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송 잔가지들이 둘러친 자리로
파란 하늘 내려와 앉고
벌어진 단풍나무 가지에 바람 넘어
후둑후둑 하얀 눈 쏟아진다
삐익
삐-이-익
숲 바깥 저 편에서 들려오는
겨울 새 울음소리
다래넝쿨 둥지 안은 여름새가 깃들어
보낸 한 철
삐익
삐-이-익
숲 바깥 저 편 멀리까지 날아가고
생솔가지처럼 다가오는 流年
◇홍성은= 1963년 강원 태백출생.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 전공, 대구·경북지역대학 반월문학상 대상 수상.
<해설> 개개인의 세계는 독립적이고 완전한 자치적인 현실이다. 사람들은 두려움과 갈등에 대한 조바심과 집착으로 타인과의 불일치를 피하기 위해 자신의 신념을 쉽게 꺾고 무시하기도 한다. 인생살이 끊임없는 상호 작용 속에 종종 균형을 깨는 조각들이 나타나면, 잠시 할일은 뒤로 미루고 자기 모습을 유지하며 자신을 발견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겨울 숲으로 가면 창의적인 조정을 품은 변화의 의지를 발견할 수 있다. 여름새 둥지에서 겨울 새 울음소리가 들리듯이 우리는 과거 아닌 현재에 살고 있다. 과거의 나는 참고자료일 뿐 지금의 내가 아님을 流年이 생솔가지로 일깨워 준다. -성군경(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