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년 화업 끝에 만난 화두 ‘상선약수’… 호반갤러리, 9일까지 민병도展
50여년 화업 끝에 만난 화두 ‘상선약수’… 호반갤러리, 9일까지 민병도展
  • 황인옥
  • 승인 2018.12.05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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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먹으로 그린 풍경 30여점
작가의 사색적·시각적 결과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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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도 작 ‘상선약수(上善若水)’.


노을에 일렁이는 누런 물빛, 단풍에 타들어가는 붉은 산. 작가 민병도의 주제는 자연이다. 동양회화의 주요테마인 자연합일 사상이 작품의 기저에 깔렸다. 그에게 그림 그리기는 ‘자연의 자정능력과 섭리를 바탕으로 순응하는 이법과 소통하는 묘리를 궁구(窮究)하던 시간들’이었다. 그만큼 그에게 자연은 교과서였다. 특히 산은 삶의 이치를 가르쳐준 스승이었다.

한국화 작가 50여년의 독보적인 화업을 만나는 민병도 화백 초대전이 9일까지 호반갤러리에서 열린다. ‘모필(毛筆)’과 ‘한지’와 ‘먹’이라는 우리 감성 표현에 최적화된 재료를 바탕으로 작가의 미적 가치질서를 담아낸 작품 30여점을 선보인다.

일관되게 자연을 응시했다. 특히 산은 그의 작품의 중심을 잡아왔다. 그가 “산이 내 의식 한가운데 자리한 것은 내가 산촌에서 나고 자란 배경이 있었다”고 했다. 어린시절부터 산을 무시로 보고 자라면서 기후의 변화에 조응하는 산의 묘리를 습득했고, 화가로 살면서 산을 화폭에 아로새기며 자연의 이치에 한발 나아갔다.

“산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지만 한 번도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형태, 소리, 빛깔, 침묵마저도 제각각 달랐다. 산은 우리의 생명을 갈물어서 민족과 문화를 길러내고 품어준 지붕 없는 집이었다. 누구라도 무상으로 임차할 수 있고, 기대어 쉴 수 있는 휴식처다.”

자연을 담는 방식은 다분히 관념적이다. 눈에 비친 산 등의 자연은 마음의 필터를 거친 후 붓끝에서 춤을 춘다. 먼저 산을 마음 안으로 불러들이며 다양한 변화가 주는 메시지에 기를 기울인다. 그에게 맑은 물소리와 상큼한 바람과 흔들리는 나뭇잎은 시와 음악과 경전 속에서 튀어나온 화두와 같고, 정지된 한 순간의 풍경은 수많은 시간들이 중첩된 사색과 사유와 통찰이 된다. 그 통찰이 붓 끝에서 또 다른 시각적 형태로 재탄생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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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도 작 ‘상선약수(上善若水)’


특히 이번 전시의 주제는 노자의 도덕경 중 한구절인 ‘상선약수(上善若水)’를 모티브로 했다.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자정능력에 심기가 흔들리지 않도록 단색화로 스스로를 붙잡고 ‘상선약수’의 세계를 화폭에 옮겼다.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변화를 끌어안되 누천년 의연히 제 모습을 책임지는 산을 핑계로 표현기법에만 매몰된 기능공으로 남을까봐 경계하지 않으면 됐다. 이번 전시회가 신천지로 가는 간이역이 되었으면 좋겠다.”

민병도는 영남대학교 회화과 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한 후, 서울, 대구, 부산, 안동, 중국 등 24회의 개인전을 개최하고 많은 문학활동을 통해 외솔시조문학상, 김상옥시조문학상, 금복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대구미술협회장, 한국미술협회 부이사장을 역임하고 현재 대구미술협회 고문, 계간 ‘시조21’ 발행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053-668-1566 황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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