 1일 처리 건수가 매우 많을 수도 있다 보니 직원들이 주로 처리하고 법무사는 이러한 내용을 결제하는 형태로 업무가 진행되지만 모든 서류를 세세히 검토할 수는 없다. 그러다보니 직원들이 잘못된 등기서류를 작성할 경우 그 위험은 고스란히 법무사가 부담한다. 자신의 전문적인 업무를 직원들에게 위임할 수는 있어 시간적인 여유는 있지만 위험은 전부 법무사가 부담하는 위험한 구조이다. 세무사 업무 역시 기장대리 업무에 관한 한 직원들에게 의존하므로 세무사는 시간적인 여유는 있지만 위험은 고스란히 세무사 본인이 부담하게 된다.

반면 변호사, 판사, 검사의 경우 법무사와 같은 직무 형태가 기본적으로 불가능한 구조이다.

변호사 업무를 살펴보자. 변호사의 일반적인 업무는 법정출석과 서면작성이다. 법정출석은 변호사 이외에 사무장 등 직원이 대신할 수 없으므로 변호사는 낮에는 주로 법정에 출석하여 재판을 하므로 재판이 없는 시간, 야간, 주말 시간을 활용하여 서면을 작성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대부분의 개인 변호사는 야간 근무, 주말 근무가 필수적이다. 정형적이고 일반적인 사건의 경우 사무장이 서면을 작성할 수 있으나 어려운 법률이론과 관련된 경우 사무장과 변호사의 전문지식 차이로 인하여 사무장의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되므로 무조건 변호사 본인이 작성하여야 한다. 그러다 보니 변호사 사무실의 퇴근 순서는 ‘보조적 업무를 하는 직원 - 사무장 - 변호사’의 순서라고 보면 된다.

판사 역시 다르지 않다. 사건을 검토하고 분석하고 필요한 재판 지휘를 하여 변호사들에게 필요한 증거제출을 명하고 최종적으로 이에 기초한 판결은 100% 판사의 몫이고 위 내용을 법원직원이 1%도 도와 줄 수 없다. 변호사는 최고 약 50% 정도는 직원의 도움을 받아 업무를 수행할 수 있지만, 판사가 판결을 함에 있어 법원 직원의 도움은 단순한 절차적인 부분 이외에는 0%라고 보면 된다.

검사도 힘들다. 피의자 신문조서 작성은 검찰수사관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어떤 법조문을 적용하여 어떻게 판단하고 무혐의(무죄), 기소유예, 기소할 것인지는 100% 검사 본인이 판단하여야 하고 이를 위하여 조사된 기록을 반복하여 읽어보고 분석하여 부족한 부분에 대하여 경찰 또는 검찰수사관에게 보강수사를 지시하는 것 역시 검사 단독으로 결정하여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법원 및 검찰청의 퇴근 시간을 보면 주로 ‘여직원 - 법원직원, 검찰직원 - 판사, 검사’의 순서이다. 만일 직원들보다 자주 먼저 퇴근하는 변호사, 판사, 검사가 있다면 조심할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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