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의 염치(廉恥)
고위공직자의 염치(廉恥)
  • 승인 2018.12.05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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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행정학 박사
객원논설위원


최근 잇따라 불거지고 있는 청와대 근무 직원들의 일탈행위로 인한 공직기강 해이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대통령의 외유중 청와대를 비우고 전방 시찰에 나서 구설수에 오른 비서실장, 누구보다 대통령의 의중을 잘 아는 의전비서관의 음주운전, 술집에서 시민을 폭행하다 현행범으로 붙잡힌 경호원, 게다가 공직자들의 비위를 감시해야 하는 특별감찰관실 직원의 비위 의혹 까지 그야말로 지금의 청와대는 권력을 잡은 지 1년 반 만에 권력의 맛에 취해 오만에 빠진 듯 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야권은 2일 조국 민정수석의 사임을 일제히 촉구하는 등 청와대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짐으로 인해 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특별감찰반 비위에 대해 크게 실망하신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죄를 드린다고 논평하였고, 전직 공직기강비서관 출신인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2일 자신의 페이스 북에 “요 며칠 민정수석실 산하 여러 비서실에 대한 연이은 보도를 접할 때마다 당혹스러움을 피할 수 없었다”며 “민정수석실 전체에 대한 신뢰와 권위의 상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하면서 “공직의 시작과 끝은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대통령을 직접 모시는 참모는 다른 공직자들보다 더 빠르고 더 무겁게 결과에 대한 정무적 책임을 져야한다”며 “이제 민정수석이 책임질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는 상황이 됐다고 여겨진다”고 사실상 조 수석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러한 당내외의 여론에도 불구하고 집권여당의 대표는 조 수석에 대한 경질 요구에 대해 조 수석이 비위 사안과 연계되어 있지 않다고 강조하면서 이번 감찰반원의 문제는 그들이 처세를 잘 못한 것이지 크게 뇌물을 받은 것은 아니라면서 사안의 경중을 가려서 판단해야 한다고 언급하였다. 이와 함께 이런 문제를 가지고 다 책임지기 시작하면 하루에도 몇 번씩 책임을 져야한다면서 조 수석의 경질요구를 야당의 정치공세로 치부하였다. 이러자 많은 여당 의원들도 조 수석이 물러나면 적폐청산의 동력이 상실된다면서 조 수석 지키기에 나서고 있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참으로 국민들의 정서를 잘 모르시는 것 같다.

물론 모든 조직에서 한 구성원의 일탈행위를 이유로 책임자를 경질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조직이 어떤 조직이냐에 따라서 판단을 달리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다시 말해 최고의 권력을 가지고 있는 청와대라면 구성원들의 일탈 행위에 대한 판단을 달리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민정수석실의 직원들이 수백 명이 되어 일일이 통제할 수 없는 수준도 아니다. 민정수석실 소속 특별감찰반은 업무속성상 직급에 상관없이 모든 공직자들에게는 저승사자나 다름이 없다. 따라서 항상 우리나라 최고의 권력 심장부인 청와대를 등에 업고 권력을 남용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더욱더 내부 직원들의 기강을 확립하는데 신경 쓰고 감독해야 할 책무가 바로 민정수석에게 있는 것이다.

이러한 책무를 소홀히 한 조 수석은 단지 문제가 있는 감찰반원 전원을 교체한 것으로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것이다. 내부 직원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거대한 검찰 조직을 개혁할 수 가 있으며, 적폐청산을 부르짖을 수 있겠는가? 아무리 내 눈의 들보는 안보이고 남의 눈에 티끌은 보인다고 하지만 이미 조 수석은 내부직원의 일탈행위를 막지 못한 업보 때문에 개혁의 동력은 상실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내부 직원의 일탈행위를 방기(放棄)한 조국 수석은 최소한 지휘감독 부실에 대한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이 보좌하는 대통령에게 누를 끼친 점을 감안하여 스스로 사의를 표명하고 재신임을 묻는 모양새라도 갖추어야 할 것이다.

고위공직자들에게는 최소한의 염치라는 것이 있어야 한다. 염치(廉恥)란 체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을 의미한다. 이때 부끄러움이란 부정적인 개념이 아니고 인간으로서 당연히 느껴야 할 도리의 하나이다. 일반 범인(凡人)들은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는 마냥 너그러우면서, 남의 실수에 대해서는 침소봉대(針小棒大)하며 목소리를 높여 힐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이유는 사람은 누구에게나 자기보호 본능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정한 공직자라면 자신의 직책이나 명예에 치명적인 누가 될지라도 염치라는 것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청와대 안에서는 순방에서 돌아온 문재인 대통령이 조 수석에게 ‘엄중 경고’하는 선에서 사태를 마무리할 거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조국 수석의 현명한 처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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