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맺음도 시작할 때처럼 좋아야 한다(愼終宜令)
끝맺음도 시작할 때처럼 좋아야 한다(愼終宜令)
  • 승인 2018.12.0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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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전 중리초등 교장
엊그제께는 대경예임회에서 마산 무학산 ‘최치원의 길’을 걸었다. ‘최치원의 길’은 합포별서와 월영대를 거쳐 고운대(孤雲臺)를 거치는 무학산 둘레길이다.

‘합포별서(合浦別墅)’는 마산의 합포에 있는 최치원의 별장이다. ‘월영대(月影臺)’는 산기슭을 핥는 은빛 물결에 달이 비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쌓은 누대를 말한다. 이곳에서 최치원은 제자들을 가르쳤다. ‘고운대(孤雲臺)’는 평평한 바위가 우뚝 솟아올라 합포만을 바라볼 수 있는 397m의 봉우리이다. 최치원이 거닐면서 수양하던 곳이다. 평소 최치원을 흠모하던 고려의 정지상, 조선의 이황, 정구가 찾아왔던 봉우리이기도 하다.

최치원의 ‘계원필경집(桂苑筆耕集)’ 서문에는, 열두 살의 나이로 집을 떠나 당나라로 갈 배를 타려할 때 아버지는 아들에게 이렇게 훈계하였다.

“십 년 안에 과거에 급제하여 진사가 되지 못하면 내 아들이라고 말하지 말거라. 가서 부지런히 공부에 힘써라.”

최치원은 아버지의 그 엄하신 말씀을 마음에 새겨들었다. 그래서 상투를 노끈으로 묶어 대들보에 걸어 매고, 잠이 오면 송곳으로 허벅지를 찔러가며 조금도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다. 아버지의 뜻을 받들고자 ‘인백기천(人百己千)’하였다. ‘다른 사람이 백 번하면 최치원은 천 번’을 노력하였던 것이다. 그리하여 유학한지 6년 만에 최치원은 과거에 합격하였다.

‘최치원의 길’을 걷던 날, 아침신문에 올해 수능 전 영역 만점을 받은 김지명군의 기사가 1면에 올라있었다. ‘백혈병과 3년을 싸우고 「불수능」도 뛰어넘은 소년’이라는 제명의 기사였다. 김지명군은 열두 살 초등학교 6학년 때 찾아온 ‘급성인파구성백혈병’에 걸렸다. 이후 중학교 3년 내내 병과 싸웠다. 학교 가는 날보다 병원 가는 날이 많았다. 항암 치료로 머리카락이 빠지고 늘 속이 메스껍고 토할 것 같았다. 골수 검사를 하기 위하여 척추에 대형 바늘을 찔러 넣을 때는 죽을 듯이 고통스러웠단다.

그래서 아프면 누워 있다가 괜찮으면 공부를 하였다. 고등학교 1학년 3월에 완치 판정을 받고, 하루 15시간을 학교에서만 혼자 공부하면서 보냈다고 한다. ‘공부는 스스로가 하는 것’이라는 믿음이 강했던듯하다.

‘고운대’에서 같은 열두 살의 최치원과 김지명군을 생각해 보았다.

최치원은 ‘현두자고(懸頭刺股)’로 6년간을 끊임없이 공부하였지만, 김지명군은 병을 앓고 난 후 채 3년간도 공부하지 못했다. 아무튼 두 사람은 대단한 결과를 얻은 사람들이다.

천자문에 ‘독초성미(篤初誠美) 신종의령(愼終宜令)’이라는 말이 있다. ‘시작을 돈독히 하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다. 끝맺음도 시작할 때처럼 좋아야 한다.’는 뜻이다. 시작부터 끝마무리까지 지극한 정성으로 꾸준히 노력할 때 그 행동은 진정으로 값어치를 지니는 것이다. 두 사람은 간절히 바라면 그 꿈이 정말로 이루어지는 ‘긍정의 믿음’을 가지고 있었으리라.

심리학자 로젠탈 교수는 초등학생 20%를 무작위로 뽑아 “이 아이들은 지능지수가 높아 성적이 우수할 것입니다.”하였다. 그 말에 아이들은 자기 충족적 예언이기나 받은 듯 열심히 노력하였고, 교사들의 관심도 더해져 실제로 성적이 높아졌다고 한다. 이것을 ‘로젠탈 효과(피그말리온 효과)’라 한다.

한 해의 마무리를 짓는 12월이나 학년말에는 흔히 ‘유종의 미를 거두자(有終之美)’고 덕담한다. 시작한 일에는 끝이 분명이 있어야 함을 강조한 말이다.

유종지미(有終之美)는 시경의 ‘미불유초(靡不有初) 선극유종(鮮克有終)’이라는 말에서 나왔다. ‘무슨 일이든 시작이 있다. 그런데 능히 시작처럼 마무리를 짓는 일은 드물다.’라는 의미이다.

중국 진(晉) 나라의 영공은 정치를 포악무도하게 했다. 충신 사계가 간언하고자 세 번 쫓아가 엎드린 후에 한 말이 ‘미불유초(靡不有初) 선극유종(鮮克有終)’이다.

조선시대 지평 김언신은 성종에게 이 여덟 글자를 써서 좌우에 붙여두고 매일 쳐다보면서 반성하면 아름다울 것이라고 충언하였다. 이에 성종은 벌써 침실에 설치했고, 병풍에도 기록해서 그렇게 실천하고 있노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학년말 시험이 한창이다. 정부, 기업, 회사, 가정에선 연말 마무리에 골몰하는 시기이다. 끝맺음도 시작할 때처럼 좋아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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