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지 않는 그들
돌아오지 않는 그들
  • 승인 2018.12.0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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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국내 제조업들의 생산율이 지속적인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해외로 진출한 제조업체들에게 다시 국내로 돌아올 계획이 있는지를 조사한 결과 96%가 계획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매출액 기준 1천대 제조기업 중 해외 사업장을 보유한 150개 기업을 설문한 결과이다.

다시 돌아올 계획이 있다고 대답한 기업도 국내 사정이 악화될 경우는 이를 고려하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이들이 국내로 다시 올 계획을 가지지 않는 이유는 해외시장의 확대 필요성이 첫 번째고 국내 고임금 부담, 국내 노동시장 경직성 등을 꼽았다. 이들은 현지에서 투자규모를 유지하거나 확대하겠다는 응답이 91.7%를 차지할 만큼 현재 위치에 확고했다. 제3지역의 진출을 모색해볼 의향은 겨우 5.6%였다. 결국 전략적으로 또 입지 환경적으로나 현재 위치를 고수하겠다는 것이다.

국내 제조업체들은 지속적으로 생산지수가 감소하고 있다. 대규모 투자계획도 없는 가운데 기 진출 외국 업체가 국내 사업장을 접을 생각을 피력하고 국내업체들은 규모의 축소도 확대도 하지 못한 채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대규모 라인을 가지고 있는 제조업체들의 가장 큰 숙제는 효율성이다. 인프라를 구축한지 시간이 흘렀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진화로 이를 재구축해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특히 노조의 파워가 기업경영을 흔들 만큼 강력하고 세제상승과 인건비 상승으로 커져버린 비용부담을 온몸으로 버티고 있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하는 수출의 축은 이제 변화의 기점에 도달했다. 이미 시작된 4차 산업혁명은 기기에 센서 부착으로 망으로 연결되며 상호소통과 최적화로 자동화가 이어지고 있다. 진화를 시작해야할 시점인 것이다. 세계의 시장은 생명이 없는 기기들의 연결로 새로운 조합이 나오고 있는 마당에 산업연구원에서는 국내 제조업과 IT업종간의 협업은 후퇴하고 있다는 보고가 나왔다. 국내 또는 국외의 크고 작은 기업들과 공동의 목표를 위한 수평적 협업이 미미한 수준인 것이다. 외국에서는 정부의 지원금은 물론 세제공제, 신용보증 등으로 이종 기업의 전략적 제휴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덕분에 기업들의 활발한 협업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러한 의지가 활발하지 못하다. 기업도 정부도 외국의 소식은 듣고 있지만 움직이지 않는다. 진화를 위해 고정된 틀을 깨고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하는데 매너리즘과 관성은 이를 쉽게 다가오지 못하게 한다. 제조업은 기술을 올려 부가가치의 확대가 필요하다. 사람들이 떠나는 곳이 아닌 새로운 인력들이 들어가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을 도모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한 것이다.

이제 한번 직장이 평생직장이라는 말은 이미 옛말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득권을 고수하고자 기업의 상황이나 제도적 규율은 아랑곳없이 자신의 안위만을 고집하면 개인도 기업도 살아갈 수 없는 시대이다. 산업의 기반인 제조업이 제 때에 옷을 갈아입어야 산업 전반이 평온한 진화를 추구할 수 있게 된다.

번번이 하향세를 보이는 제조업의 경제지표들이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먼저 읽어야 한다. 기업이 필요한 환경이 무엇인지 알아야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다. 위축되는 경제심리로 제조업의 투자가 감소했다고 경기전망이 하락하여 이루어지는 결과물이라고 자위할 것이 아니다. 세계 1위 2위의 국가들은 자국의 제조업을 강화하고자 대통령이 나서서 전방위 방어를 하고 있다. 궁여지책으로 정부가 수주하여 산업을 돌린다고 이들의 생태계가 돌아가지 않는다. 인위적인 힘의 추가는 생태계의 왜곡으로 결과적으로 그들을 더 어렵게 만들게 된다.

기업이 떠나면 사람도 떠난다. 사람과 기업이 없는 도시는 흉물이 될 것이다. 정부는 겉모습이 아니라 산업의 전반적인 시스템을 읽어야 한다. 시스템을 보지 않으니 겉핥기의 지원으로 산업의 내외부가 몸살을 앓는다. 규제를 풀고 지원을 확대한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의 수혜 대상이 한정적이고 또 그 파급효과가 내부까지 닿지 못하고 있다. 제조업이 새로운 날개를 달 수 있도록 먼저 이들이 들어 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국내 제조업들이 못살겠다고 나가는 입지라면 외국으로 진출해 있는 업체들은 더욱 고국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낮아질 뿐이다. 지금 우리는 밖으로 나갔던 기업들이 다시 들어올 수 있을 만큼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한 것이다. 그래야 국내 기업도 진화를 위한 몸짓을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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